요즘 재능기부식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나도 내가 많이 아는 분야로 한번 써볼까 해

날씨도 쌀쌀해졌겠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도 되고 있겠다,
만남을 미루던 많은 사람들, 만날 곳을 쉽게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결정사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을텐데
결정사 필요없이 잘 만나고 다닌다면 패스

준비된 사람들에게 기회가 온다고 하지
그런데 결혼이라는 일생의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준비 없이 들어가는거 보면 답답하더라고

결정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 시작한지 얼마 안된 사람들을 위해
결정사 업계 사람들한테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만 좀 적어볼게

0. 사전지식
결정사를 들어가려고 하면 조건이라는게 필수불가결한 요소야
흔히들 육각형 조건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건 [외모, 나이, 직업, 집안, 자산, 학력]을 방사형차트로 나타낸거야
나이 대신 성격을 넣는 경우도 있는데 결정사 프로필에 그런건 표현 안되고 나이가 맞아
꽉찬 모양의 차트일수록 좋은 조건이고 어느 한 부분이 부족하면 찌그러지는거

1. 가입 전
결정사를 가려고 하면 크게 고민이 두 가지야
내가 결정사를 가도 될 정도인가? 어느 결정사를 가지?

먼저, 결정사를 가는 조건은 없다고 봐도 무방해
(결혼하고싶은 의지 or 좋은 조건) and 가입비만 있으면 자격이 있지
의지와 조건은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있어도 되고
결정사마다 등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면 알아서 등급을 정해줘

다음으로 어느 결정사를 가느냐.. 메이저 두 곳인 D사 G사를 많이들 선택하지
그 뒤로 M사 등등 다른 회사들도 있고 노블이라는 S사 N사 J사 등의 틈새 분야 결정사가 있어
노블은 부자, 전문직 등 흔히 잘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결정사라고 보면 돼
집안 어른들의 입김이 중요하다거나 육각형 중에 집안을 많이 보면 노블을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야
나는 D와 G를 주로 다루고 나중에 필요하면 노블도 얘기해볼게

D사는 멤버스클럽이라는걸 운영하는데 회원으로 가입된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인 사람에게 직접 만남을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이야
제안하는 사람은 차감, 제안받은 사람은 미차감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
차감과 미차감은 뒤에 자세히 말하도록 하고
아무튼 이 시스템 괜찮은거 같은데 그 와중에 G사가 top2로 항상 올라오는거 보면 그들이 매칭을 꽤 잘해주는 것으로 봐야하나(이건 개인의견)

아무튼 D랑 G는 풀이 넓어
결정사에서 풀이 넓다는건 굉장히 유리한거야
나랑 매칭될만한 사람이 많을 확률이 높은거고 만남 기회도 많을 수 있다는거니까
뭐가 나은지 나는 판단하지 않겠어

2. 가입
가입 전에 상담 이야기부터 할게
요즘은 비대면으로도 서류랑 사진 몇개만 보내면 가입이 되는걸로 알아
하지만 나는 꼭 찾아가서 직접 상담받으라고 하고싶어
그리고 상담 받으러 갈 때, 이상형을 만난다고 생각하고 빡세게 꾸미고 나가

결정사에는 상담매니저랑 매칭매니저가 있어
상담매니저는 형들을 가입시키고 형들에 대한 프로필을 작성하는 사람이고
매칭매니저는 그 프로필을 받아다가 짝을 지어주고 만남을 관리해주는 사람들이야

상담매니저가 프로필을 작성하는데 내 매력을 마구 발산해야 프로필이 예쁘게 꾸며져
프로필은 회원들한테 공개되는 정보가 있고 매니저들끼리만 공유되는 정보가 있어
상담매니저에게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이면 거기에 긍정적인거 한줄이라도 더 들어가게 되고 더 괜찮은 사람과 매칭될 확률이 올라가겠지

결정사에 상담받으러 가면 상담매니저가 아주 혼을 쏙 빼놔
내가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을 띄워주고 금방이라도 결혼할 수 있을 것처럼 현혹하지
당연하지만 절반은 흘려듣고 결제하는 순간까지 형들한테 이게 진짜 필요한지 아닌지만 생각해

그리고 상담 받을 때 원하는 이성상을 아주아주 구체적으로 말해
매칭매니저랑 안볼 사이라서 그런지 매칭할 이성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아서 그런지
이건 잘하는 사람이 많더라.. 그래도 이런 것까지 말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다 말하는게 좋아

대부분 여기 있는 회사원들은 정당한 가입비에 정당한 횟수를 부여받으면서 가입을 할거고
남자 전문직들은 좀 더 저렴(육각형에 따라 거의 없다시피할수도)하게 가입이 가능해
요즘은 부동산 시장이 미쳐서 서울에 자가 있는 사람이 그러려나? 아무튼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
이건 절박함에서 아주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건 다음 챕터에서..

3. 매칭
결정사를 하면서 두 번째로 크게 하는 실수가 내가 원하는 이성상을 무조건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거야
작은 육각형을 가진 사람이 큰 육각형을 가진 사람과 매칭을 원한다고 해도 성혼까지 이어질 확률은 극히 낮아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
큰 육각형을 가진 사람도 나름 기대를 가지고 가입한건데 작은 육각형을 가진 사람과 만나고 싶지는 않을거잖아
결국 적당히 찌그리진, 적당한 크기의 육각형을 가진 사람끼리 매칭될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면 편해
결정사 가면 내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하는게 바로 이런 점 때문이야

첫 번째로 크게 하는 실수는 결정사에 가입하면 곧 결혼할 수 있다고 맹신하는거야
성혼비가 따로 있는 노블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결혼하면 그들에게 돈을 지불한다는 계약을 해야하는 곳들이 있거든
근데 D사와 G사의 계약을 생각해보면 만남 횟수를 주는 것에 대한 계약이야
그들은 최선을 다해 매칭을 하겠지만 만남들이 다 어그러졌을 때 책임지긴커녕 또 한 번 가입을 하라고 유도를 해
가뜩이나 기대하던 사람이 안 나오는데 의미없이 횟수만 까이면 시간낭비 돈낭비야

그래서 프로필이 들어오면 최대한 신중하게 만날지를 결정해
매칭매니저는 온갖 사탕발림 하면서 그 프로필을 포장하겠지만 형들이 원하는 이성상에 부합하는지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생각해

그리고 결정사를 이용하더라도 결정사에 너무 목매지마
결정사는 그냥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여러 수단들 중에 하나일 뿐이야
결정사에서 주는 프로필만 오매불망 쳐다보고 있으면 될 것도 안되는 사람들이 많아
진짜 결혼하고 싶으면 동호회, 소모임, 소개팅, 어플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걸 추천해

프로필을 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되는데
프로필이 그냥 일반적인 사람한테는 1~2주에 2~4명 정도 들어가
꽉찬 육각형이 아니더라도 남자 전문직이나 어리고 외모가 뛰어난 여자한테는 좀 더 자주, 많이 들어갈 수도 있어
간혹 프로필이 너무 안들어온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너무 주는 프로필을 다 거절하기만 해서 매칭매니저가 빈정이 상했을 수 있고
매칭매니저가 호구로 보는 경우일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좀 강하게 이야기 해서 분위기 환기를 할 필요가 있어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세게 얘기하는 사람한테 좀 더 챙겨주는 면이 없지 않다고 해야지

(사족) 이건 내가 결정사를 할 때에도 생각한건데 프로필이 내 기대보다 많이 안들어오는게 의문이야
프로필 주는거 자체를 희소성 있는 아이템으로 가져가려고 하는건지
매니저들이 이것저것 고려하다보니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만남을 해야 횟수가 차감되니 프로필은 많이 넣어도 괜찮을텐데
육각형 수치만으로 요즘 유행하는 간단한 머신러닝만 구현해도 매칭시키는건 아주 쉬울 것 같거든

4. 만남
드디어 이성을 만나러 나가는 단계야
프로필을 보고 오케이를 하면 상대방 매칭매니저가 바로 전화로 확인을 해서 상대방한테도 오케이를 받으면 만남이 성사돼
적당한 지역과 시간을 말하면 구체적 약속시간과 장소를 매칭매니저가 정해줘
요즘 남자도 소개팅때마다 비싼 밥 사는거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니 일반적으로 카페로 잡아주지

그런데 만나러 갈 때도 역시나 너무 목매고 가지는 마
챕터 2에서 말한 적 있는데 절박함의 크기는 정말 천차만별이거든
가입할 때 누군 몇 백의 돈을 쓰기도 하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서 형들 예상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을 수도 있어
가입비는 둘째 치고 미차감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매칭매니저가 둘의 육각형이 심하게 안 맞는다 싶으면 큰 육각형의 만남 횟수를 차감하지도 않고 내보내는 경우들도 있어
내 상대가 미차감으로 나오는 것은 모르는 경우가 더 많고

그러면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
'네가 괜찮은 사람인 것은 알겠어, 하지만 나도 충분히 멋지고 매력있는 사람이야'라는 자세로 임하는게 가장 좋은 것 같아
깔 볼 필요도 없고 주눅들 필요도 없어

만나러 나갔는데 객관적으로 봐도 내가 더 큰 육각형인 것 같고 상대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너무 티내고 진상 부리지는 마
만남 이후에 매칭매니저들이 꼬박꼬박 후기에 대한 전화를 하는데
상대방이 나한테 느꼈던 감정들이 나에 대한 성격 프로필로 업데이트 돼
다음 만남을 위해서라도 앞에 누가 있던 매너있게 상대해야 해

5. 마무리
결정사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생기는 것은 아니야
결혼 생각이 어느정도 있는 사람을 미리 조건들을 아는 상태에서 만나는 기회가 생기는거지
결정사는 결혼을 책임져주지도 않고 기회를 줄 뿐이야
기회를 잘 이용하면 성혼까지 이어지는거고
다만 이왕 적지 않은 돈을 들이는거 기회를 최대한 현명하게 이용했으면 좋겠어

나는 복수의 결정사를 직간접적으로 겪어봤는데
결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다가 도리어 속물적인 면은 내려놓게 되었고
결정사 뿐만 아니라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결국엔 내 마음에 드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더라
하지만 결정사는 잘 이용하면 좋은 서비스는 맞아

요즘은 결혼도 원하는만큼 노력하면 아웃풋이 나온다고 생각해
다들 성혼하시길!

질문은 개인사에 관련된거 빼고 다 받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