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 선후배였던 오빠와 6개월 째 트러블 없이 사귀는 중인데,
내가 무지하게 성격이 강하고 더불어 오빠도 성격이 무지 강해.
둘다 자존심 강하고 무뚝뚝하거든.
근데 이번 연애에서 많이 학습을 했는데 언냐들에게도 도움이 됐음 좋겠어서.
아는 사람이 보면 백퍼 내 글인줄 알겠다ㅋㅋㅋㅋ

0. 마음
기본적으로 사귄다 라는 건, 상대방이 내 주변 이성 중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거잖아. (여기다 아빠 오빠 남동생 넣지마ㅡㅡ)
그럼 기본적인 대화의 베이스는 '이 사람은 (내 눈에)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잘생긴 사람'인 거야.
여기서 자존심 운운할 필요 없는게, 나는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잘생긴 그 남자를 만나는 여자'인 거거든.

1. 연락문제
사실 남친이 전문직이라, 퇴근은 그래도 남들보단 빠르게 하지만
업무 시간엔 진짜 1도 못해. 아침잠도 많아서 알람 3~4개 맞춰놓더라.
나는 아침, 점심엔 무조건 내가 먼저 카톡을 해.
남친이 전화통화하는 거 되게 귀찮아해서 초반 1~3개월땐 잘 안했는데
내가 오빠 목소리 넘 좋다고, 오빠 목소리 들으니까 힐링된다고 했더니
그때부턴 외근 출장 오갈때나 어디 지방 오갈때도 꼭 전화하고
자기 전에도 꼭 통화를 하는 걸 남친이 '꼭 해야 할 일' 인 것처럼 생각하더라구.
전화통화 끝나고 나서도 꼭 카톡으로, 오빠 목소리 들으니까 힘이 많이 났어!!라고 하니까 단 30초라도 더 자주 연락해주더라구.
아프다고 할 때도 카톡이 아니라 바로 전화해주고.
처음엔 거의 내가 다 연락 먼저 했는데,
요즘은 카톡은 내가 70~80%는 하고 전화는 남친이 70~80%를 해.
연락문제로 싸우는 언냐들 많은데,
정상적인 사고방식의 남자이고 나와 사귀는 사람이면,
이렇게 하면 연락빈도 높아질거라 생각해.
만약 안그러면, 그건 위의 2가지 문제거나 다른 문제가 있는 걸지 몰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주는 건데 연락 먼저 하고 안 하고에
내 자존심 걸지 말자.
셀프 자존심 상처준다고 해도 남친들은 1도 몰라.

2. 애정표현
나는 표현을 많이 하는 쪽이고, 남친은 나와 성격이 정 반대야.
표현 잘 안하고, 애정표현이 쓰담쓰담 이모티콘을 어쩌다 한 번 보내는 쪽이었어.
그러다 2개월인가 3개월 쯤에 남친이가,
'네가 날 좋아하는 것 만큼 내가 너에게 애정을 많이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라길래 내가 그랬어.
'오빠가 나에게 애정을 주고 있는 건 맞으니까 나는 행복해. 사랑이란 게 표현의 정도 차이지, 정도의 차이가 어딨어? 사랑 하고, 안 하고, 두 가지일 뿐이지'
솔직히 나도 처음 남친 말에 좀 우울해질라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고. 울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내가 울엄마를 사랑하지 않으면 엄마한테 미안한 건가?
사랑은 yes or no이지, 정도의 차이로 비교하긴 힘들단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그 이후로 되게 적극적으로 애정표현 하고, 카톡마다 하트 붙이고,
남친의 작은 것에도 다 칭찬해주고, 존중해주니까,
한 4개월쯤부턴 애정표현이 많아지더라. 카톡도, 말도, 챙겨주는 것도.
보면, 대한민국 남자들 중에 애정표현 많은 케이스는 보통 세 가지 같아.
딸많은 집 아들이거나, 바람둥이거나, 아니면 전 여친에게 많이 배웠거나.
근데 세 번째 케이스는 솔직히 극 소수고 (되돌아오니까)
첫 번째 케이스는 케바케고, 두 번째 케이스는 개객끼다...
보통은 애정표현을 모르니 가르쳐줘야해.
먼저 무지막지하게 애정표현을 쏟아내고, 상대방이 반응을 보일 때 좋아해주면 하나씩 늘어가더라.

3. 취미 및 자유시간 문제
내 남친은 여자들이 싫어하는 5대 취미 중 4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애니, 게임, 피규어는 수준급이고, 초보밀덕이지.
솔직히 넷 다 나도 좋아하는 것들이거나, 싫어하지 않는 것들이지만,
보통은 여자들은 싫어하는 것들이기도 하지만,
취미보다 나보다 더 좋아한다면 그땐 서운함 폭발이잖아?
그냥 나는, 양보할 것과 양보하지 못할 것을 구분했어.
전화통화하고 싶은데 남친이 게임하고 싶어하면,
남친이 롤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줬더니, 게임하는 한 시간 내내
나에게 게임 중계를 해주더라.
하루 롤 30분~1시간씩 중계 들어주는데 남친이 되게 신나해하다가
또 기분 확 상해서 졌다고 투덜거리고 그러는 거 보니까
이 사람에겐 진짜 이게 여자들 쇼핑만큼 스트레스 푸는 거구나 싶더라.
그래서 두세번 게임하는 거 실제로도 봐주고,
지고있어서 목소리 안 좋을땐 오빠 게임에 집중해야겠다고,
끝나고 결과알려달라고(절대 연락달라 가 아니야) 했더니
칼같이 전화와서는 게임 스토리를 쭉 읊어주더라. 누가 어쨌고 내 등급은 어땠고.
평소에 통화 길게 하는 거 싫어한다던 남친이가,
게임이야기 하니까 자기가 아는 거니까 신나서 한참 통화도 하고,
게임땜에 내가 기다려준거니까 미안해하고 고마워 하더라고.
일할 때 머리 짜내서 일하는 거 아니까 피곤할 때 보는 것보다
오빠 푹 쉬고나서 컨디션 좋을때 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만큼 내 자유시간도 확보되고, 보는 시간에 남친이 더 충실해.
피곤한 기색도 힘든 기색도 없이 더 좋은 모습만 보여준달까?

지금 어디 가는 중이라, 이건 나중에 자세하게 또 쓸게.

4. 참고 도서
나는 발산형 스타일이라 사람들 만나면 에너지가 솟는데
남친이는 방전되는 스타일이야.
그런 걸 파악하기 위해 심리학 책을 많이 읽었는데,
최근 책 중에 '혼자있고 싶은데 외로운 것은 싫어' 였나?
그 책 읽어보니까 남자친구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

5. 제일 중요한 것
- 먼저 연락하거나 애정표현 더 많이 하는 것을 자존심 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 남친과의 시간 외에 내가 집중할 다른 활동 시간을 꼭 가져서 서로의 시간에 균형잡기

또 뭔가 서로 이야기할 게 있다면 댓글 달아줘.
언니들 팁 줘도 좋구.
나도 사실 무지막지하게 개x라이도 만나보면서 배운 거고,
사바사라 이게 답은 아니지만
서로 팁은 공유하면 좋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