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썸·연애

결정사 경험담 (10)

변호사 · l*********
작성일2023.01.08. 조회수3,127 댓글98

이어서 쓰는 글입니다.
https://www.teamblind.com/kr/post/eezkJcSi?cid

내 이전 글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내 글의 배경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내 현재 상황을 요약하면, 이혼, 우연히 결정사 가입, 현재까지 성과 없음...

원래 이번 글에서는 결정사를 이용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근본적인 한계랄까 의문 같은 것을 자연스런 만남 또는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경우와 비교하여 적어 보려 했다.

그런데 쓰고 나서 읽어 보니,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분 부분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하지?’ 라던가, ‘이 사람의 사고방식은 왜 이렇지?’라는 의문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랑, 연애, 결혼 등에 관한 내 생각의 바탕을 써 보려고 한다. 이런 견해들은 그냥 나 혼자 벽보고 도 닦듯이 생각해낸 것은 아니다. 나름, 관련된 권위 있는 연구서들을 찾아 읽어 가며 사색을 거쳐 형성한 것이다. 중요한 부분은 출처를 밝혔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찾아서 읽어보면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을 계기도 될 것이다.

1. 결혼에 사랑은 필수적인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남자도 혼자 살기 너무 편한 시대에,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굳이 결혼을 해서 불편하게 살 이유가 없다.

혹시 이런 나의 생각이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낭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심리학 사랑을 말하다’(로버트 스턴버그 외 21인 공저, 2010. 5. 18. 21세기 북스) 323쪽 이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60년대 중반 케파트(Kephart)는 1,000명 이상의 대학생에게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남성의 35%, 여성의 76%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 1960년대 이래로 사회학자들은 미국의 젊은 남녀에게 같은 질문을 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젊은 미국 남녀는 점점 더 많은 사랑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장 최근 연구에서는 미국 남자의 86%와 미국 여성의 91%가 강력하게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노친네들은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에 너무 조건만 따져...’라는 식으로 비난하는데, 실제 연구 결과는 정 반대로 나온 것이다. 갈수록 결혼의 조건으로서의 사랑이 더 중요해져 가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내 생각은 이렇다. 과거에는 결혼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랑 없는 결혼도 감수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결혼이 필수인 시대가 아니다. 따라서 굳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결혼율 자체가 낮아진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장은지의 ‘성인 초기의 결혼관과 연애관 분리에 관한 연구’에서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마디로, 고 학력, 고 소득자일수록 결혼에서 사랑을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는 비율이 올라간다.

2. 그럼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수 천년에 걸쳐 수 많은 논의가 있기는 하다. 나는 그 중 가장 의미있는 견해가 저명한 심리학자인 로버트 스턴버그(전미 심리학회 회장과 와이오밍대 총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코넬대 교수로 재직 중)의 ‘사랑의 삼각형’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학술 논문들이 이 견해를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학문적으로도 어느 정도 검증된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이하는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2002. 3. 21. 도서출판 사군자)에서 정리한 것이다.

이 견해에서는 사랑이 Passion, Intimacy 및 Commitment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여기서 Passion은 보통 “열정”으로 번역되는데, 그 사람과 하나가 되고 싶은 강한 욕망의 상태를 말하며, 성적인 욕구 및 지배욕 등으로 구성된다.

Intimacy는 보통 “친밀감”으로 번역되는데, 상대방과 유대감을 느끼는 것을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함께 있으면 행복을 느끼는 것, 존경심을 갖는 것, 의지할 수 있다는 기대를 말한다.

Commitment는 우리말로 번역하기 좀 힘든 단어인데, 보통 “헌신”이라고 번역된다(번역자에 따라서는 “희생”, “결정” 또는 “결심”으로 번역된다). 이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마음을 말한다.

참고로, 스턴버그 교수는 이러한 3가지 요소 중 하나 이상이 빠진 경우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친밀감만 있는 경우: Liking (단순히 좋아하는 것)
열정만 있는 경우 : Infatuated love (도취성 사랑)
헌신만 있는 경우 : Empty love (공허한 사랑)

친밀감과 열정만 있는 경우: Romantic love (낭만적 사랑)
친밀감과 헌신만 있는 경우: Companionate love (동반자적 사랑)
열정과 헌신만 있는 경우 : Fatuous love (얼빠진 사랑)

3. 사랑의 3 요소의 반감기의 문제에 대하여
사랑의 3 요소 중에서 친밀감과 헌신은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감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조차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열정은 다르다. 특히, 열정에서 가장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성적인 욕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눈에 띄게 감소하는가가 문제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앨런 피즈, 바바라 피즈 부부의 견해가 나름 그럴듯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어 경청할 만 하다. 피즈 부부는 공저 ‘밝히는 남자 바라는 여자’(2012. 1. 9. 김영사) 276쪽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볼 때 한 여자와의 관계가 5회 정도면 임신시키기에 충분한 횟수이므로) 성관계 횟수가 6회 정도 지나면 남자는 그 여자에게 흥미를 잃어버린다. 여자가 아무리 매력적인 포즈를 취해도 별 소용이 없다. … ‘5회’ 현상은 다른 종의 수컷, 즉 양이나 소, 돼지에게서도 발견된다. 교미 횟수가 평균 5번이 넘으면 수컷은 그 암컷에게 흥미를 잃는다’

위 숫자는 다소 극단적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럿거스 대학 교수를 역임한 헬렌 피셔 박사 또한 그의 저서 ‘연애본능’(2010. 1. 22. 개정판 발행, 생각의 나무)에서 진화론적 관점에 입각하여피즈 부부와 동일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312쪽 이하).

낭만적인 사랑이 식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진화의 결과다. 격정적인 사랑은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한 애인에게 홀딱 빠져 몇 년을 소비하는 것은 일상적인 활동에는 파괴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이 뇌 회로는 주로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진화되었다. 임신이 보장될 때까지 그하고만 성교하도록 하는 것이다.

4.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흔히들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고 한다. 이 경구는 결혼한 이후의 낭만의 소멸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 그렇다고 죽음이 인간의 목적일 수는 없지 않은가? 죽음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다 하더라도, 죽음을 늦추고 살아 있는 동안 살아있음의 즐거움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낭만적 열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피셔 교수는 위 저서 312쪽 이하에서 예외적으로 오래도록 낭만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부를 중심으로 그 비결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는데, 나도 공감하는 바가 크다. 그의 조언 중 특기할 만한 부분 위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두 사람 모두 예외적일 만큼 활동적으로 경력을 쌓았으며, 특별한 일들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낭만적인 열정을 지속시켰다고 믿는다.
지적으로 계속 성장하라. 상대를 참여시켜라. 그를 존경하라. 그녀를 존경하라. ... 공통의 관심사들을 개발하고, 진기하고 흥분시키는 일은 꼭 함께하도록 하라.

#결정사 #결정사경험담 #돌싱 #재혼 #사랑 #열정 #낭만

댓글 98

스타트업 · l*********

이런 걸 왜 더 어렸을 땐 몰랐을까요? 어렸을 때도 어떤 사람 혹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찰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마도 그때의 저는 미성숙했나봅니다

변호사 · l********* 작성자

저 역시 아직도 충분히 성숙한 사고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읽고 생각하며 저의 생각을 가다듬는 중입니다.

간호사 · i******

와.. 너무 좋은 글이에요. 지우지 말아주세요!!

변호사 · l********* 작성자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악풀은 별로 없어서 글을 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작성일2023.02.02.

국민건강보험공단 · j******

좋은글 감사합니다. 생각이 많아지네요, 사랑의 삼각형 이론..

AP시스템 · 제*

지난 연애에서는 헌신이 부족했네..

한국수력원자력 · 중********

이제 봤는데 공감이 많이됩니다. 다음글도 기대가 되네요

변호사 · l********* 작성자

틈틈이 쓰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13 꼭지의 글을 썼네요.

스타트업 · c*****

역주행하며 보고 있습니다! 블라에서만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좋은 글들이네요…!

변호사 · l********* 작성자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런 글은 블라에서 밖에는 쓰기 힘드네요^^

공무원 · 후*****

역주행중입니다 ㅎㅎ
본문에서 언급하셨듯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 모델에서 가장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은 열정, 친밀감, 헌신(또는 책임감)이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열정에서 시작하여 친밀감으로, 친밀감을 거쳐 헌신(책임감)으로 이동하며 삼각형의 가운데 어디쯤 위치하는 그런 모습이지요.
그런데 참 어려워요. 이렇게 완벽한 이상적인 사랑을 하는 커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게다가 결혼을 하고 결혼 생활을 원만히 유지함에 있어 사랑도 중요한 하나의 요소인 것은 맞지만, 그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ㅎㅎ

변호사 · l********* 작성자

사랑 이외에 다른 것들도 물론 중요하지요. 저도 그래서 서로를 알아 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부부'라고 한다면 역시 '사랑'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 k*****

이번 편이 제일 좋아요. 사랑에 대한 통찰력이 정말 좋으심. 사랑 SPA 버전 같네요 ㅎㅎ 다음 편 읽으러 갑니다. 오래 써주시길 ㅎㅎ

변호사 · l********* 작성자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행 · i*********

너무 좋은 글입니다. 노력에 감사드려요.

변호사 · l********* 작성자

격려해 주시는 댓글을 이제야 발견했습니다.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롯데멤버스 · a*********

너무 잘 읽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변호사 · l********* 작성자

하찮은 글에 대한 격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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