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썸·연애

결정사 경험담 (3)

변호사 · l*********
작성일2022.12.20. 조회수2,220 댓글35

이어서 쓰는 글임

https://www.teamblind.com/kr/post/3LEDKaUk

이번에는 결정사에서 소개 받아서 여성분을 만난 뒤에 느꼈던 점을 아쉬웠던 부분을 중심으로 써 보겠음

읽기 전에 주의사항
1.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임. 특히 "결정사 경험담 (1)"에 적은 나의 성향을 전제로 한 것임
2. 의도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적은 부분이 있을 수 있음. 만난 분들의 사생활은 소중하니까.
3.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 나올 수 있음 - 가능하면 품위 있게 쓰고 싶지만, 그러면 별로 내용 없는 글이 될 수 밖에 없어서 일부 자극적인 표현을 썼으니 양해 바람. 나 그런 사람 아님.

1. 초면에 실례입니다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소개 받아 만난 첫 날부터 당황스런 질문을 한다.
예를 들어, '이혼 사유가 뭔가요?' 같은 것인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상대방의 교양 수준을 의심하게 된다.

굉장히 실례인 질문인 것은 둘째치고, 너무 순진한 질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바람피다 걸려서 전처로부터 소송을 당해서 이혼을 했다 한들 순진하게 '하하하... 바람피다 쫓겨났습니다'라고 할까?

2. 프로필만 읽지 말고, 나를 읽었으면...

결정사를 통한 만남의 최대의 장점은 상대방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학력, 직업, 연수입 기타등등

그런데 프로필에 나와 있는 정보는 어디까지나 기초적인 정보에 불과하다. 이걸 간과하고 너무 거기에만 집중하는 분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변호사'라는 직업을 놓고 보자. 성격, 학력, 성향.... 기타 여러 가지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 중에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기타 별의 별 놈이 다 있다. 나 역시 '별의 별 놈'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도 '나'를 읽으려고 하지 않고 '저 사람은 변호사니까'라고 스스로가 머리 속에 새겨놓은 이미지를 전제로 나를 대하는 분들을 보면 답답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3. 호의는 권리가 아니다.

내 연애 스타일은 좀 올드하다. 예를 들어, 나는 만나면서 더치페이를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밥 값이 부담될 정도로 벌이가 시원찮은 것도 아니고... 나누어 내는 것도 귀찮고, 몇 번은 내가 사고 몇 번은 네가 사는 것을 정하기도 귀찮고, 머리 속으로 그런 걸 세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내가 다 낸다. 한마디로 귀찮아서 그냥 내가 낸다.

밥 값이 대단히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후식이 나오는 식당의 경우는 논외로 하고, 후식이 나오지 않는 식당의 경우에는 문을 나서면서 '커피는 제가 살게요' 정도만 얘기해도 나는 그 분을 후하게 평가한다(그래도 커피도 내가 사지만).

문제는 두 번 세 번 만나다 보면, 내가 밥을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들이 가끔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번번히 미안해서 어쩌죠'라던가 '매번 안 그러셔도 되는데'라는 멘트를 던지는데, 그거면 충분하다. '다음엔 제가 꼭 살게요' 정도면 만점이다. 하지만 그런 립서비스조차 생략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다음엔 ~~ 가요'라고 하는 경우이다. 아니... 나를 무슨 식권 자판기로 아나?

밥 한끼 사는거... 정말 별거 아니다. 그런 사소한 일로 유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나는 당신의 행동을 호의로 생각한다'는 메시지 말이다.

4. 사실은 저 바빠요...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바빠요?"라던가 "바쁘니?"라고 물었을 때 "바쁘다"라는 말을 하는 것을 꺼린다. 그 말 속에는 "당신은 나의 시간을 빼앗기에는 하찮은 존재이다"라는 메시지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로 바쁠 때 전화가 온다거나 하면 "지금 바쁜데"라고 하지 않고, "미안하지만, 지금 정말 바쁜데 급한 일이니?"라고 충분히 양해를 구한다.

어느 직업인들 안 그러겠냐만, 변호사 역시 일에 치여 산다. 그래도 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바쁘다는 말은 좀처럼 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속사정을 몰라주고 업무시간에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이다. 나는 아무리 바빠도 미팅중이거나 법정에서 변론 중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답장을 보내 준다. 거기서 끝나면 그래도 괜찮다. 문제는 그 이후로 계속해서 문자가 이어지는 경우이다. 뭐, 심각한 일 때문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대부분은 그저 잡담이다. 이러면 나는 업무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진짜로 바쁠 때는 돌아버린다. 그렇다고 바쁘니까 그만 보내라고 할 수도 없고...

이런 경우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호감에서 비롯된 것이라서 기분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상대방 여성에 대해서 '아... 이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구나' 내지는 '이 사람은 철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5. 여성 쪽이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앞서 글에서도 썼지만, 나는 나잇값을 하면서 살려고 애쓰는 편이고 최대한 예의바르고 점잖게 행동하려고 애쓴다. 물론 친해지면 다르다. 친해지면 장난도 치고, 시시껄렁한 농담도 하고 상남자같은 짓도 한다. 하지만 어지간히 친해졌을 때의 얘기이다.

이런 성격이라, 당연히 소개받아 나온 여성분에 대해서도 나는 굉장히 정중하게 대한다. 스킨쉽? 절대로 먼저 시도하지 않고,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짓도 삼간다.

남자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시대상을 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나도 미혼이던 과거에는 꽤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다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불쾌하게 느낄 만한 접촉을 했다가는 성추행(정확한 법률용어로는 '강제추행')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좀 나쁘게 말하면, 남자들이 조신하게 처신해야 되는 시대이다.

그에 비해 여성의 남성에 대한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진도'를 나가고 싶다면, 여성 쪽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 남성이 좀 나대는 스타일이라면, 알아서 스킨쉽이라던가 애정표현을 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이른바 "전문직 남성" 치고 그런 스타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있다면, 바람둥이로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결정사 #결정사경험담 #재혼 #돌싱

댓글 35

공무원 · A******

글이 재밌어서 연재가 기대됩니다
좋은 결론으로 났으면 좋겠습니다 형님

변호사 · l********* 작성자

연재까지는 몰라도 생각나는 대로 틈틈이 쓸 생각입니다만, 딱히 결론이랄 것은 없겠죠. ㅋ

스타트업 · j*********

결정사를 2년 동안 하고 있는데...
3번과 같은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상형을 물을때 이렇게 답드립니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시는 분"이라구요.
그런데 이걸 깊이 생각하지 않으시는 분들,
아니 애초에 잘 모르시더라구요.
호의는 당연이지만 적어도 그에 대한 표현은 필요하다는 것. (거절이듯 긍정이듯 보류듯)
저도 지키기 힘든거니 남에게 요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만났던 분들에게 마음 깊이 말하고 싶습니다.

변호사 · l********* 작성자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의외로 지켜지기 어렵죠.

창원파티마병원 · q********

와 이 남자 진국이다

변호사 · l********* 작성자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천향대학교병원 · 꾸***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좋은 분 만나셨음 합니다.

변호사 · l********* 작성자

보잘 것 없는 글재주를 후하게 평가해 주시고, 좋은 말씀까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무원 · i*********

잘 읽었어 형 너무 재밌음 ㅎㅎ 이제 4를 보러 ㄱㄱ

변호사 · l********* 작성자

좋아해줘서 고마워~

의사 · !*********

시즌3까지 정말 잘 읽었습니다ㅎㅎ저도이제 시즌4 보러 갑니다

변호사 · l********* 작성자

재밌어 해줘서 쓸 맛이 납니다. ㅋ

작성일2022.12.23.

공무원 · l********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간관계가 어렵다기보다는
좀 싫어지는 경향이 있다

결이 다른거 자체가 싫어진다기 보다
그 결의 서사가 납득이 잘 안될때가 싫은데

글쓴이는 결도 곱지만 납득이 아주 잘되는 구체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네
님 같은 사람이 내 직장상사나 동료면 서로 성격과 개성 관점이 달라도 충분히 서로 존중하면서 잘 지낼 수 있을듯
부디 본인과 비슷한 좋은 짝을 만나길.. 나도 운좋게 과분한 배우자 만나서 살고 있는데 만족감이 참 크다
인생이 그냥 달라진 느낌

변호사 · l********* 작성자

여러가지로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서울특별시 · S*****

형님 변호사라그런지 글 너무 잘쓰시고.. 잼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혼절차밟는중인데 큰힘을받고갑니다..

삼성SDS · |********

글 잘읽고있어요! 저 궁금한게 연락을 자주 하는걸 좋아하지 않으나 여성이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면 언제쯤 연락하는게 좋으신건지 궁금합니다~! 저녁 7시정도 지나면 안부연락 정도 하는건 괜찮은건가요?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시면 문자로는 어떤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변호사 · l********* 작성자

늦게나마 댓글 남깁니다.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만, 당연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문제입니다.

정말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 것이라면 새벽에 문자한다고 한들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예를 들어서 그날 있었던 일 중에 잊어버리기 전에 얘기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거나, 책을 읽다가 문득 내 의견을 듣고 싶어서라던가 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그런데 그런 경우라면 결국 카톡하다 말고 전화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연락 그 자체를 위한 연락(예를 들어, '굿모닝 오늘도 힘차게 하루 시작해' 같은...)은 나중에는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진 관계를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단순한 안부 문자를 습관적으로 보내는 분들에게는 '형식적인 안부 문자는 안 보내셔도 된다. 대신에 목소리 듣고 싶으면 언제든 차라리 전화를 해라. 그게 더 반갑다'라고 말씀을 드리곤 합니다. 실제로 문자로는 의미 있는 대화는 거의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저처럼 스마트폰 타자가 늦은 사람의 경우에는 대화가 뒤죽박죽 꼬이기도 하고...)

그리고 제 경우에는 두어달 이상 만난 분과는 전화나 대면을 통한 대화는 언제나 막힘 없이 소재를 술술술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전의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의 관심사나 배경지식을 잘 기억해 두고 미리 대화의 소재를 어느 정도는 준비해 두는 노력을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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