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소심하거나 조용하다가도
노래방만 가면 눈이 홱 돌아서
양민학살을 시작하는 힘숨찐들이 있다.

노래방에 문 열고 들어간 순간
이미 그들의 먹잇감이 되었지만
그래도
전주가 나올때 쯤
먼저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는
판별법을 Araboza

1. 노래 시작과 동시에 [간주점프] - 중/하수~
: 전주/간주의 공백을 견디지 못하거나
시간이 아까울 경우 사용

- 노래방 기기에 익숙한 것으로 보아
마이크를 제법 쥐어본 태가 난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과 가창력이
별개의 영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감이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간점보이"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최약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2. 노래를 잘 몰라요 [악보표출] - 중수~
: 말 그대로 노래를 잘 숙지하지 못한 경우 사용

- 악보를 보고 높낮이를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음치는 아니다.
처음 불러보는 노래인데 같이 좀 불러달라는
주변 요청에 고수들이 간혹 사용하기도 해서
이 기능만으로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3. [멜로디, 에코 제거] - 고수/초고수
: 반주의 가이드 음과 마이크 에코 제거

- 전주가 나오기도 전에 타타닥 눌러
멜로디와 에코를 제거해버린 그들을 본 당신은
아뿔싸, 뭔가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경청할 준비를 하자.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표현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가이드 멜로디 '따위'와 섞이길 원치 않는다.
때로는 기계 버전이 달라 조작이 생소할 경우
병적으로 그 기능들을 찾곤 하는데
100% 고수 이상이다. 긴장하자.

4. 노래를 시작할 때 자리에서 일어남 - 중수~

- 복압이 노래에 미치는 영향을
어디서 주워들은 게 있어서
일단 일어나서 부르는 친구들이 있다.
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나니
나머지 한 손이 어색해
주머니에 넣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본인들은 그것을 '멋'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진짜 고수들은
편안히 앉아서도 잘 조진다는 걸 잊지말자.

5. 느닷없이 퍼펙트스코어를 켠다 - 고수~
: 음정박자를 정밀채점하여 월별로 전국 순위를 매김

- 채점결과 95점 이상이다?
설명은 생략하겠다.
어쩌다 당신이 그들의 다음 차례에 부르게된다면
퍼펙트스코어 버튼을 한번 더 눌러서
반드시 그 몹쓸 기능을 꺼주도록 하자.
그렇지 않으면 그들과의 정량적 점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좌절하게 된다.

6. "저는 남잔데 여자노래가 잘 어울려요" - 초고수

- ㅈ됐다. 두성을 원활히 구사한다는 뜻이다.
반주가 시작되면
갑자기 눈을 희번뜩이며
김경호 하현우가 되는 애들이 이런애들이다.
3옥타브 솔에 대항할만한 다른 스킬이 없다면
당신은 그 자리에서 그 어떤 곡으로도
절대 메인보컬이 될 수 없다.

7. 취미가 피아노라는 애들 - 중/고수~

- 얘들은 기본적으로 음감이 탑재되어 있어
음치가 드물고, 음악에 대한 미묘한 자부심이 있다.
"아 저는 피아노는 좀 치는데 노래는 잘 못해요 ㅎㅎ"
구라다.
반쯤 기만이라고 봐도 무방

8. 온화한 표정으로 탬버린 - 하수 or 고인물

- 대부분 노래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서
탬버린만 잡고있는 '노린이'들이 여기 속하는데
간혹 초보자 룩인데 뭔가 편안해보이는 사람이
모두를 관음하는 듯한 느낌으로
재롱부리는 고수들을 귀엽게 바라본다.
뭔가 쎄하다면 그 느낌이 맞다.
고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