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회사생활

이직

한국노바티스 · a******
작성일2023.12.01. 조회수945 댓글5

14년전,난 1년도 안된 신입이었다.

항상 일하기 싫었지만 그날은 더욱더 일하기 싫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지점장의 라떼 영웅놀이는 (14년 전의 또 10년전 이야기..24년 전의 전성기 시절  무용담)출근하기 싫은 이유중 하나였다 .그래도 젊은 선배들과 같이 시덥잖은 농담주고 받으며 언제 그만두는지 내기하는 출근전 지하주차장 일과는  좋았다 .

그날도 일하기 싫어 제낄까 하다가 언제 소장의 전화가 올지도 모르는 불안함이 있어서 세미병원 가서 쉬기로 했다 .소장 전화가 오면 조용히 병원 대기하는 것처럼 전화받는 시늉도 불편했다 .
참 이상한게 차에서는 못쉬겠더라.그렇다고 카페가기에는 돈이 아까웠고..

병원  구석에 숨어있었다.

의자 끝자리 .. 잘안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멍하니 쉬고있는 그때   누군가 나에게 쓰윽 다가 오더니 아는 척을 했다..모 심심했기에 인사는 받아줬다..

그땐 헤어 로션(꽃을든 남자 주황색)이 유행이었는데
그형은  헤어로션을 앞머리에만 발랐다. 뒷머리는 차에서 자다가 일어났는지 눌려 있었고…투턱, 쓰리버튼 정장에 벨트 길이는 너무 길어서 왼쪽 옆구리까지 넘어갔었다…. 가장 잊지 못하는 특징은 아굴빵 이었다..담배,커피 섞은 자취방 냄새가 심했다..그리고  껌을 씹고 있어서 쓴내가 났다 ... 좀 멀리 대화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형은 자꾸 나에게 속삭이듯이 말하고 싶었는지 계속 내 옆으로 붙었다 .

(나중에  그형은  나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준  귀인(?)  이었다.)

아굴빵형은 썰을 풀기 시작했다.

이 병원의 과장님 성향이 어떻고,,우리 처방은 얼마 나오는데, 너넨 얼마나 나오냐..선배들은 잘해주냐,예산은  남았냐등등

그리고 아굴빵형은 대화 끝 무렵에 나즈막하게 본인의 꿈을 이야기했다.

 외자사에 갈것이라고 했다.

외자사??

거긴 영어 잘해야 하고, 생김새도 젠틀해야 하고, 고학력에 디테일도 잘해야만 갈수있는 곳 아닌가??
(전적인 내생각 였음)

아굴빵형을 잘몰랐으나 솔직히 그냥 입냄새에서 탈락할것이라 생각 하고 웃어넘겼다 .

그런 형이 몇달뒤 연락이 왔다.

본인 인수인계 하는 중인데 얼굴이나 보자고…

병원 근처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나기로했다

그형은 여전히 헤어로션을 앞머리에만  바르고 뒷머리는 눌려 있었으며 벨트 또한 그대로 였다..역시나..아굴빵은 더심해졌고…

근데 무엇인가 그날따라 달랐다 ..달라진건  여유있는 자신감에 찬 얼굴이었다.

그렇다 ..아굴빵 형은 외자사로 이직을 했다 .이직하게 된 회사 이름을 말해주었지만 어딘지 잘 몰랐다.

연봉수준을 이야기 해주면서 자랑섞인 본인의 역량을 말해주었다.

그러고선 나에게 이력서 보내줄 테니 참고해서 외자사에 지원해보라 했다..

그렇게 이력서를 메일로 받았다..

며칠뒤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다.

같은 제품을 코웍하는 외자사 직원을 병원에서 만났다.

근데 이 외자사 형은 졸라 얄미웠다. 필요한거 있을때만 친한척 전화로 물어보고 ,세미나 할때만 나타나서 결제는 자기가 하겠다고 생색은 다냈다.

그리고 급한거있으면 부탁이 아닌 명령조로 나에게 요청을 했다.

도대체 어디서 짱박혀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그러고선 만날때마다 내가 아는 정보 빼낼려고 커피 한잔 사준다.웃긴건 그 외자형은 전국 1등으로  세일즈를 달성해서 본사 투어 간다고 했다. 졸라 꼴보기싫었다.

......가만있어봐!

이거 외자사 라는 문턱이 그리 높은건 아닐수도 있겠네??               

외자형 1등 사건이 나에게 이직이라는 의지를 불타오르게 했다.

파트너만 잘만나면 1등 쉬운거 아냐?

그래  나도 써보자 .그리고 좀 인간답게 일하자..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나도 외자사에 이력서를 냈다..아굴빵 형의 이력서에 이름과 개인정보만 바꿔서..

며칠 뒤..연락이 왔다..외사자에서…면접 보자고…??

와!
그때부터 긴장 되었다.. 무엇부터 해야 될지 몰라서 아굴빵형에게 전화했다.

형은 영어로 자기소개는 무조건 시키니 준비해가라 했다.

면접스킬도 알려주었다.

자연스러운 손동작에 ,당황하지 않는 제스처…

그리고 절대 불법적인 영업은 안한다고 하고…

마지막 한가지는 꼭 챙겨가라했다.

껌!

껌을 씹고 입천장에 붙여놓으라 했다. 그래야 대화할 때 향기가 난다고….그리고  꼭 이브 껌을 사라고 했다 .향기가 오래간다고 ..



자기소개서를 달달 영어로 외웠다. 그리고 지하철 역에서 내려 이브 껌을 샀다..그리곤 천장에 붙였다.껌 한개는 너무커서 발음이 안될것 같았다 .1/3 부분만 떼내어 오물조물 입 천장에 껌을 붙였다.

이때 알았다 .왜 아굴빵 형이 껌을 씹고 다니는지 ….은근 향기가 좋았다 ..

면접 보러간 그 외자사는 우리 사무실과 달랐다. 진정한 회사였다 .ㅋㅋ

깔끔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우리사무실은 담배냄새가 쩌들었고,무슨 죄인들처럼 떠들면 안되는 그런 경직된 분위기 였다.각 소에 한대 있는 노트북은 부팅만 30분 걸리는 고물이었다. )

당연한 거지만 외국계회사라 그런지 외국인도 보였다.그런 외국인이 나에게 눈인사를 해줬을 때

엄청 설레었다..멋져 보였다.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렇게 면접을 봤다.그리고 합격의 문자가 왔다 .

그런데 마냥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라떼 지점장의 이야기가 그리워질 것 같았고,월말 마감에 욕하는 소장과 왜 지랄이냐라며 담배 피러  가자는 선배들이 그리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이마음을 알아줄 사람 딱한명이 떠 올랐다 .아굴빵형에게 전화했다.

그형도  퇴사할때 나랑 같은 마음이 들었지만,일주일만 지나면 다 잊혀진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영업이지만 새로운 영업을 배우게 될 것이니 무조건 튀어 나오라 했다.

그렇게 연차소진도 없이 난 인수인계후 바로 외자사에 출근 하게 되었다.

넥타이도 사고 정장도 사입었다.

구두,양말,속옷도 새것으로 입었다 .왠지 새것을 입어야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다.입사동기 없이 처음으로 혼자 회사를 간다는 것이 외롭고 떨렸다.그래도 전 회사에서 잘배웠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위해 나름 새것으로 꾸몄다.  (그게 더 웃겼을것 같다.)

그게 2010년 4월 1일 이었다 .

#제약영업#이직#외자사#면접

댓글 5

한국노바티스 · a****** 작성자

있습니다.ㅎ
곧 올릴게요
관심 감사합니다^^

공무원 · i******

ㅋㅋㅋ 검색되게 시리즈명좀 제목에 붙여 형

서울대학교병원 · 중*********

와 글되게 재밌게 잘 쓰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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