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반려동물

19살 노견, 제가 뭘 해줄 수 있을까요

ex-롯데카드 · 진**********
작성일04.22 조회수384 댓글15

저희집 아롱이는
곧 대학 입학을 앞둔 노견이에요 🙂
저는 출산을 일주일 앞둔 산모이기도 하고요

아롱이는 제가 학생 때부터 함께해서 쭉 같이 지내오다
제가 나가 살면서부터는
2년 정도 전부터 엄마 혼자 케어하고 계세요
엄마는 재택근무를 하셔서 집을 비울 일이 없으시고 하셔서

2019년부터 아롱이 큰 수술들로 힘들었던 나날들이 또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유선종양, 중성화, 슬개골탈구, 피부병, 특발성간질 등등..

근데 지금은 그마저도 너무 그립네요.

아롱이는 이제 시력도, 청각도 아예 없습니다

후각도 짐작으로는 약간이나마 남아있는 것 같아요
산책 시 냄새 맡는 걸 좋아해서 걷지는 않고 내내 냄새만 맡던 아이인데
이제는 어딜 가도 냄새는커녕 그냥 멍하니 서있기만 하거든요

음식 냄새는 코앞에 있으면 그래도 맡고 잘 먹고 좋아하는 듯해서 여러 간식들을 사 보고 있어요

치매 증상도 나날이 심해져서

배변은 이제 아예 가리지도 못하고

시력이나 청각이 없으니 물 마시러 가는 길도 못 찾아서 목말라서 헥헥 거리거나

집에서도 어딜 가고 싶은지 어렵게 일어나서 걸어도 벽에 부딪혀서는 주저앉고

다리에 힘도 없어서 겨우 일어나는데

보통 24시간 중 20시간은 자고 3시간 정도는 가만히 힘겹게 서서 정말 그 자리에 그냥 그대로 서 있기만 해요

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니
만져주거나 햇빛이 갑자기 강하게 들거나 하면
움찔거리고

다음 주에 출산을 준비해야 해서 또 신혼집으로 가야 하는데

어머니가 그러세요
평소에는 니 방 근처도 얼씬 안 하는데
니가 오거나 니가 다녀가면
냄새가 나고, 남는지
며칠은 제가 가도 방에 와서 머물다 가고 기웃거리고
그러다 며칠 지나서 냄새가 안 나는지 또 근처도 안 간다고

어제는
오랜만에 다른 개들 냄새라도 맡게 해줄까 해서
남편이랑 애견카페에 가 봤는데
다행히도 시간 지나니까 좀 걷고 냄새도 맡고 하는데
그래도 뛰어다니고 걸어 다니는 친구들을 보니까
목이 자꾸 꽉꽉 막히는 기분이라
힘들었네요ㅎㅎ

작년에는 안락사 권유받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었고

여러 고비 참 고맙게도 잘 넘겨줬던 아롱이라
받아들이자 받아들이자 하면서도
출산하고는 또 오래 못 볼 거 같아서
간식, 영양제, 여러 용품들 왕창 주문해서 정리하면서
자는 모습을 보는데
내일이면 이제 가야 하는데
얼른 출산하고 와서 또 보고 싶은데
보면 될텐데
아롱이도 우는 거 싫어했었고
뱃속에 아기도 싫어할 거 같아서 정말 꾹 참아보지만
역시나 너무 힘드네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아이에게는
뭘 해 줘야 좋을까요
뭘 해주고 싶은 것 또한 제 욕심일까요?

19살 노견, 제가 뭘 해줄 수 있을까요 2019년 여름날의 아롱이

댓글 15

공무원 · i********

체취 맡게 옷을 곁에 둬줘

ex-롯데카드 · 진********** 작성자

배변을 이제 아예 못 가려서 깔고 앉는 거나 곁에 두는 거에도 다 실수하는 중이라
세탁기까지 이번에 새로 들인 상태라 나도 그게 아쉽..🙂

새회사 · N*****

사람도 늙고, 나이드는것인데 강아지도 당연하겠지요.. 지금처럼 아껴주고 생각해주고 사랑해주면 아롱이 역시 행복할거에요. 이렇게 사랑해주는 견주님이 계신걸 보면 아롱이는 행복한 견생일거같네요 ㅎㅎ 지금처럼 생각해주고 아껴주세요

ex-롯데카드 · 진********** 작성자

당연하게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왜 자꾸 못해줬던 것들만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네요ㅎㅎ..
그래도 먹는 순간이나마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요

크래프톤 · s******

16살에 보냈는데 가기전에 시력 청력 다 잃고 산책길에 가만히 서있던 모습이 지금도 아른거려요 아롱이는 대학잘 가구 졸업도 잘 했으면 좋겠네요. 예전에 산책길에 이미 대학 입학한 아이가 유모차에 누워서 바람쐬고 있더라구요 ㅎㅎ 이따끔씩 봄바람 쐬며 고즈넉히 노년을 보내도 좋을것 같아요 저희 아이는 추울때 응급상황에 갑자기 가서 날씨 좋아지니 너무 생각나네요 ㅎ

ex-롯데카드 · 진********** 작성자

말씀해 주신 것처럼 고즈넉이 노년을 보내는 거..
사실 지금처럼 큰 탈 없이 잔잔한 이 상태도 감사해야 하는데
자꾸 들리지도 않는 애한테 내내 사랑한다고 말해주면서 들어줬으면 좋겠고 알아줬으면 좋겠는 건 제 욕심이겠죠ㅎㅎ
날이 좋아지니 먼저 간 아이도 분명 좋아하고 있을 거예요 🙂

크래프톤 · s******

아차싶은데.. 쓴이 건강한 아이 순산 바랄게요! 아롱이는 쓴이
마음 고스란히 느낄테니 안타까워만 하지 말구 밝은 모습 보이면 좋아하지 않을까요ㅎㅎ

ex-롯데카드 · 진********** 작성자

그래서 19년부터 지금까지도 쭉 큰 검사나 수술 시에도
앞에서는 안 울어요ㅎㅎㅎ..처음 발작하던 날 병원 가서 진짜 오열을 하는 바람에 혼났었거든요 그럼 애들이 더 놀라고 불안해한다고
뒤에서 몰래 울어요ㅎㅎ🥲 아롱이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가족 아닌 다른 분이 이렇게 같이 걱정해 주시니 위로가 되네요 또..🙂

새회사 · 안*

치매나 몸이불편해지면 침으로 빠르게 치료하는 수의사있어...! 나 나중에 울강쥐들 마니아프면 편히해주려고 저장해놧는데
인스타들어가면 동영상후기도 많구 거부감없으면 댓글줘 공유할게!

ex-롯데카드 · 진********** 작성자

예전에 슬개골이랑 디스크 때문에 인천에서도 유명한데서 침 많이 맞았었는데 아롱이는 침이랑 좀 안 맞는 거 같아..ㅠ맞으면 항상 더 안 좋아졌어서..
워낙 지병이 많아서 병원도 오래 다녀서 이제는 쉬게 해 주고싶고..ㅎㅎ
말이라도 고마워요 🙂

새회사 · 안*

아아그렇구나ㅠㅠㅠ 글보고 덜컥하는 마음에 급하게 댓글달았는데 이미 다녀왔구나아ㅠㅠ
아무쪼록 아롱이도 쓰니도 마음 편히 함께 시간보내길 바랄게
사진두 너무너무 이쁘다 ...😍

스타트업 · i********

못해줬던거 생각안나게 다 해줘요
우리 강아지는 암이었는데, 암 덩어리가 너무 커서.. 장기보다도 더 커서 개복했다가 다시 닫았었어.. 결국 암 통증 때문에 결국 안락사했는데, 안락사 결정하고 1주일동안 정말 먹고 싶은것도 다 주면서 사료 1알도 안주고, 소고기 닭고기 계란, 식빵 같은것만 먹이고 먹고 싶어하던것도 다 먹이고, 움직이고 싶어할때면 유모차 데리고 나가고 산책나가서 5분 걸어도 1시간 안고 돌아다니고 그랬어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남는 후회가 많은데.. 그래도 먹고 싶은것도 다 먹었고, 엄마 품에서 따뜻하게 안아프게 보내서 다행이다 하면서 생각해

새회사 · i******

주변에서 이보다 더 어떻게 해 라는 말 들을정도로 매달려서 잘해줘도 아이가 아프거나 그 순간이 오면 결국 또 제 탓을 하게 되는거같아요ㅜ 내가 이때 이랬으면 안아팟을까? 더 잘해줄걸 이생각만 들더라구요ㅠㅠ 보호자님은 보호자님 위치에서 충분히 잘 하고 계셨을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곧 대학에도 갈 만큼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해요 곧 태어날 아이 이제 이별이 느껴지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많은 생각이 드네요. 둘다 너무 소중한 존재들인데 앞으로도 내가 못해줘서 잘못됐나 이생각들을 수도 없이 할 테지만 그냥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서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의 마음이 튼튼해야 아이도 튼튼해지니까요

새회사 · R*****

시각도 청각도 없는 아이라도.. 곁에 아직 살아있음이 부럽네요.
강아지들은 냄새로 사람을 구분할수있으니..보호자님 채취가 있는 옷을 곁에 놔주세요~

새회사 · u*****

와 사진은 진짜 많이 쳐도 2-3살같아..
나도 시츄키우고 올해 14살인데 진짜 걱정이 많거든..
글 내용만 봐도 아롱이가 얼마나 많은 사랑과 케어를 받으면 지냈는지 눈에 훤하네 ㅠ_ㅠ
같은 길을 걷는 후발주자로서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사랑이 느껴지는 글이야
내가 이거해줘라 저거해줘라 얘기할 수 있는게 없네
아롱이 항상 행복하길 바랄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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