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활발하게 하면서 최종적으로 깊은 애인을 한 명 찾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2년 가량 여러 소개팅 앱을 사용해 본 후기를 올림. 상대 여자로부터 겪은 불편함을 불평하는 부분이 있지만 일반화하여 욕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와 불편함 없으시기 바람

0. 오래 하면서 몇 가지 알게 된 사실

앱마다 과금 정책이 다르지만 보통 남자가 비싸다. 무과금은 무료로 하루 3~4개 하트를 번다고 치고, 남자는 좋아하는 프로필에 ok를 보내면 15~20개, 채팅방 열려면 20~30개의 하트를 소비

여자는 남자의 1/2 ~ 1/3 정도 하트를 소비함. ok 보내기 정도는 무료인 경우도 있음. 그리고 이 사실을 보통 남녀가 서로 잘 모른다. 그리고 서로 이런 부분에 관심도 생각보다 없음

하트를 빨아먹는 역할을 하는 알바가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

1. 사용 패턴

남자 자신이 앱 평가 상위 5% 미만이라면 실제 외부 평가는 흔남에 속할 것으로 예상. 20명에게 시도해서 1명 연결된다는 생각으로 하기 때문에 무과금으로 확률을 높이고 싶으므로 여러 앱을 깔아 사용. 앱마다 꼬박꼬박 얼평을 해서 재화를 벌고 적당히 모이면 ok 보내기로 방출하는 식. 다음과 같은 기대는 하지 않음

* ok나 쪽지 보내면 수락할 것이다
* 수락하면 저쪽에서 채팅방을 열어줄 것이다
* 대화하면 카톡 연락처를 줄 것이다
* 카톡하면 실제로 만날 것이다
* 실물이 사진처럼 생겼을 것이다
* 도중에 변심하면 내게 말해주고 끝낼 것이다

기회를 잡으면 만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하지만, 확률이 워낙 낮아서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기대도 하지 않음

2. 내가 시도하지 않는 여자

요약하자면 뭔가 지나치게 과하거나 성의가 없으면 거름. 어차피 안될 거라는 촉이 오면 무과금러는 재화를 아껴야 하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으므로, ok를 받으려면 소개팅앱 임하는 마인드는 가벼워도 상관 없지만 프로필에 성의는 중요함

프로필 사진이 이런 경우 정말 많은데 다 거름

* 셀카 화질 구림 or 정말 못 찍은 셀카: 어필할 의지가 진심 있는 건지
* 셀카가 90도 누워있거나 거꾸로: 배려심보다 사진 연출이 중요한 타입
* 셀카가 n분할, 스노우 등 각종 효과: 응 사진 이쁘단건 알겠고 당신 이쁘단건 모르겠음
* 사진이 1~2장 뿐 or 같은 사진이 2장: 무슨 마음인지 왠지 알 것 같음 ㅇㅋ
* 멀고 먼 전신사진 뿐: 뭘 감추고 싶은지 왠지 알 것 같음

프로필에 '한마디'가 다음과 같은 경우도 흔했는데 거름

* 아무 내용이 없거나 상투적임: 알바같음
* "진지하신 분만": 결혼 말씀하는 거면 듀오로 가듀오
* "변태는 바로 차단한다", "보자마자 카톡부터 물어보다니 무슨 매너?", "찔러볼거면 꺼져" 등: 안타깝지만 경험을 빙자한 프로불편러. 스스로 나쁜 남자와 좋은 기회를 함께 필터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으면
* "하트가 없어용ㅜㅜ": 애교는 아닌 거 같은데? 그 많던 하트는 누가 다 먹었을까
* "그냥 재미삼아서, 심심해서요", "친구가 하래서 해봄": ok 줘봤자 나랑 연애 의지가 없을 거 같음
* "반말", "무성의": 자기가 예쁜 거 알고 얼굴값 할거라는 느낌이 확 남

3. 많이 경험한 현상

* A앱에서 본 프로필을 B, C앱에서 또 본다: 오히려 반가움. 앱을 여러 개 한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음
* A앱에서 보고 높은 점수 준 프로필을 A앱에서 다시 본다: 다시 높은 점수 드리지만, 방해될 거 같아 ok는 주지 않음
* A앱에서 보고 ok 준 프로필을 A앱에서 다시 본다: 별점 1점 줌. 날 거절했으므로ㅎ
* ok를 준 사람과 채팅방을 연 사람은 보통 같은 사람이 되는데, 이 흐름은 공정하지 않은 것 같아 좀 불만
* 연결된 여자 열에 아홉은 나랑 채팅하다 만나기도 전에 갑자기 통보 없이 잠수 or 나를 차단하는데 아직도 그 매너는 이해 안 됨
* 애매하면 그냥 ok 안 받아줬음 좋겠음. 애매하니까 어차피 안될건데, ok 받아주면 채팅방 여느라 곱절의 재화를 써야 함
* 채팅방에서 안녕하세요 한 마디 하고 잠수하면 어차피 의지도 없었으면서 환불도 안되게 만들어서 짜증남
* 그 많은 프로필 중에 왜 하필 자기인지 물어보는 여자 꼭 있음. 당연히 그런 것 없어요. 처음부터 그런 거 있는게 더 거짓말 아닌가. 이제 당신이랑 그런 이유를 만들려고 만나는 거에요.

4. 여자인 당신이 앱을 할 거라면 알았으면 하는 것

* 별점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셔도 돼요. 평가 그리 공정하지 않음
* ok 홍수에 시달린다면, 한 명도 안 놓치려고 하지 마시고 몇 명 신중히 골라 집중해 주세요. 남친 만들기 금방일 듯.
* 이미 누군가와 연결 되었다면, 그 사람에게 집중해 주세요. 그 사람 괜찮은 사람 맞습니다.
* 여자의 남자 평가는 아주 박한데, 가장 큰 이유는 적당한 점수만 줘도 추천 카드에 남거나 상대에게 알림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 상대가 맘에 들면 자신이 먼저 ok 날리거나, ok에 채팅방으로 화답해 주세요. 저는 기분이 진짜 좋았습니다.
* 당신은 정말 흔하지 않게 예쁘지만 어쨌든 앱에는 당신 같은 예쁜 분위기의 프로필이 인스타처럼 너무 많아서 솔직히 둔감해 집니다. 이 점이 오히려 당신을 알고 싶은 이유가 외모 때문만은 아니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 남녀 서로 얼굴 보고 만나는 거냐 물으신다면 맞아요. 근데 그게 필연적으로 인간관계를 가볍게 만든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프로필은 남녀가 시도해볼 마음이 생기게 해주는 걸로 역할을 다하고, 진짜 관계는 결국 대화와 호감으로 발전합니다. 앱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해요.

5. 결론

그래서 앱 만남을 찬성하는가? 네 찬성합니다.
앱 만남은 가벼운가? 꼭 그렇진 않습니다.
가벼운 만남은 무가치한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앱에 거는 기대는? 10점 만점에 2점

앱은 단지 이성을 만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열어둔 여러 채널 중 하나

나랑 비슷한 구조로 쓴 여자 후기 봤음 좋겠다. 여자가 보는 남자 프로필 세계가 궁금함.

기대가 적기 때문에 돈을 쓸 가치를 못 느껴서 무과금하려고 하지만 그러다 보니 앱이 보통 요구하는 얼평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너무 많이 하면 스스로 조금 잘못된 거 같고 자괴감 느낌.. 하지만 별 수 없어서 계속 함

얼평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서 자존감을 회복할 때도 있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마케팅인 것 같고 정말 수도 없이 거절당해서 이제는 무덤덤한 가운데에서도 꽤 우울감을 얻게 됨

6. 추가

거절 버튼 있었음 좋겠다. 상대가 누르면 내가 거절당한 거 알 수 있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