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이직·커리어

공기업 가지 마라

금융감독원 · n****
작성일2018.10.27. 조회수54K 댓글383

여기 들어와보면 공기업, 특히 금공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 참 많은 것 같은데, 간단히 말해서, 공기업 가지 마라.

첫째, 들어가기 너무 어렵다. 대충 적당히 준비하고 운 좋으면 뚫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시험운을 타고 나지 않은 한 필기에서 운으로 붙을 확률은 1%미만이다. 우리 회사 공채시험 채점해보면 절반 이상이 과락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시험보러 왔는지 알 수 없는 답안지가 절반이 넘는다. 어차피 상대평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과락은 합격자수가 미달이어도 뽑지 않는다. 게다가 쓸 데 없이 경쟁률은 높아서 정말 열심히 준비하지 않으면 필기에서 다 떨어진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예전엔 사시 2차 붙은 사람이 금감원 법학직렬 공채시험 떨어진 적도 더러 있었다. 면접도 심층면접이라고 하면서 9시부터 5시까지 점심시간 빼고, 10분씩 쉬는 시간 빼고 계속 긴장의 연속이다. 그리고 면접 잘 보는 사람은 타고 나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긴장도 안 하고 말빨 하나는 끝내준다. 이런 희박한 확률 잡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 정성으로 다른 자격증을 따라.

둘째, 공기업이라고 워라밸을 기대하면 착각이다. 공기업 중 상당수가 이미 워라밸을 포기한지 오래다. 금감원도 하루에 회사에서 14시간, 15시간 넘게 보내는 사람이 상당수다. 일 잘 하는 사람한테 일은 몰리는데 그렇다고 그 사람한테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바쁜 사람은 점점 바쁘고 칼퇴하는 사람은 계속 칼퇴한다. 그렇게 일하고 받는 돈은 은행만큼도 안 된다. 급여인상율은 기재부 가이드라인 따라가기 때문에 실질소득은 매년 감소한다. 그래도 언론 기레기들은 방만경영이라고 허구헌날 하이에나떼처럼 물어뜯고 감사원은 지들은 주식거래 해도 금감원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재테크도 안되고 겸직도 안되고 야근은 엄청 하는데 실질소득은 매년 감소한다. 그래도 젊은 직원들은 연수 한 번 가보겠다고 꾹 참고 일하는데 결국 연수 가는 건 총무국, 기획조정국, 공보실 - 이런 감독, 검사하고 동떨어진 부서들이다. 팀장, 국장, 임원들은 젊은 직원들 연수나 해외파견 이용해서 길들이려고 들고 연수갈 짬에 힘든 팀장 만나면 불평 한 마디 못한다. 한국은행은 더 심하다. (내가 직접 들어본 바로 그렇다.) 행내 경쟁이 심해서 일이 있건 없건 무조건 야근이다.

셋째, 공기업은 무조건 공무원의 하청업체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공기업에 기생하는 존재다. 금융위는 금감원에 보고서 올리라고 한 다음 편집 다듬고 요약하고 단어 바꿔서 발표한다. 금융회사 재무건전성 검토할 때 금융회사 재무제표 뽑아서 엑셀로 보내면 재무제표 읽을 줄도 모른다. 한글문서로 재무제표 한 번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게 보고서로 만들어서 보내라고 한다. 또 공무원이랑 같이 해외출장 나가면 출장 가기 전에 사전보고 자료 내놓으라고 하고, 해외에서는 공항에 마중 나오라고 하고, 갔다 오면 결과보고 한 거 내놓으라고 한다. 새파랗게 젊은 사무관들이 나이 지긋한 금감원 팀장한테 전화해서 보고서 보내라고 떽떽 거리면 금감원 팀장은 팀원한테 시키고 그러면 팀원은 속으로 공무원 욕하면서도 팀장님이 시킨 거라 꾹 참고 한다. 국감때 공기업 해외출장, 해외사무소 욕 하지만 국회 직원, 공무원들은 아예 해외출장을 놀러갈 작정하고 간다. 검찰, 법원은 더 심하다. 걔네들은 아예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어보면 이미 좋은 곳에 구경가셨다. 그리고 해외출장 가면 일부러 산하기관의 해외사무소 있는 곳으로 가서 관련자료 대신 조사해 달라고 하고 안내해 달라고 하고 조금 높은 사람 끼면 공항 마중나와라 갑질한다. 공기업 와봐야 공무원 뒷치닥거리 하며 더러운 꼴만 본다.

넷째, 공기업은 무조건 인사적체다. 금감원에도 전문성 가진 사람들 더러 있다. 그 사람들 아무리 실력 있어도 십년 넘게 4급 선임이다. 연차가 다 찼다고 자동 승진하는 것도 이제 옛말이다. 이미 우리는 3급 승진 포기한 사람 많다. 4급으로 정년퇴직할 날도 멀지 않았다. 차라리 능력 있으면 승진 가능한 사기업 가라. 공기업은 무조건 연공서열이다. 능력이 좋은지는 중요하지 않고 줄 잘서고 정치력이 훨씬 중요하다. 이미 실장, 국장된 사람들한테 젊은 직원들의 인사적체는 남 이야기다. 어느 정도 공감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자기는 일찍 들어와서 운좋게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섯째, 기레기들은 금감원 퇴직자 낙하산 맨날 보도하는데 이거 막힌지 오래다. 예전에는 부국장쯤 하면 퇴직 후 자리가 대부분 나왔지만 지금 낙하산 가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퇴직 후 3년간 유관 금융회사에 못 가는데 3년 동안 금융회사가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고 이제 갈 수 있는 자리는 협회 정도가 고작인데 이것도 임원들, 소수의 국장들 가고 나면 남는 자리 없다. 선임만 되면 취업제한 걸려서 그만두고 나가지도 못한다. 한 번 들어와서 4급 달면 끝이다. 금감원 대다수가 퇴직 후 생활에 불안해한다.

여섯째, 그래도 일이 보람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정말 순진한거다. 공기업들은 대부분의 시간은 문서 수정하는 걸로 보낸다. 실무자가 두 페이지 짜리 문서를 써서 팀장, 국장 통과하는 데에 며칠 걸린다. 문서 한 번 쓰면 수정버젼이 보통 10번 넘고 20번, 30번 넘게 고치고 또 고친다. 그러고 나서 부원장보에게 보고하면 부원장보가 빨간펜 선생질 한다. 그리고 다시 고쳐서 올라가면 부원장이 고친다. 이렇게 고치는 동안 디테일은 다 빠지고 알멩이 없는 문서만 남는다. 그러면서 팀장, 국장, 부원장보, 부원장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결정을 내리지도 않는다. 팀장은 국장에게, 국장은 임원에게 판단을 미룬다. 줄간격 바꾸고, 표 넣고, 한 단어가 다음 줄로 안 넘어가게 문장 다듬고 하느라 밤 10시, 11시까지 야근한다. 이런 일 하면서 보람을 느끼면 그게 이상한 거다.

고용안전성은 분명 비교우위가 있다, 현재로서는. 근데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공기업에 들어와서 십년, 이십년 일할 때까지 공기업 고용안정성이 유지될까? 십년, 이십년 후에 갑자기 공기업 경영정상화 한다면서 정부가 인력축소 지시하면 어떻게 될까? 그 땐 어디 갈 곳이나 있을까?

공기업 가지 마라. 혹시 가게 되면 초반에 자기 적성에 맞는지 잘 생각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취업제한 걸리기 전에, 다른 일을 시작하기에 늦기 전에, 미련없이 나와라.

tag

공기업 라운지

댓글 383

현대제철 · c******

공무원은 어딜 가나 갑질이네 ㅋㅋ

공무원 · A*****

공무원하고 하는짓거리가 똑같네

새회사 · 1********

역시 명문이다 ㅋㅋㅋ 6년전글인데 지금은 더더욱 공기업갈 이유가없음

NH농협은행 · l*********

난 안 가는 게 아니고 못 가는 거라..ㅠ

인기 채용

더보기

이직·커리어 추천 글

토픽 베스트

OTT뭐볼까
TV·연예
자녀교육·입시
주류탐험
회사생활
군대이야기
블라블라
직접 홍보
여행·먹방
자녀교육·입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