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블라블라

급여없이 2년동안 일한 썰

비공개 · l******
작성일2023.11.02. 조회수1,030 댓글29

이번에 적당한 중견 합격하고, 어제는 외국계 면접 다녀오는데 “2년 가까이 급여를 못 준 오너는 자격이 없지 않냐” 라는 면접관의 말에 나도 목이 메이더라.

맞는 말이지. 그래 내가 그렇게 일했었어.

첫 회사였고, 10인이하 소기업이었어. 불알친구 아버지 회사였는데 한전 전력사 중 한곳에서 사장 아래까지 가신 분이었어. 친구가 “주에 3일만 일하면 되니까 남는시간에 취업 준비해” 라는 말 하길래 들어간 회사였음.

근데 일하다 보니까 그때 회사에서 준비하던 솔루션도 그렇고 정말 비전이 보이는거야. 특히 오히려 더 규모가 큰 기업들이 여기랑 손잡으려고 미팅 주선하는 모습 보고 ‘이 곳은 곧 된다’ 라는 마음이 생기더라. 한전쪽 네트워크가 있는 회사다 보니 강점이 확실했고.

문제는 돈이 없는 회사였어. 중간에 연구소장 중 한사람이 회사에서 개발하던 아이템, 거기에 들어간 돈을 십억가까이 같이 외국으로 빼돌려버려서 회사돈이 엥꼬가 났네? 사람들 어쩔 수 없이 다 퇴사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애초에 부채도 많았던 터라 융자도 안되는 상황이었음.

그때 후회할 선택을 했다. ”내가 돈 안받고 일할테니 지분이랑 추후 보상을 달라“ 라고 말했고, 친구는 오히려 뜯어말렸음. 아빠 저런식으로 사업 놓치는거 많았다고.

어찌됐던 그렇게 일하게 됐고, 난 얼떨결에 급여 없는 영업팀장이 됐어. 그 이후부턴 정말 치열하게 일했다. 오지에 있는 고객사 공공기관 별의별 곳을 다 가면서 영업했고, 기름값은 지원해줬지만 내 차 갈아가면서 출장다녔음.

그래서 정말 성과도 냈었어. 솔루션 수주도 결국 두 건 해내고, 자잘한 것들도 꽤 했었고.. 근데 애초에 독에 난 구멍에 메우기는 어림도 없더라.. 협력사랑 이것저것 떼고 나면 크게 남는것도 없고.. 특히나 공기업 대상 영업이라 수의계약 금액도 정해져있었음.

그래서 내 연봉은 계속 0 이었다. 나도 그런생각 했지. 그래도 저기서 남는 돈 웬만해선 내 급여로 줘야하는거 아닌가? 근데 그걸 말하기가 그렇더라. 회사 사정 다 아니까. 그것도 내가 어릴적 부터 본 불알친구 아버지니까. 정말 큰 집에서 작은집으로 이사하시는 것도 봤고, 어릴 적 이혼으로 아버지 없는 나에게 양아버지로 생각하라고 말해주셨었으니까. 의리를 보여주면, 언젠간 그게 돌아올거라 생각했다.

결론만 말하면, 회사는 성공 못했다. 정말 큰 기회들이 중간에 있었는데, 역시 공기업 일하시던 분은 도전을 못하시더라.. 돈이 없으면 신용을 걸어서라도 사업에 팬티벗고 뛰어들어야되는데.. 그걸 못하시더라고. 그래서 놓친 기회들이 정말 많았어. 그러다 보니 2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대표님도 미안하다면서 나한테 3년간 월에 100씩 받도록 해주셨고, 나는 나가게 됐다. 근데 딱 4개월 받고 끊겼다. 이유는 ‘회사 사정 때문에..’

대표님, 나랑 친구랑 셋이 저녁먹는 자리에서 그렇게 됐다 하더라. 나도 이때는 정말 화가 났는데, 오히려 친구가 분개하더라. 난 심한말은 안했다. 이제 정신차리실때 됐다고, 신용을 팔아서라도 사업 일으키셔야된다고 했지.. 근데 못하실 것 같더라. 내가 “주변 인맥들한테 망신당하는건 두렵고, 가족들 그리고 나한테 망신인건 아무것도 아니냐“ 했는데 대답 못하시더라. 그렇게 2년간의 첫 회사생활은 퇴사 후 4개월간 받은 400만원, 휴지조각일 뿐인 지분 10%로 끝났다.

돈 안받고 개고생한 경험을 자소서에 썼더니, 항상 면접관들이 묻더라..이게 진짜냐, 무슨생각으로 그랬냐 등등.. 정상적인 회사가 맞나 의심하는 경우도 있고, 어린 나이에 팀장일을 했다는 것에 의문을 갖기도 하더라. 어제처럼 “그런 사람이 대표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 라는 질문도 듣고.. 그 면접관은 내가 비난하길 바랬던 것 같은데, 그냥 내 결정이었으니까 그분의 입장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난 정말로 후회 안한다. 그 대표님을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결국 내가 내린 결정이었고, 내가 그 시간동안 버티기로 한 거였으니까. 난 그저 내가 의리를 보여줄 곳을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만났던 고객사 구매담당자, 협력사 본부장님 등등.. 아직도 연락하고 지낸다. 일 그만 뒀는데도 가끔 뵙곤 함.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해. 내가 사회경험도 별로 없고, 연봉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 사람들에게 한번쯤은 빛나는 영업인이 아니었나.

이제 다음주면 닉 옆에 회사이름 정도는 뜨는 중견회사로 가게 되서, ㅈ소에서 구른 그 시절을 한번 풀어보고 싶었어. 혹시라도 첫 회사를 작은 회사 간 친구들.. 너무 실망하지 말고 나같은 놈도 있었다는걸 위안삼았으면 좋겠네. 결국 그 고생을 알아주는 회사가 있더라.

요약.

1. ㅈ소에서 연봉없이(지분/추후 높은연봉 조건) 개같이 구름

2. 그래도 결국 ㅈ소였음

3. 이직성공!

댓글 29

새회사 · 햄**

ㅠㅠ.. 진짜 고생이였다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 같아 멋있다

비공개 · l****** 작성자

개고생 했지.. 받을 돈 받으면서 일하자!

작성일2023.11.02.

새회사 · i*******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구나. 멋있어

비공개 · l****** 작성자

책임은 어차피 내가 지는건데.. 내가 결정해야 책임져도 억울하지 않더라

인천광역시교육청 · 1*********

많은생각이들고 결론은 글쓴분은 참 멋진분같네요 뭐라도 해내실분같습니다 배우고가네요

비공개 · l****** 작성자

감사합니다 ㅎㅎ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임상병리사 · 로***

멋있다

비공개 · l****** 작성자

별거없습네다..ㅎㅎ

임상병리사 · 로***

자신이 비전을 보고 과감한 선택 할수 있다는게 멋있음👍

작성일2023.11.02.

이카운트 · l****** 작성자

계좌잔고는 하나도 멋있지가 않아요..ㅋㅋㅋㅋㅋㅋ

작성일2023.11.02.

GS건설 · 제*******

2년 후덜

난 2달도 못견딤

이카운트 · l****** 작성자

햐.. 건설행님.. 저도 건설가고싶읍니다..

GS건설 · 제*******

빡셔

이카운트 · l****** 작성자

빡시게 일하는건 이미 마이 했습니다.. 매끼만주시면..

공무원 · i*********

기회를 못만났을뿐, 예전에 머스크가 비슷한 마인드로 일했다고 들었어
큰 그릇이네 횽

비공개 · l****** 작성자

머스크는 6년을 그렇게 버텼다고 하던데.. 그걸 어떻게 했나 싶어

공무원 · i*********

창업했다고 생각하고 구른거같어
월급쟁이는 애초에 고려사항이 아닌가봐
사실 내일을 한다는건 그게 맞지
월급쟁이는 남의 일을 하는거같고

의사 · 랑***

아버지가 갖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어 참 맘이 짠하다
형은 잘될것 같아

비공개 · l****** 작성자

의사형 역시 사람 많이 만나봐서 그런가 예리하네ㅋㅋㅋ
정말 이 회사가 살아나게되면, 말로만 그런게 아닌 정말 끈끈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했었어

비공개 · l****** 작성자

고마워 삼전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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