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살다 판교 와서 살아본 입장에서 몇 자 끄적여 봄. 결론부터 말하면 '애 키우기 좋다' '판교 좋다'는 얘기를 주로 할 테지만 어그로 목적은 아니고, 걍 정보 차원에서.

지방 출신이고 서울선 대충 15~20년 산 듯. 용산 포함해 강북 여기저기서 다세대주택부터 오피스텔, 주복까지 다양하게 살아봤고(강남선 못 살아봄..), 결혼쯤부터는 직장 있는 광화문 근처에서 살았음. 회사 정말 가까웠고 사대문 근처라 주변에 뭐 이것저것 많았음. 유모차 끌고 덕수궁 가고 정동길 산책하고, 대형병원 가깝고 등등.

와이프는 서울 출신인데도 예전부터 판교 쪽을 오고 싶어 했고, 난 '그래도 서울이지'라며 반대했으나, 여러 이유로 결국 올해 판교로 옮김.

몇 달 살아보니 내가 더 와이프보다 '판교 좋네'라고 하는 중. 장점이 많음. 우선 계획도시라 도로가 반듯하면서 넓고, 인도가 광활함. 전체적으로 강북 구도심과 비교할 수 없이 깨끗하고 쾌적함. 인구밀도 역시 낮음. 완전한 평지라 유모차 끌고 백화점, 마트 가는 게 가능해짐. 요샌 자전거 타고 마트 가서 장 보고, 나들이 삼아 배달음식 포장 픽업해 오고 있음. 지방 출신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어릴 땐 서울의 번잡함이 좋았는데 나이 들면서 쾌적한 게 좋아짐. 탄천도 가깝고 근처에 공원이나 녹지도 많음. 분당 상권과 병원 등 인프라 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관건은 교통인데 이사 오기 전엔 걱정했지만, 서울이 생각보다 안 멀었음. 빨간 버스로 을지로까지 30분이 안 걸림(물론 광화문까지 더 가야하지만..). 버스도 정말 자주 옴. 야근하고 퇴근 택시 타면 20~25분. 다만, 내 출퇴근 시간이 다른 직장인들과 약간 달라서 이건 편향이 있을 수 있음. 출퇴근 피크 시간에 버스 좌석이 넉넉한 것 같지는 않음 (헬일수도). 고속도로 바로 옆이라 주말에 차로 어디 갈 때 매우 편함. 서울 살 때처럼 시내를 비집고 다닐 필요가 없음..

물론 단점도 없지 않음. 일단 물가가 너무 비쌈. 밥 한 번 사 먹으려면 분식집 가도 9000원 이상. 애초 식당 자체가 비싼 곳들이 대부분. 그리고 교통이 좋긴 하나 여의도와 마포는 확실히 멀고 좀 불편. 대신 직장이 강남이면 신분당선 이용할 수 있어서 판교가 서울보다 오히려 더 직주근접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음.

학군은 아직 잘 모르지만 단점보다는 장점 같기는 함. 고등학교는 어차피 분당 통합 학군이고 본격 학군지는 아녀도 학교들 별로라고 할 정도는 아닌 듯. 하지만 초중에선 분당 최상위 학교들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것 같아 애 학교 들어갈 때쯤엔 분당으로 전세 갈 가능성..

이 정도 주거 환경을 서울서 누리려고 했다면 비슷한 가격에 가능한 곳이 있었을까 싶음. 와이프와 나는 일단 현재 매우 만족하고 다시 서울 가지 말고 근처서 계속 살자인 상태..

내가 사는 아파트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