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듯해서 말해줄게.
뭐 제3자가 보기엔 거기서 거긴데 뭐 누가 누굴 무시할 수준이 되냐느니, 누구 족쇄가 더 좋다고 자랑하는 꼴이 한심하다느니 하는 소리들이 있어서 말야.

이건 뭐 댄공이 어디 아시아나랑 동급이 되냐, 우리랑 쟤네랑은 급이 다르다. 따위의 말도 안되는 족쇄 자랑이 아니야.

아샤나를 인수함으로 인해 대한항공 직원들은 더 큰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었어.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가령 예를들면)
500명 짤릴 구조조정이 2,000명 자르는 구조조정이 될지도 모른다거나
구조조정 없이 억지로 끌고가서 부득이 임금삭감을 한다치면, 원래 연봉 500만원 삭감될 게 1,000만원 삭감된다거나,
승진률이 50%정도로 떨어질게 20%까지 떨어진다거나.

하는 밥그릇의 문제야.

이건 같은 현상임에도 양사 직원들이 느끼는 온도차가 다를 수 밖에 없지.

댄공 직원들은 “원래 조금 당할 거 아시아나 인수함으로 더 크게 당하고, 내 입지는 더 불안해졌다”는 마음이 들고

아샤나 직원들은 “현산이 인수 무르고 어디 팔릴지도 몰라 파산위기에 있었는데, 고용안정이라도 되면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러니 댄공 사람들이 아샤나 인수에 대해 갖는 반감은 어줍잖은 감정적인 게 아니라, 기실 자기 밥그릇에 위기가 더 커졌기 때문으로 이해해야 해.

물론. 근본적인 얘길 하면. 아시아나가 망한 건 직원들의 무능때문이나,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박삼구 전 회장의 방만경영 때문이었지.

그런 아시아나를 댄공이 인수한 건 조원태 회장이 자신만의 이익(경영권 방어)을 위해 내린 결정일 뿐이고.

따라서 이 결정에 어떤 영향력도 끼치지 못한 아시아나 직원들을 댄공 직원이 미워 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야. 맞아. 속좁고 비겁한 인간의 본성이지.

그러나 뭐 어쩌겠어. 그것이 인간의 수준이라면.
아마 아샤나 댄공이 거꾸로의 상황이었거나,
다른 회사간 이런 일이 벌어졌어도 똑같은 현상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해.

개인적으론 아시아나 직원들을 욕하거나 미워하고 싶진 않아. 방만 경영 해놓고 책임 안지는 박삼구가 얼탱이 없을 뿐이고, 그걸 냅두고 호남표 의식해서 어떻게든 살려내는 정부가 황당하고, 심지어 아련한 호남정서를 감안해 회사는 댄공에 넘겨도 이름만은 유지하자며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을 합쳐 아시아나라는 이름을 쓰게하자는 행태에 어이가 없을 뿐이고..

조직의 이익보다 언제나 개인의 이익만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내 회사의 수장과 간신 임원들이 ㅈ같을 뿐이지.

그러나 어쨌든 내 밥그릇에 문제가 생긴다면.. 뭐 누구든 이런 이성을 유지하며 선비같이 고매한 소리를 하기는 쉽지 않을거야.

김수영 시인의 말 처럼 원래 하찮은 인간이란 작은 것에 더 분개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나나 여기 있는 대부분은 그 하찮은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기는 힘들고. 누구든 이 상황이 되어보면 비슷할 거란 얘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