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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진짜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카카오 · 꿀**
작성일2020.05.10. 조회수2,338 댓글19

올해 나이 서른!!
순수 저축액으로 올해 딱 1억 모았고
분양받은 아파트 분양권이 1억 넘게 올랐습니다.
물론, 블라에서는 아무것도 아닐수도 있지만 또래에 비해서는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많이 지쳐서 뒤를 돌아보니,
즐기지 못한 청춘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없는 살림에 이것저것 소비를 줄이다 보니 식단은 거르거나 간편식 위주로 바껴 있었고, 열심히 체중만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 제 건강은 여기저기 망가져 있었습니다.

재수를 하고 싶었지만 이야기조차 할수 없는 형편에 학교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일찍부터 취업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2학년때 첫 면접으로, 안랩 기자단 면접에 참여 했고 너무 떨린 나머지 자기 소개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저에겐 질문 조차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지취방에 가는길에 빌려 신은 다 뜯어진 아버지 구두를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이십대 초반, 장학금을 받아야만 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핸드폰비, 식비, 책값 모두 충당해야 했기에 주말마다 인력소를 전전 긍긍 했습니다. 가끔 밤샘 근무를 할때가 있는데 저도 모르게 기절해서 월요일 아침 자료구조/알고리즘 수업을 못나가면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화목하지 않고, 가난했던 집을 보면서 나는 조금더 넉넉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상상을 하며 빠른 독립을 위해 휴학한번 하지 않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이십대 중반 꿈에 그리던 취업을 했습니다. 운이 좋아 괜찮은 기업에서 면접 제의를 받았습니다. 첫 사회활동에서 저는 처음으로 경험해본 것들이 진짜 많았습니다. 기차를 처음 타보고, 처음으로 소고기 구이를 먹어 보았고, 처음으로 스키도 타봤습니다. 새로운 이것들을 지금이라도 알고 경험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파트의 가격은 점점 높아지기만 합니다.
2년을 일해서 5천만원을 모아 전세집에 들어가 뿌듯했지만, 요앞의 3억짜리 아파트는 2억이 올랐습니다. 전세집을 얻었다는 뿌듯함은 잠시, 10년을 퇴보한 느낌이 들었고 점점 심리적인 여유는 없어져만 갔습니다.

이십대 후반, 일에 조금 적응되어 주변을 둘러보니 너무 잘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다들 이쁘고 잘생겼고, 학벌도 좋은데 말투도 교양있는것 같고, 집도 잘살고, 말도 잘하고, 취미도 고상하고 멋진 것들을 하더랍니다. 수영/기타/스킨스쿠버/미술 등은 저에겐 상류층의 영역이었고, 미지의 영역들이었습니다.

제가 느낀 그들의 가장 큰 멋은 겸손 이었습니다.
멋진 그들과 견줄것은 업무 능력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누구보다 긍정적이던 제 강점이 무색하게 저의 자존감은 점점 낮아만 갔습니다.

그리고 앞서 서술한 것처럼, 건강검진 결과에서 지속적인 관리 및 검사가 필요한 대상이 되었고 지금 뒤를 되돌아 보는 중입니다.

올해 저에게 몇가지 선물을 해줬습니다.
천만원 짜리 중고차, 수영, 피아노 레슨, 피부과 슈링크 3회
패키지 등등

이제 해보고 싶은거 하나씩 해보며 좀더 여유있게 살아보려 합니다. 엄청 달라진것처럼 서술하지만, 그런것 보다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여유를 갖는게 중요했던것 같습니다.

2030분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해봤습니다.

댓글 19

새회사 · l*******

꽃길만 걸어~~~~~

오티스엘리베이터 · 전******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런글에서 많은걸 배워갑니다ㅎㅎ

한국MSD · 으**

눈물나네요 너무 제 이야기 같아서ㅎㅎ
특히. 헤진 신발부분.. 이제 내 행복도 행복이지만 부모님 고생 안시켜드리고 싶네요.ㅠ 힘내세요!!

카카오 · 꿀** 작성자

힘내세요!! 힘들었지만 행복했고 행복할것이다!!

스타트업 · i*********

고생했어 멋지다

순천향대학교병원 · 오******

멋지네요~ 앞으로 더 잘될듯!!

볼보그룹코리아 · .********

기승전 셀소일 줄 알았는데 기승전 가르침이네 나를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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