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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기증(통칭 골수기증) 후기 남겨본다.

공무원 · 파*******
작성일2019.06.11. 조회수2,013 댓글41

1. 입대할 때 기증하기로하고 초코파이랑 사이다 받아먹었었는데 느닷없이 10년 다되어가는 시점에 전화옴. 수증예정자는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이고 1인특실 잡아줄거고 수증예정자랑 dna? 뭔지 잘 모르겠고 암튼 100퍼 일치하고 그럼 수증자한테 좋은거니까 무조건 기증하라고해서 좋은거라길래 걍 ㅇㅋ하고 기다림.

2. 2주인가 지나서 설대, 분당설댜, 연희동 세브란스 셋중에 병원 하나 고르라 함. 젤 가까운 분당설대로 고르고 토욜날가서 새끼손가락만한 통으로 피 열몇개 뽑고 1회에 40마넌짜리라는 심전도검사 한다길래 오호 하면서 기대했는데 장비는 엄청 멋있게 생겼는데 10초인가 하고 정상이시네여 듣고 끝남.

3. 다시 1주인가 지나서 수증자랑 100퍼일치하니까 무조건 하라고 다시 전화하면서 최후 동의서? 같은거 직장으로 보내줌. 사인해서 회신하면 다시 직장으로 입원하는날 포함해서 3일간 업무 제외해달라고 협조요청공문 보내주더리. 팀장 보여줬더니 공가로 올려라해서 올렸는데 행정팀장이 나 부르더니 좋은일 하는건 맞는데 공적인 일은 아니니 정 하고싶으면 연가 쓰라해서 연가 3일 씀. 좀 억울하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행정팀장말도 맞아서 어차피 쓰지도 못하고 연가보상비 대상도 아니어서 걍 연가 씀.

4. 조혈모세포가 골반 밖으로 나오게하는 촉진제? 같은거 세병 주는데 기증하러 입원하기 3일전부터 그거 하루간격으로 세 번 맞아야함. 아닌가 알약으로 먹었나? 혈액제제였나 ㅋㅋㅋ 기억이 잘 안 남. 두번째 맞은 날은 골반통증이 심해서 기억에서 아예 지워버림. 진심 골반뼈가 터질 거 같은 느낌 남. 여자들이 아이낳을 때 이런느낌인가 싶었고 차라리 골수천자를 할껄그랬나 하는생각도 들었음. 다만 통증은 다음날되면 다 사라짐. 걍 하루짜리 통증임.

5. 입원하러갔더니 기증절차 담당 간호사누나(조혈모세포은행 코디네이터)가 가족들한테 얘기했냐해서 안했다했더니 지금이라도 당장 전화하라해서 누나랑 매형한테 그자리에서 전화함. 암튼 그렇게 1인특실로 들어가나했는데 그 병실이 없어가지고 vip실인가 ? 더 좋은데로 해줌. 그래서 그랬는지 간식을 안 넣어줌. 암튼 복도랑 병실 문은 오오 오오~ 하는데 병실 안은 생각했던것보다는 좀 별로고. 전망은 좋은데 분당설대병원 자체가 산자락에 있어서 원래 전망이 좋음.

6. 에어컨 어떻게 켜는줄 몰라서 땀 뻘뻘 흘리다가 결국 윗도리 벗고 자고 있는데 밤12시쯤 갑자기 간호사누나가 들어와서 혈압잰다고 깨움. 간호사누나가 왜 옷을 벗고있냐며 이상한사람 보듯이 쳐다봐서 죄송하다고 사과함. 에어컨 어떻게켜는건지 물어봤어야되는데 못 물어봄. 새벽 다섯시에 또 다른 간호사누나가 들어와서 왜 옷 벗고자고있냐며 또 이상한 사람 보듯이 쳐다봐서 죄송하다했더니 팔에다가 계속 꽂고있어야되는 주사바늘? 같은거 꽂아주면서 샤워하지말고 빼지말고 절대로 만지지 말라고 함.

7. 오전 9시쯤에 또다른 간호사누나(교대근무에 고생이 많으십니다)가 오전 10시까지 암병동 1층 채혈실인가 어디로 가라고 함. 한참 일찍 내려갔는데도 어딘지 못찾고 큰일났네 이럼서 어버버 하고 있는데 담당 코디네이터분(조혈모세포은행 간호사분)이 나(기증자) 도망간 줄 알고 잡으러 다니다가 다행히 나 발견해서 좀 늦게나마 채혈실에 도착함.

8. 조혈모세포 기증 방법은 a. 골수천자(티비에서 많이 본 그 공포스러운 방법임. 수증자는 마취안하고 걍 뽑지만 기증자는 하반신이나 전신마취하고 진행함)랑 b. 양팔에다가 두꺼운 바늘 하나씩 꽂고 5시간동안 조혈모세포만 걸러서 뽑는 방법이 있음. 골수천자는 무서워서 당연히 못하고 걍 5시간동안 누워서 뽑는걸로 함.
Fyi) 화장실 절대로 못감. 쌀거같으면 동성 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코디네이터분이 알려줌.

9. 지루한 5시간이 흘러가면 레미마르땡 리샤르같이 아름다운 색의 조혈모세포? 같은게 내몸에서 한팩 추출됨. 끝나면 간호사누나가 병원 어딘가에 기다리고 있는 수증자 아니면 오토바이 퀵한테 그거들고 뛰어감.

10. 다 끝났다길래 별거아니네하고 가뿐하게 일어나서 병실올라갈라했더니 강제로 다시 눕히더니 침대채로 병실까지 옮겨줌.

11. 밤에 누나 매형 두살짜리 조카 문병옴. 조카 할 줄 아는 말이 '옴마', '온냐' 두가지 밖에 없는데 간호사누나한테 자꾸 삿대질하면서 온냐라고해서 간호사누나가 혹시 여자아이냐고 물어봄.

12. 암병동에 있었는데 돈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걍 건강이 최고인거같아. 많아봐야 두세살된 아기들이 통통한 손등에 바늘꽂고다니는거 보니까 가슴이 아픔. 맴찢.

13. 기증수증에 들어간 의료비 내이름으로 세액공제 들어가서 연말정산때 7~80마넌 더 환급받음.

14. 분당설대 간호사분들 파이팅

15. 수증자분 모쪼록 무병장수 하시길

난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 날 도와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했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해서.

블라친구들도 어서 기증자로 등록하라구

댓글 41

공무원 · i*********

위험한건데.. 젊으니까 할수잇는듯.. 잘햇고.. 잘햇음...

신한은행 · 하****

복받으세요. 여기서본글중에제일좋다이거.

새회사 · !*********

골수 기증이 말은 쉬어보여도 절대 쉬운게 아닌데. 진심 멋있다. 어딘 가에 있는 새 생명 구했어. 대단해. 엄지 척!. 맘 같애선 사돈 맺고 싶다ㅋ 혹시 미혼? 아니면 자녀가 있으신가요?

롯데쇼핑 · i*********

진짜 멋지고 빛나는 사람이다!

KBS · ㅣ*********

간지다 형
따뜻한마음처럼 남은 인생도 따뜻했으면 좋겠다

녹십자 · g******

진짜 멋지다. 나도 등록은 해뒀는데 된다면 사실 겁나거든요. 앞으로 무병장수에 꽃길만 걷길 :)

분당서울대병원 · S********

106에 입원했겠다! 만났을 수도 있겠네. 고생했고, 뜻 깊은 일 했음에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살아!

한국수력원자력 · j*********

법적으로 휴가 보장돼... 인사팀장 찔러서 정의구현해줘 ㅠㅠ 쓰니가 이미 기증했더라도 추후에 쓰니 회사에서 기증하는 사람이 이거때메 안할수도 있어...

댓글 이미지

NAVER · 유*********

내 말이! 그 팀장 놈 귀찮으니까 알아 보지도 않고 말야 병원이라고 할 일 없어서 공문 보내는게 아닌데 말야

BC카드 · 을********

ㅇㄷ 형멋있 굿잡!

쥴릭파마코리아 · y*****

ㅋㅋ 웃기기도 하고 귀엽구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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