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이직·커리어

직업에 대한 고민

신한은행 · 호*
작성일2020.08.15. 조회수1,173 댓글16

(티엠아이 및 한탄 주의)

학부때부터 광고나 브랜딩 등에 대한 꿈이 커서 메이저 대행사 인턴도 하고 공모전도 꽤 했다. 당시 인턴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소리는 아직 나이도 어린데 왜 광고회사를 오려하냐 그래도 니가 재밌으면 잘해봐.
뭐 그런 얘길 가장 많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 땐 내가 제일기획이나 뜨바에서 열정 넘치는 선배님들과 함께 일할거라 상상하며 행복해했었다.

하지만 일이 잘 안풀려서인지 내 능력이 부족한 탓이었는지 메이저 대행사의 장벽은 굉장히 컸다. 집안 사정상 자립해야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업계에선 유명하다는 대행사에 취직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이상이 와장창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노동강도에 비해 월급은 쥐꼬리만해서 지방민인 나로서는 월세를 감당하기도 벅찼다. 뭐 다 괜찮다. 근데 그 곳에서는 희망이 없었다. 나는 꽤 이상주의자적인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현실주의자가 되어갔다.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싶었고 40이 넘어서도 일하고 싶었다.

현실적 이유로 이런저런 고민이 컸고.. 점점 늙어가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나의 꿈만 좇기에 가정에 대한 책임감도 커져갔다. 뭐 내가 엄청난 재주가 있는게 아니란걸 깨닫게 된게 크기도 하고.

과감하게 퇴직서를 썼다. 나에게 많은 귀감에 되어준 선배들이랑 술잔을 기울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나는 두 번 다신 광고계에 얼쩡도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어쩌면 이 업계에 대한 퇴장의 의미로 쓴 퇴직서였던지라(오글 거려도 그게 내 진심이었다)

그냥 저냥 일개 문과생일 뿐인 내가 할 수 있는 직업중에 가장 돈 많이 버는 직업 혹은 정년이 보장된 직업을 선택하고자 했다. 운이 좋게도 재취준 몇개월만에 시중 은행 면접을 여러군데 볼 수 있었다. 광고회사 다니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내 생애 이런 일이 또 있을까하는 진귀한 경험들도 많이 했는데 그것이 나의 위기대처능력으로 크게 보여진것 같았다. 기획자나 은행원이나 본질적으로는 사람을 대하고 설득하는 일이라 어떻게 보면 비슷한 맥락의 일이기도 하고.

지금은 일한지 꽤 됐다. 정말 좋다. 공부할 것도 많지만 여기서는 나를 혹사하지 않아도 된다. 메뉴얼대로 업무 플로우가 정해져 있고 규정이 정해져있다. 나는 그것을 공부하고 고객님께 잘 전달하면 된다. 그게 다다. 내가 할 일은.

근데 이곳에선 로망이 전혀 없다. 내가 광고회사를 다니며 느꼈던 영감을 받을 수가 없다. 손님이 요청하는 업무를 봐준다. 그리고 적당히 영업한다. 그냥 출근하고 그냥 퇴근한다. 마냥 주말을 기다린다. 되게 무미건조한 인간이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안정된 삶이지만 이런 안정감이 마냥 좋진 않다. 뭔가 더 역동적인 일을 하고 싶은건지. 이제는 내가 뭘 원하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다만 하나 알겠다. 이곳에서의 나는 나는 부적응자 같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맞지 않는 사람들 속에 끼여서,
억지로 삶을 연명하는 그런 벌레같은 존재가 된것 같아.

나는 어쩌다 이렇게 꿈과 열정을 잃었을까.
다른 사람들도 나랑 비슷할까.
내가 예민한걸까.

댓글 16

JTBC · m********

부업을 해보는게 어때?

대한산업안전협회 · ?****

삶의 의미를 현재 본인의 삶 중 딴데서 찾아봐
연애, 부모, 운동, 만남 등등

신한은행 · 호* 작성자

나는 여러사람들 만나고 그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데 참 재밌더라.. 생각을 공유하면서 내가 성장하는 기분이야

현대해상 · 갓***

그대의 열정에 자극받고 갑니다!

새회사 · '********

광고같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정유 화학 기계 철강 등
한국의 메인 산업군들 중에
그런 곳이 얼마나 있다고 .. 그저 일하는거지

신한은행 · 호* 작성자

그치? 그저 일할 수 있단거에 감사해야겠지..?

새회사 · '********

광고업계가 좋았지만 퇴사할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문제들을 적어놨잖아

그 문제들이 다 해결되었다면
돌아가는것도 좋겠지

현대자동차 · i*********

분야는 다르지만 저랑 비슷하네요! 안정적이고 월급도 넉넉하고 바쁘지도 않지만 주말만 기다리는 노잼 인생...

신한은행 · 호* 작성자

재미없는 어른이 되고싶진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이엏게 되었네요 ㅎㅎ

현대자동차 · i*********

그러게요..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더 답답하네요

롯데정보통신 · h*********

다들 그렇게 챗바퀴돌듯 살져
그렇다고 나자신을 벌레라고생각하진않는데
부업을해보세요

새회사 · l********

크몽 부캐로 일하십쇼

ebay · i*********

전반부가 내 지금 상황이고 나도 현타와서 은행준비중인데 너무 공감된다 후반부는 아직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투잡이나 취미 고고해봐

신한은행 · 띵********

나 역삼에 횽네 회사 면접도 보러갔었는데.. 요즘은운동에 취미 붙여서 그럭저럭 워라밸을 잘 즐기면서 살고 있어 막상 다니다보니 적응되고 지금이 편하더라 그렇다고 은행 일이 쉽고 편하단건 아니지만 창작의 고통(?)은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가늘고 길게 가는 삶을 바란다면 이직 추천해~

비테스코테크놀로지스코리아 · 에**

누나 ㅋㅋㅋ 광고대행업계는 다닐만하지 않은거 알자나.. ㅠㅠ

애 낳을 생각이 0.1프로만 있어도 탈출해야할 곳임을..

신한은행 · 넥****

저 글 적을 때는 삶이 너무 공허하고 힘들었는데 다른 취미를 가지니까 이직한거에 전혀 후회가 없더라고 광고기획자 정말 멋진 직업인데 내 사생활을 온전히 누리기엔 너무 힘든 직업이지ㅜㅜ 주변에 광고쟁이들이 많아서 안타까우면서도 멋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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