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들 일은 잘하고 있니?
난 연휴라서 오늘 연차 쓰고 쉬기로 작정했거든.
작년에 SK엔카에서 이 회사로 팔리고 회사가 진짜 뭐 같이 바껴서 눈치 안 보고 그냥 눈치 안 보고 쉬기로 마음 먹고 휴일 즐기기로 했어.

일을 하게 된 계기: 요즘 쿠팡 플렉스 인기 많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고, 2년 사귄 여친이랑 며칠 전에 헤어졌는데 잡생각 하기 싫어서 몸 쓰는 일을 하기로 했어.

궁금한 사람들은 검색 하면 나오겠지만, 쿠팡 플렉스는 개인이 자차로 택배물 적재해서 하나씩 배송하는거야.

오늘 해보면서 느낀 점

1. 건당 가격이 중요함. 오늘 건당 700원이라고 해서 충격을 금치 못함. 블라에서 건당 1700원, 2000원이라고 해서 이거 재미로 해보면 오홍 좀 남겠는다 했는데 씨부레 나는 700원 ㅡㅡ 40개 돌려봐야 28,000 원에 거기서 세금도 뗌

2. 택배기사님들 정말 존경함. 참으로 바쁘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듦. 내 택배가 이런 과정으로 오는구나 했지.

3. 일 하려는 사람이 엄청 많아. 여성분도 있고 나이 있으신 중장년층 어르신도 계셔. 그리거 직장 준비하면서 이거 생활비 버는 젊은 대학생도 있음.

4. 차는 거지 같은거 타는게 나음. 카풀이랑 다르게 연식 같은거 보지 않기 때문에 적재 많이 되고 안에 막 긁혀도 상관 없는 막 타는 차가 최고임.

5. 전기차면 연료비 절감이라 효과가 극대화.

6. 상차 하는 놈들 물건 대충 던져놔서 여기서 시간 겁나 잡아 먹음.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상차 하는 사람들이랑 갈등이 엄청난듯.

7. 아직 체계가 안 잡힘. 현장 사무소에서도 우왕좌왕 하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

8. 쿠팡 플렉스 직원이 쿠팡 정직원 똥꼬 빤다고 정신 없음. 잘 보여서 어떻게 좀 해보려고 노력 하는거 보니 마음이 다 아팠음

9. 경비아저씨들 갑질 쩐다. 이거 진짜 개빡치는데 예의 있게 인사하고 부탁 드려도 갑질하고 무시함. 고객은 오히려 수고 많다고 말도 해주고 따뜻한데 경비아저씨들 이해가 안 됨. 좋은 아파트일수록 갑질 없었음

10. 살 잘 빠질거 같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시간이 곧 돈임. 다 끝내고 집 오니 땀 범벅.

11. 건당 요금도 중요하지만 많이 돌리는 사람이 돈 많이 벌게되는 구조. 하루에 40만원 버는 사람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거나 구라거나 둘 중 하나.

12. 30개만 해도 힘듦. 30개부터 점점 지치기 시작.

13. 이 동네에 이런 집, 길도 있었구나... 하게 됨.

마무리하면
건당 요금이 중요하기 때문에 건당 요금 보고 나가는게 좋을거 같은데. 여기도 수요가 워낙 많아서 다들 수익을 나누어 가지는 그런 그림 같음..
기존의 쿠팡맨 형들의 자리가 위태롭진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 쿠팡이 매년 적자라더니 어떻게 해결하려나 모르겠다.

집에서 방바닥 긁고 낮잠 자는 것도 좋은데 오랜만에 몸 쓰는 일을 해서 그런지 잡생각도 정리도 되고, 오늘 이 고생했는데 3만원도 못 번거 생각하면 현타도 오지만, 그만큼 다들 더 벌려고 열심히 일 하는 분들도 많았다는거.

난 부모님께서 여유가 많은 편이라 회사 월급 말고도 임대수익으로 200만원 정도 달마다 받는데 난 참으로 복 받았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반면 택배 기사님들 건당 요금 많이 올려 드렸으면 좋겠다. 최근 택배요금 올린다는 기사 봤는데 고생 하시는만큼 많이 받으시길.

내 소중한 연차를 오늘 택배 체험에 썼지만 그래도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줄임.
생각 안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전여친 생각은 택배 돌리는 내내 났었음. 잘가라 사랑했다.

궁금한거 있으면 질문 받는다.
샤워하고 와서 답장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