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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와 미사와 성가

삼성SDS · 그*****
작성일2019.05.18. 조회수968 댓글7

우리 아동복지시설은 가톨릭 계열이었으므로 미사를 주기적으로 했다.

매주 일요일 아침만 미사를 하다가, 수요일까지 미사를 하는건 너무하다 싶으면서도 한편, 익숙해지니 그것 마저 위안이 되는 게 우스웠다.

미사는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순명과 순종을 말하는 말씀의 전례는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다. 제 1독서와 제 2독서를 지나, 엄격한 신부의 강론은 때로는 나를 괴롭혔다. 모든 것은 나의 욕심 때문이라며 스스로 택하지 않은 희생은 억울함으로 나의 심장을 펄쩍 뛰게 만들었다. 그 때 들은 욥기의 욥이 불쌍할 따름이었다. 그나 나나 다를 것이 없으므로.

하지만 성찬의 전례는 보다 마음이 편했다. 계속 성가를 부르면서, 내탓이오, 내탓이오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남이 이 모든 불행이 너의 탓이라고 하는 건 지독히 싫었지만, 내 입으로 내탓이라고 내뱉는 것은 이상시리 싫지 않았다.

그 때 배운 성가들이 차가운 신부의 강론보다 기억에 오래 남았다.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이 모두가 통곡하며 부르기 좋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미사는 싫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 때 성가들은 싫지 않았다. 그것을 부르면, 새벽 6시에 얼은 땅을 지나가며 하얀 숨을 내뱉고는, 아직은 별이 보이는 밤하늘을 보며 미사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이 기억난다. 그 때에는 그 모든 감정이 슬픔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것은 사랑을 갈구하는 새파란 분노였던 것이다.

가끔 울먹이며 마음 속으로 노래한다.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고아원

댓글 7

홈앤쇼핑 · l*******

문장이 참 좋네요... 지금이라도 그때를 위로 드리고 싶은 느낌...

새회사 · i*********

행복하세요~ ^^

SK텔레콤 · 뿌****

온 우주가 당신을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어요. 잘 자라서 지금까지 잘 살아줘서 고마워요.

새회사 · 내******

지난 번 글도 잘 봤는데 횽 글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고마워 항상 행복하길!

현대두산인프라코어 · 보*********

일요일 우연히 접하게 되어 역순으로 정주행 시작합니다

흉의 닉과 비슷한 최애곡 허클베리핀 밴드 사막 들으면서 글을 읽다보니 뭔가 찡하네요

많은분들의 말씀처럼 글의 톤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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