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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 MBTI 검사 받은 썰

삼성SDS · 그********
작성일2022.11.06. 조회수886 댓글9

나는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고아원에서 자란 고아이다. 내가 그럴 수 있었던 건 내 생모가 고아원 산하의 미혼모 시설에 몸담았던 미혼모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0년동안 고아원에서 살았던 나는 요즈음 MBTI 광풍이 부는 걸 보면 의아하기만 했다. 그게 그럴만큼 센세이셔널한 것인가? 왜냐하면 MBTI가 이렇게 인기를 얻기도 전, 수십년 전에 우리 고아원에서는 이미 매년 MBTI 검사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고아원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 어떤 기관에서 전체 기수가 MBTI검사를 받았었다.

그 검사는 강압적인 것은 아니었고 아주 평이한 분위기로 이루어졌다. 주말에 수녀님이 아이마다 몇장의 종이 질의서를 배부하면 개별로 답변을 적어 제출했다. 그 후 몇주 뒤에 기관으로 단체로 가서 검사결과를 받는 형식이었다. 우리 고아원에서 그런 검사는 굉장히 자주 있었기에 다들 특이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때 우리들이 기관에 도착하니 나이 지긋한 여자 선생님이 결과지를 배부해 주었다. 아무 질서없이 배부한건 아니고, 타입별로 그룹을 나누어 호명한 후, 그룹에게 결과지를 나눠주며 MBTI 타입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제일 많았던 그룹이 아마.. ISFJ?  싶었다. 총 58명 중에 15명 정도가 그 그룹에 속해있었다.

그러나 나만은 유일하게 그룹이 아닌 개체였다. 나는 여러명이 호명해서 나가는 걸 계속 지켜보다가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었다. 마지막에 그 이유를 알았는데, 나말고 아무도 내 나와 같은 MBTI 타입을 가진 아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홀로 나가서 결과지를 받고 혼자서 설명을 들었다. 그 때 내 기분이 어땠을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결과지를 배부한 다음, 같은 타입 별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그 주제에 맞춰서 도화지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활동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림을 수거해서 보드에 나란히 걸어두고, 각 타입 별로 얼마나 그림이 달라지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이렇게 서로 다르고 그 다름이 이렇게 단순한 그림만으로도 표현이 금방 된다. 다들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인정해야한다.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그가 애타게 강조했던 그 이야기는 내게 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다수의 그룹을 이루었던 타입의 아이들에게 하는 것이었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건대 아직도 확신할 수 없다. 어느덧 아득히 옛날이 된 순간이 이렇게 별안간 혼란을 준다.

그 선생님은 내가 혼자 결과지를 받아도 슬퍼하거나 어쩔 줄 몰라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현명하고 옳았다고 생각한다. 내 MBTI 타입은 INTJ이고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온다.

여기 그 옛날의 MBTI결과지 사진을 올려본다.

#고아원

고아원에서 MBTI 검사 받은 썰

댓글 9

부산교통공사 · i*********

이형 오랜만이네

제주항공 · i*********

222

CJ올리브네트웍스 · 귀**

좋아요 먼저 누르고 글 읽기 ㅎㅎ

간호사 · 사*******

오랜만이네요 잘지내세요

새회사 · 샤*

거기서는 이미 이걸로 교육을 했었구나 오홋

CJ올리브영 · o*********

intj 너무 좋아
객관적이고 인간에게 기대 없는것도 좋고
본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든든하게 대해주는것도 좋고 하여간 좋음 로봇이라고들 말하지만 난 그런점조차 좋음

현대로템 · ㅎ****

와 나랑 같다 반가워요!! 글도 주기적으로 잘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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