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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의 고아가 어떻게 삐뚤어지는가

삼성SDS · 그*****
작성일2019.10.03. 조회수1,556 댓글5

영화에서의 많은 주인공들은 놀랍게도 고아가 많다. 특히나 히어로들은 툭하면 고아들인데, 현실에서의 고아들의 취급과 비교하면 놀랄 수 밖에 없다.

나는 어려서 영웅을 꿈꾸었다. 그런 꿈을 꾼 고아는 비단 나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나의 동기들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며, 나는 어쩌면 영화 속의 고아 히어로들은 절대 존재하지 않으리란 생각을 한다. 의지와 용기가 굳셀수록, 그 고통과 좌절도 크니까.

전에도 몇번 썼지만, 나는 우리 고아원 역사상 가장 공부를 잘했던 고아였다. 이것은 자랑이 아니라, 나같은 사람이 최고의 수재로 인정받는 고아원의 슬픈 역사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맹점이 있는데, 나는 결코 가장 똑똑하거나 재능이 있는 아이가 아니라 다만 공부를 가장 잘했다는 아이였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 나는 학급에서 손꼽히는 수재가 아니었다. 분명 나보다 더 똑똑하다던, 빛나는 동급생이 있었다. 글도 줄곧 잘써서, 아동 글짓기 대회에서 몇번 입상을 했었다. 그랬는데 어느날 갑자기 망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과장을 고스란히 엿보는 단 한 사람의 방관자였다. 학기 마지막 시험 때, 내 옆자리에서의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었다. 앞으로의 지속적인 커닝을 강요하며, 그러지 않으면 네가 아끼는 조잡한 팔찌를 망가뜨릴거라는 말이었다.

그 때 나는 솔직히 우스웠다. 지속적인 커닝이 있었구나. 근데 뭐 팔찌를 가지고 협박하지? 라고 웃는 찰나, 내 옆옆 자리의 그 애가 소리를 지르며 시험지를 찢는 것을 발견했다.

다들 어처구니가 없어서 굳어있었다. 전교 수위를 다투며 조용했던 모범생인 그 애가 그러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 때 담임 선생님이 다가와 그 애의 안경을 조용히 벗겼다. 왜 그런가 하고 봤는데 별안간 선생님이 벼락같이 뺨을 갈겼다.

그날 담임 선생님은 아무말도 없이 계속 뺨을 때리다가, 훌쩍이는 걸 보며, 은혜를 베푼다는 목소리로 딱 10분을 준다며 시험지를 추가로 주었다. 정확히 남은 시험 시간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격리된 상태가 되어 커닝이 불가능했으므로 그 애가 바라는 대로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후 그는 계속 삐뚤어져갔다. 중학생이었을 때 술을 마시고 욕을 하였다. 가끔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였다. 성적은 중하위권에서 맴돌았고 끝내 가출하여 그 뒤가 씁쓸했다.

우스운 건, 그 뒤를 이어받은 우등생인 나는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절대로 그 같은 행동을 하지않아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건에서 그 애가 왜 시험지를 찢었는지 물어보지도 않은 어른들과 동조했고, 침묵한 것은 죄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영웅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가장 공부를 잘할 수 있었던 까닭은 어렸을 적 나보다 더 똑똑하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매서운 풍파에 꺾여 스러졌기 때문이다. 애정을 받지못하는 능력은 그래서 무섭다.. 고아원에서 고아가 삐뚤어지는 과정을 관찰하여 쓴다.

#고아원

댓글 5

우리은행 · l********

매번 글을 보는데 어딘가에 응어리가 있는분 같다.. ㅠㅠ 힘내세요.. 누구나 힘든구석은 있습니다..

LG전자 · ¡******

그런 사람이 어떻게 선생이 되었는지 어떻게 그런 사람이 선생이 될수있는지 학교가 문제인지 임용고시가 문제인지 나라가 문제인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하는지 답이 서질않아 답답합니다 이 사회가 너무나 차갑게 느껴집니다

현대삼호중공업 · i********

형글중에 이글이 제일 인상깊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 보*********

19년에 흉은 여전하구나

드라이하게 분문의 제목을 전달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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