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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의 추억을 슬퍼하는 그대에게

삼성SDS · 그*****
작성일2020.03.27. 조회수1,975 댓글21

나는 SDS에 입사하기 전, 19년을 보육원에서 보냈었다. 누군가에게 듣기로 내 어머니는 시설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에 몸을 푼 미혼모였고 나는 첫울음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보육원에서 숨을 쉬게 되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겠지만.. 보육원에서의 19년은 그렇게 아주 불행하지도 않았고 아주 행복하지도 않은 평범한 나날이었다. 때때로 울고 때때로 웃었다. 자주 외로웠지만 그것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다. 어쨌든 그 세상엔 나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과, 똑같이 외로웠던 수녀님들이 함께 했었기 때문이다.

이맘때쯤엔 쑥을 뜯고, 진달래를 뽑아 꿀을 먹었었다. 꿀벌에 쏘이기도 했고 가끔은 진달래 꽃에 꽃사마귀가 있어 비명을 질렀다. 친구들과 놀고 또 싸우면서 평범한 기쁨과 평범한 슬픔을 겪었다.

물론 그러한 목가적인 나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육원에서도 참을 수 없었던 슬픔이 나를 지배했던 적이 있었다. 잘못한 것없이 단체벌을 받고, 억울하게 죄를 받고, 학업을 계속 이어갈 수 없는 현실에 좌절했다.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건, 이러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원망하고 분노하고 싶었지만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좌표를 잃은 원망은 돌고 돌아 결국 나 자신을 향하게 되었던 것 같다. 가끔씩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그 후엔 슬픔이 나를 방문했다. 내가 한 방울의 눈물만 흘리면 슬픔의 바다가 흘러넘쳐서 온세상을 덮칠 것만 같았다. 그 바다에 빠져 죽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게. 아니, 그래도 누군가는 슬퍼해줬으면.

그래도 나는 죽지 않고 결국 살았다. 견디고 또 살다보니 그냥 살아졌다. 살다보니 보육원 바깥으로 나오게 되고.. 그 바깥에는 참 좋은 것도 많았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 그만큼 나쁜 것도 있었지만.

누군가 죽고 싶을 만큼 고통과 슬픔에 빠져있다면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남들도 이렇게 힘들었으니 참으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비록 내가 그 슬픔을 대신해줄 순 없지만. 그래도 살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살아보면.. 살다보면.. 그렇게라도 살아진다.
그렇게 살다보니 언젠가 그 날을 생각하면서 슬픔이 아니라, 안도로 눈물짓는 날이 온다고..

#고아원

댓글 21

GS리테일 · 블****

형 작가해도 되겠다 글 너무 잘쓴다 멋있어

기업은행 · I*********

작가하셔도 되겠어요👍

부산교통공사 · a****

종종한번씩 형글 보는데 참 성숙해

새회사 · l*********

잘 살아내줘서 고마워요 행복하시길

SK하이닉스 · L*****

글쓰는거 연습한건가요? 댓글 한줄도 좋은느낌이 나네요... 배우고싶네요 글 잘봤습니다

NH농협 · D****

그 사막에서라는 닉네임이 궁금해요. 시에서 따오신건지 아니면 다른 개인적인 이유가 있으신건지

새회사 · 실*********

차가움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네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 보*********

이번 본문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드라마로 말하는 나의 아저씨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해영 작가님도 흉이 말하고자 하는 취지에 부합하는 얘기들을 드라마에 담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드는군요

저도 감히 자격이 된다면 흉의 마음을 조금은 공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워딩이 맞는지 모르지만 어디에선가 보았던 '비를 맞고 있는 사람을 보았을 때 우산을 씌워주기 보다는 같이 비를 맞는 사람이 되자' 이런 톤의 얘기도 생각나네요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흉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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