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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옥에 떨어질꺼라 말한 아줌마 이야기

작성일2018.11.05. 조회수518 댓글7

#이야기

며칠 전 이었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 친구에게 밤에 연락이 왔다. 여자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자는 것이었다.
나는 혼자였다...아무튼 그냥 혼자였다....

친구를 만나고 우리는 적당한 술집을 찾기 시작했다. 친구여자친구가 시끄러운 장소를 싫어한다고해서 

우리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번화가를 피해 동네 외곽에 있는 작은 술집에 자리를 잡았다. 

한참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하다 나는 바람를 쐬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갔다. 

친구와 흡연구역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친구가 담배에 불을 붙히고있는데 저쪽에서 누군가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아직 밤에는 제법 쌀쌀하다지만 그 아주머니는 누가 봐도 

더워보이는 빨간색 롱코트를 입고 가슴에는 책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냥 겉모습만 봐도 분명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평소에 도를 아십니까나 사이비종교 같은 이상한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는 

편인 나는 미리 낌새를 채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는 이미 입구를 딱 막고 서 있었다.

나는 그 아주머니와 친구의 채 한번도 빨지 못한 담배를 번갈아 바라봤다. 

제발 다 피울때 까지만 말걸지 마라..말걸지 마라.. 라고 되뇌이며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내 이런 바램과는 다르게 아주머니는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말을 걸었다. 

"안추우세요?"

반바지에 후드티 차림이었던 내가 추워보였는지 그 아주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도를 아십니까?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시네요. 인상이 좋으셔서 그런데 혹시 잠깐 얘기좀 할 수 있을까요? 

이런류의 말을 걸어올가라고 예상했던 나에겐 의외의 질문이었다. 나도 모르게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해버린 

나의 무지함을 자책하며 나는 대답했다. 

"밤에는 좀 쌀쌀하네요."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다시 물었다. 

"교회 다시네요?"

그럼 그렇지... 

평소였다면 그냥 자리를 피했겠지만 이미 퇴로는 막혀있었고 마지막 담배였다. 주변엔 편의점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아니오."

그 아주머니는 가엾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예수 믿으세요. 예수 믿으셔야되요. 아니면 지옥가요."

"괜찮아요. 이미 사는게 지옥같아서 거기나 여기나 별 다를거 없을거 같아요."

"안돼요. 천국 가셔야죠. 여기서 이렇게 술마시고 담배나 피우시면 지옥에 떨어져요."

"술마시고 담배피는 걸로 지옥가는거면 전 벌써 고스트라이더나 다름없는데요."

하지만 이 아줌마도 만만치 않았다.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계속 나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예수님도 안믿고 그렇게 사시면 지옥 밑바닥으로 떨어져요. 거기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아세요?"

"제가 한창 때는 디아블로도 막 잡고 대균열 70단까지 가봤는데 확실히 무섭긴 무섭더라구요."

"지옥에서 제일 무서운게 뭔 줄 아세요?"

"... 피해반사?"

"지옥불이에요. 지옥불에 타면서 회개하세요."

눈하나 깜빡 안하고 저런 말을 하는 아주머니도 보통은 아니었다. 담배를 다 피우고 자리를 뜨려는데 

아주머니가 다시 나에게 물었다. 

"담배 피우면 따뜻하세요?"

"예? 별로 따뜻할려고 피우는건 아닌데.. 뭐 춥진 않겠죠."

아주머니는 내쪽으로 다가오더니 조곤조곤 얘기했다. 

".. 지옥은 그거보다 더 따뜻할 거에요."

그러더니 총총 사라졌다. 나는 그 아주머니가 사라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술자리에서 그아주머니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니 갑자기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냥 똥밟았다고 생각하고 술을 마시다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기고 다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유리창 너머로 낯익은 실루엣이 보였다. 아까 그 아주머니였다. 

괜히 또 마주치면 귀찮아 질꺼 같아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 아주머니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쩌면 하늘이 준 기회일 줄도 몰랐다. 

나는 그 아주머니가 떠나기 전에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 아주머니는 나를 보더니 잽싸게 담배를 비벼끄더니 

아까의 그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아직도 이러고 계신가요? 회개하세요. 예수믿고 천국가세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주머니 담배피면 지옥간다면서요. 근데 방금 담배 피우신 거 아니에요?"

처음으로 그 아주머니가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아주머니는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예수 믿으니까 괜찮아요."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역시 말이 안통하는 상대였다. 괜히 나왔다 싶어 다시 들어가려는데 

아주머니가 날 불러세웠다. 

"저기요."

"왜요?"

"저 저기서 커피 한잔만 뽑아주세요. 춥네요."

아주머니가 가리킨 곳은 우리가 술 먹던 가게 입구에 있던 커피자판기였다. 

뭐 이렇게 뻔뻔한 아줌마가 있지? 그냥 무시하고 들어가려다 나는 마음을 바꿔 

커피를 뽑아들고 아주머니에게 건네줬다. 

그리고 내가 준 커피를 열심히 마시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따뜻하세요?"

"네 따뜻하네요."

나는 아주머니쪽으로 다가가 나지막히 말했다. 

".. 지옥은 그것보다 더 따뜻할 거에요."

댓글 7

드림라인 · 이*****

예수믿으면 다 해결해줘서 뭐라해도 안통함.

새회사 · 일****

ㅋㅋㅋㅋ실화야?

대우건설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전승

대웅제약 · 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회사 · 세**

주작아니고?ㅋㅋㅋㅋㅋ

성우하이텍 · K*****

예수쟁이들 나와서 해명좀 해봐라
이래서 교회가 욕먹는거다

새회사 · 세**

나 예수쟁이야, 남이 믿던 말던 노관심. 난 천국 나만 갈꺼임 좋은데는 나만가야 더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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