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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뚝이 페달 이야기

작성일2018.11.06. 조회수332 댓글1

#이야기

나 자전거나 하나 살까?"

뜬금없이 친구가 말을 꺼냈다. 

"또 산다고?"

이미 그 친구에겐 자전거가 두 대 있었다.

예전에 한창 우리들 사이에선 자전거 타는게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다. 

녀석은 예전부터 튀는걸 좋아했다. 그냥 평범한 자전거를 사라는 우리의 조언을 무시하고 녀석은 또 인터넷을 뒤져가며 자전거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며칠 있다가 오디너린지 오리지널인지 의류메이커 로고처럼 생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그새끼의 자전거가 우리 가슴으로 들어왔올 때, 우리는 탄식을 금치 못했다. 

기어도 없고 타기도 불편하니 당연히 우리들보다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녀석은 도저히 안되겠는지 다른 자전거를 또 구입했다.

허나 이번에도 평범한 자전거는 아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핸들이 사슴뿔처럼 길게 솟은 자전거였다. 타고 돌아다니기는 커녕 방향전환조차 힘들어보이는 자전거였다.

결국 녀석의 두 자전거는 몇 번 타보지도 못하고 집 안 한 구석에 장식품처럼 전시만 되어있는 신세로 전락했다. 

 

중증 귀차니즘 환자였던 녀석은 술마실 때 빼고는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어차피 그렇게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주는 아니였지만 우리는 가끔 운동삼아 다 같이 모여 자전거를 타러 가고는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녀석은 귀찮다며 나오질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녀석이 먼저 말을 꺼낸 것이었다. 

 

"자전거를 또 산다고? 왜?"

"그냥. 자전거란 녀석은 말야. 참 정직한 것 같아. 밟으면 밟는대로 나아가잖아. 마치 우리네 인생같지 않아?"

"개똥같은 소리 하지말고 있는거나 타지?"

"그건 타고 돌아다니기 힘들잖아. 픽시를 살까?"

"픽시? 그건 브레이크 없어서 위험할텐데"

"그래도 간지나잖아."

 

또 어디서 뭘 봤거나 줏어들은게 분명했다. 녀석은 뭐든 갑자기 꽂히곤 했다. 

어려서부터 남에 눈에 띄는걸 좋아했던 터라 분명 곱게 타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도 보드를 타고 묘기를 한답시고 깝죽대다 다친 전적이 있었기에 우리는 녀석을 말리기로 했다. 

"너같은 새끼들 때문에 멀쩡하게 자전거 타는 사람들까지 욕을 먹는거야."

"괜히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피해주지 말고 뒤질려면 혼자 곱게 뒤져. 아니면 어떻게 우리가 좀 도와줘?"

 

그렇게 우리는 녀석을 말릴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로드를 샀다. 그래도 평범한 자전거를 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은 라이딩을 가자고 했다.

평소에 집밖으로 나오는 것도 귀찮다고 싫어하던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먼저 나가자는 말을 하나 싶었지만 오랜만에 다 함께 운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의 집에 갔을 때 우리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방 한구석엔 만화책이 잔뜩 쌓여 있었다.

자전거에 관련된 만화였다. 그러면 그렇지. 또 이걸보고 꽂힌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피가 끓어오르는지 우리를 재촉하며 오랜만에 의욕에 가득 찬 모습을 보였다. 

"어디까지 가게?"

녀석은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목표는 당연히 천키로지!"

"....여권 가지고 와야 되냐?" 

"여권?"

 

"여기서 부산까지 육백키로잖아. 미친새끼야."

 

결국 우리는 행주산성까지 가기로 합의를 봤다. 취미나 운동삼아 자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지만 우리에겐 제법 먼 거리였다.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녀석은

괴성을 지르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복근! 복근! 복근!"

 

미친놈.. 하지만 걸터앉은 안장 위로 다소곳이 접힌 녀석의 뱃살에는 복근은 커녕 지방 뿐이었다.

딱 봐도 오버페이스로 달려가는 녀석을 보니 곧 퍼지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본 코스에 들어가기도 전에 헥헥거리기 시작했다. 자전거도로로 들어갈 때 쯤 녀석은

이미 초죽음이 되어 있었다. 핸들에 고개를 쳐박고 죽을것 같이 가쁜 숨을 내쉬는 녀석에게

괜찮냐고 물어봐도 녀석은 풀린 눈으로 인터하이에 나가야 한다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우리는 그런 녀석을 버려둔 채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달리자 이미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갑문에 도착해 녀석을 기다리면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녀석은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헉.. 헉.. 어디냐?"

 

"어디긴 우린 갑문이지. 어디쯤 왔어?"

 

"여.. 여기? 몰라 이상한 공원 같은데가 있는데?"

 

"공원? 미친 아직 절반도 못왔구만. 빨리 와!"

 

"기다릴거지?"

 

"빨랑 안오면 버리고 간다?"

 

"같이 좀 가 이새끼들아!"

 

처음의 그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녀석은 약한소리를 늘어놓았다. 보다 못한 친구가 전화기를

뺏어들고는 근엄하게 말했다.

 

"힘든가?"

 

"죽겠다 아주.."

 

"함께 하고 싶나?"

 

"천천히 좀 가.."

 

"그럼 30회전 더 올려라."

 

"...."

 

"백명 제껴."

 

"야 이 개 !@#%@#$%@$"

 

우리는 앉아서 녀석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한참 시간이 흐르고 저 멀리서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웬 할머니와 스프린터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한참동안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 결국

녀석은 할머니에게 추월당했다. 할머니는 너 같은 애송이는 여기 아라뱃길에 갈매기 숫자 만큼이나

널리고 널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친구를 힐끗 바라보시고는 그대로 유유히 떠나셨다.

녀석이 도착하고 우리는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야.. 어디가.."

 

"뭘 어디가야 이제 다시 출발해야지."

 

".. 난 방금 도착했는데?"

 

"그거야 니사정이고."

 

친구는 팔짱을 끼고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달릴수 없는 자는 버리고 간다.. 그게 아라뱃길이야.."

 

미친놈들..

 

결국 녀석은 다시 자전거에 올랐고 우리는 마침내 행주산성에 도착했다.

일단 밥을 먹고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밥을 먹고 좀 쉬다가 다시 출발하려는데 녀석의 발걸음이

이상했다. 어딘가 불편한 것 처럼 어기적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사실 자전거를 타고 처음 장거리를 달리면 가장 아픈곳은 다리가 아니라 엉덩이였다.

게다가 녀석은 타는 자세가 잘못된건지 걷는것 조차 힘들다며 고간에 느껴지는 고통을 호소했다.

녀석은 달리고 싶어했지만 녀석의 몸은 달리길 거부했다.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녀석의 오른쪽 불알 앤디는 달리라고 녀석을 떠밀었지만

신중한 왼쪽 불알 프랭크는 더이상 달리다간 앞으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자손번식의 기회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름을 예감하고 녀석을 붙잡았다.  

 

결국 녀석은 더이상 달리지 못했다.

자전거를 그 곳에 묶어두고 녀석은 앤디와 프랭크를 다독이며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녀석의 자전거는 방 한구석에서 다시 달릴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댓글 1

CJ제일제당 · 쇼******

존나길다 물론 안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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