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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후배들과 착한형 코스프레

서울9호선운영 · l*********
작성일2018.10.23. 조회수581 댓글2

#이야기


전역 후 복학을 한 뒤 내가 다짐한건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캠퍼스 라이프를 즐겨보자는 것이었다.
뒤돌아켜 생각해보년 군대가기전 내 대학생활은 술과 사건사고로 점철된 시간의 연속이었다.
냄세나는 남자놈들과 함께 매일같이 술을마시고, 게임방을 가고, 또 술을 마시고, 그리고 또 술을 마시는 생활뿐이었으니까
제대 후 나는 이제부터라도 남들처럼 장학금도 받고 여자도 만나면서 꽃향기 가득한 대학생활을 보내야 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런 내 계획은 오래가지 못하고 다짐으로만 남게되었다...

어느 날 날이 좋은 그런날 나는 침대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집 주변은 평소와 달리 너무나 조용했다.
여유를 즐기기엔 더할나위 없는 조건이었다.
자취방 방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저 쓰레기들만 없다면.....
복학 후 내게 꼬아는건 내가 기대했던 아리따운 여자동기나 후배가 아닌 보기만해도 쩌든내가 물씬 픙기는 남자후배들뿐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내가 친한 후배들은 악질중의 악질, 쓰레기 중의 쓰레기 인간 말종 중의 인간 말종들 뿐이었다.

녀석들과 약간 친해졌을때, 가끔 놀러와도 괜찮냐는 말에 어려워말고 자기집처럼 생각하라고 말한게 잘못이었다.
녀석들은 정말 냐 집을 지네 집처럼 여겼다.
언제고 내킬때마다 연럭도 없아 찾아와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평소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기도 한데더 집안이 북적북적거리니 사람 사는 느낌도 나는것 같아 처음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내 평화로운 자취방은 불량 청년들의 아지트화 되었고 내 대학생활도 꽃향가 대신 밤ㄲ
아니 술냄새만 진동하게되었다.

전화를 받지않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꿔도 녀석들은 귀신같이 알아냈다.
어떻게 해서든 집요하게 날 찾아내 내 작은 평화를 좀먹기 시작했다.

야~~니들 집에 안가냐??

어딜요??여기가 집인데요??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겠어요?? 다 우리형 좋아서 그러는거 아니겠어요??

맞아맞아 자기도 좋으면서 싫은척 하기는 ㅎ
요요 요런 깍쨍이~~내 마음의 독재자 같으니❤

다 숙청해버리고 싶었다. 일렬로 세워놓고 총살시킬수만 있다면 짧은 인생 여기서 마무리 지어도 좋겠다 싶었다.

근데 우리 밥 언제 먹어요??

녀석들은 메뚜기 뗴 같았다.
지나간자리는 풀 한포기도 남지 않았었다.
참치라도 꺼내주면 캔까지 씹어먹을 기세였으니까

형 설렁탕 먹고싶어요 우리 나가서 설렁탕 사 먹어요

미친 새뀌들아 니들 설렁탕 사먹이려면 나가서
인력거라도 끌어야 될 판이거든 지금??

내가 왜 이 꽃다운 나이에 김첨지가 되어 식솔들 먹여살릴 궁리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난 계획을 바꾸기로했다. 맨날 욕하고 툴툴대봤자 장난으로 그런다는 걸 녀석들은 알고있었으니까.
이번엔 착한 선뱌가 되기로 했다.
부담스러울정도로 착한 선배가 되어 그 부담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녀석들이 떨어져 나가게 하기로 마음 먹었다.

여지없아 녀석들은 집으로 왔고

형~~왔어요~~

그래그라 왔어?? 수업듣고 왔니?? 피곤하지??
뭐 마실꺼라도 줄까??

뭐....뭐...야 왜그래 형 쌍욕 안해??

에이 무슨소라야 내가 왜 쌍욕을해 ㅎㅎ
앉아앉아 치킨 시켜먹을까??

녀석들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건지 자기들끼리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내 예상이 먹혀들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을 과소평가 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바퀴벌레였던것...
어떤 환경에서도 금방 적응했다.
오히려 나의 이런 친절을 아용하기 시작했다.

형! 나 오늘 형 옷 좀 입고 나가도 되죠??

응??? 으....웅..그럼그럼 맘대로 편하게 입어

아우... 먼지 봐라 형! 집 청소 좀 해요 더러워 죽겠네

그...그런가??방이 좀 더럽지??알았오~~

나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이 모든게 신께서 냐게 주신 시련이 분명했다.
난 시험에 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 인내는 오래가지못했다.

형....어떡하죠..이거 옷에 뭐 묻었는데 안지워져요.

평소였다면 온갖 쌍욕을 퍼부었을 것이었다.
녀석도 그걸 아는지 위축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난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괜찮아 뭐 그럴수있지 신경쓰지마

진짜요??

그럼스럼

당장이라도 녀석을 찢어죽이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아내고 억지로 대인배같은 미소를지어보았다.
옷에 진 얼굴처럼 내 마음에도 얼룩이 지고 있었다.

어이쿠!!

다른 녀석은 침대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다 침대보에 음려수를 흘리고말았다.
녀석은 평소에도 자주흘려서 침대에서 뭐 먹지말라고 누누이 이야기를 하던 차였다.
녀석은 당황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야!! 이 정신나간 새뀌야!!!!! 내가 거기서 뭐 쳐먹지 말라고 이야기했지!!! 턱주가리에 빵꾸라도 났냐???
왜 맨날 질질 쳐흘리는데!!
주둥아리에 공구리라도 쳐줘??!!

라고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다. 하지만 난 참아냈다.

.....흘렸네?? 괜찮아 괜찮아 그럴수도있어
신경쓰지마렴

하지만 내인내는 여기까지였다.
컴퓨터에 앉아 게임을 깔턴 후배가 말했다.

형 이거 용량 부족하대요
찌르레기??? 이거 지워도 되죠??
지울게요 용량 엄청크네 이거

야!!! 아....안돼!!!

말릴새도없이 녀석은 찌르레기폴더를 삭제했다.
난 녀석을 밀쳐내고 휴지통을 살펴봤지만 이미 완전히 삭제가 된 후....

뭐 뭔데요?? 뭐길래요???

찌르레기 폴더는 상처받고 지친 내 영혼을 쓰다듬어주는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였다.
항상 녀석들이 집안을 휩쓸고 가고 난 뒤엔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찌르레기 폴더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 하곤했다.
아무리 길고 외로운 밤이라도 찌르레기와 함께라면 견딜 수 있었다.
시라이시 마리나....이쿠미......
난 그녀들의 이름을 되뇌였다.....
그렇게 마지막 작별의 손인사도 건네지 못한채 그녀들은 나에게서 떠나갔다...
난 비통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본 채 움직이지 못했다..

뭐야??이형 왜이래??야 이거 뭐냐??

그거 ㅇㄷ일껄??

아 뭐야 ㅇㄷ야?? 뭔가했네 ㅋㅋ
괜찮죠 형??그럴수도 있죠 뭐

나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뭐....괜찮아...
그럴 수투페파이!!!!!
이 개새뀌야!!!!!!!

내 손날은 날렵하게 녀석의 울대로 향했고
바닥을 내 뒹구는 녀석을 보며
난 그 제서야 깨달았다

녀석들에게 필요한건 당근과 채찍이 아닌 채찍과 더 큰 채찍이었음을

나는 그녀들의 49제...아니 약 49분간 후배들의 울대를 번갈아가며 나를 떠나간 그녀들의 기리는 의식을 행했다.

그렇게 착한 형 코스프레는 며칠만에 막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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