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썸·연애

첫눈에 반하는 친구 이야기

서울9호선운영 · l*********
작성일2018.10.25. 조회수1,021 댓글1

#이야기

나에겐 오랜 된 친구들이 있다. 이건 그 중 한 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녀석을 알게 된지도 이미 20년이 훌쩍 넘었다. 

가끔 기부도 하고, 길에서 뭘 파는 노인분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걸 보면 그렇게 나쁜 녀석은 아니다. 

성격도 활달한 편이고,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도 썩 나쁘진 않다. 가끔은 그 활달함이 너무 심해 

산 같은데다 파묻거나, 사지를 찢어서 인천 앞바다에 물고기밥으로 던져주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무난한 성격이다. 

다만 한 가지, 나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을 힘들게 하는 점이 있다면 녀석이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다는 점이었다. 

첫 눈에 반한다는 말을 식상하게 만드는 친구였다. 그 시작은 고등학교때 였다. 

녀석은 나와 다른 고등학교를 다녔다. 우리 학교에서 그리 멀지는 않은 학교였다. 

어느 날이었다. 점심시간에 나는 평소와 다름 없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나를 깨우는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뒷 문 앞에 그 친구가 서 있었다. 

녀석은 베이지 색 코트를 입고 서 있었고 그 모습은 최연소 바바리맨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학우들의 시선은 당연히 녀석에게 몰렸고 당황한 녀석을 끌고 학교 뒷편으로 향했다. 

 

"뭐야. 여긴 왜 왔어? 너 학교 안갔냐 오늘? 그리고 그 코트는 뭐야?"

녀석의 코트를 들춰보니 안에는 자기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우리 학교 교복 입고 들어오면 좀 눈에 띌거 같아서 집에서 가져왔지."

"미친새끼.. 남녀공학 학교에 바바리코트를 입고 오는게 더 눈에 띌거란 생각은 안해봤냐? 근데 진짜 왜 왔어?"

녀석의 용무는 여자를 찾는 것이었다. 저번에 버스를 타고 오다 우리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을 봤는데 

첫 눈에 반했다는 것이었다. 차마 용기가 없어 그 자리에서 말은 걸지 못하고 나를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야 그럼 학교 끝나고 보면 되지. 왜 지금 학교까지 찾아오고 지랄인데."

"그럼 어떻게 생겼는지 말하면 니가 찾아줄꺼야?"

"아니. 내가 흥신소 직원이냐?"

"그러니까 직접 왔지. 같이 찾아볼라고."

"아 내가 왜 끼는데."

하지만 녀석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만 나는 녀석과 함께 그 여학생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떻게 생겼는데?"

"이뻐."

"거 참 구체적이네. 미친새끼야. 대충이라도 인상착의를 알아야 찾을 거 아냐!"

"몰라 그냥 보는 순간 눈이 부셨어."

"백내장 아니야?"

"아 암튼 빨리!"

우리는 결국 그 의문의 여학생을 찾아 학교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우리는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운동장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그 학생을 발견했다. 친구는 그 여학생에게 다가가 자기소개와 함께 연락처를 요구했다. 

물론 당연히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그리고 몇 년 후,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였다. 방학을 하고 집으로 올라온 나는 밤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녀석은 그 때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일단 다른친구들 만나 술을 마시고 있는데 뒤늦게 녀석이 도착했다. 

녀석은 오자마자 의자에 앉지도 않고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아직 다 먹지도 않았는데 어딜가냐는 내 말은 들은척도 

안하고 밖으로 나가버렸고 다른 친구들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가 향한 곳은 동네에 있는 다른 술집이었다. 

사장님도 친구들이 이미 익숙한 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 상황이 의아한 나는 다른 친구들에게 물었다. 

"뭔데."

"뭘 뭐야. 저 새끼 병이 또 도진거지."

이번에는 술집 알바였다. 녀석의 구애방법은 간단했다. 그저 매일같이 그 술집에 가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말을 거는 것도 아니었다. 전에 당한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있는지 이번에는 말조차 한 번 걸지도 

못하고 그저 매일같이 그 가게에 출근도장을 찍는 것이었다. 녀석은 퇴근을 하고 이 가게에서 알바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게 며칠간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처음엔 매일 술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보다 못한 우리는 녀석에게 말했다. 

"그냥 말 해! 마음에 든다고! 연락처좀 달라고 하면 될 거 아냐!"

"까이면 어떡해."

"왜 까일까봐 겁나냐? 그럼 일단 우리한테 좀 까여볼래?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아 진짜로 나 심각하다고. 진짜 죽을 거 같단 말야."

"우리 간도 지금 심각해. 시바 줄초상 치뤄봐야 정신 차릴래?"

결국 우리에게 등떠밀려 알바에게 다가간 녀석은 수줍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다. 그리고 마침내 

알바의 전화번호를 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였고, 다음에 가게에 갔을 때 그 알바는 일을 그만 둔 상태였다. 

좌절에 빠진 녀석이 회복되는건 금방이었다. 이듬 해 녀석은 또 첫 눈에 반한 사람이 생겼다고 얘기했다. 

녀석의 말을 들은 나는 사색이 되었다. 

그 여자는 청국장집 딸래미였다. 

그렇게 몇 번의 실패 후에 녀석은 여자친구가 생겼고 당분간 우리에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다 녀석이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리고 한동안은 일에만 집중하나 싶더니 개버릇 남 못준다고 결국 

또 누군가에게 첫 눈에 반하고 말았다. 

이번엔 마트 캐셔였다. 덕분에 우리는 전업주부라도 된 것처럼 매일같이 녀석과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가야했다. 

매일같이 마트를 들락날락 거리다보니, 그 여자도 녀석이 눈에 익었는지 어느순간부터 

둘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친구는 이번에야말로 느낌이 좋다며 설레여했다.. 하지만 내 느낌은 그리 썩 좋지 않았다. 

어느 날, 마트에서 줄을 기다리던 친구가 흥분하며 내게 말했다.

"저거 봐! 방금 그 여자가 날 봤어!"

"네 장바구니를 본 거야."

"아니야 진짜로 날 봤다니까!"

"정신차려 그냥 서있는 줄을 본거라니까?"

"저 여자가 날 허니문으로 인도해 줄거야!!"

이 가엾은 러브보이는 이미 완전히 미쳐버린 것 같았다. 녀석은 확신이 생겼는지 그 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유부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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