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특정될 위험성 때문에, 들은 얘기들, 직접 경험한 얘기들을 섞어 서술하겠습니다.
* 이로인해 세부적인 내용들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상충되는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코로나 때문에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현재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수도권 및 지방 병상이 포화상태로,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병상배정을 기다리며 고통 받고, 심한경우 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사망하기도 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 많은 분들이 이렇게 배정과정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기사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코로나 병상배정반에서 근무해본 적이 있는 의사로서, 코로나 병상배정에 대한 현실 및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COVID-19 확산과 함께 서울/인천, 및 경기 확진자의 병상 배정을 관리하는 병상배정반이 국립중앙의료원(NMC)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병상배정팀은 파견나온 공무원 + NMC파견 간호사 + 및 각 시도에서 차출한 공중보건의사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업무 분담은

1. 공무원 : 각 지자체 민원 전달 및 구급차 배차,
2. 공보의 : 환자 문진 및 중증도 평가 후 병상 배정
3. 간호사: 공무원 및 공보의의 업무 보조

업무 형태는 간단히 설명하면

1. 공무원들이 각 지자체에서 만든 역학조사서와 설문표를 바탕으로 의사에게 문진 요청할 환자를 선별
2. 공보의들이 해당 환자 문진 후 중증도 평가 후 병원에 의뢰
3. 병원에서 수용할 시 각 지자체에서 구급차 섭외 및 배차

와 같은 형태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당시, 모든 업무 진행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기반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환자들의 모든 개인 정보와 문진내용들이 카카오톡 단톡방으로 통해 모두에게 무분별하게 공유되었고,

병원 연락 및 구급대원 연락 또한 모두 카카오톡을 통해 진행되었다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공무원과 공보의들은 다른 시도에서 파견나온 공보의 들로 짧게는 2주만 근무 하고 복귀하는 형식이었다는 점입니다.

공무원들과 공보의들은 계속 바뀌고, 이로 인해 인계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이들 중엔 병상배정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이 없게되고,

앞서 말한 NMC 파견 간호사에게 모두가 의지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다만 확진자 수도 적고, 병상도 넉넉해서 누구하나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2.

별 문제 없어 보이던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확진자 수는 늘어나고 이로인해 잔여 병상수는 줄어들며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1) 인력부족

확진자 수가 늘어나며 여러 군데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게 두드러지게 됩니다.

우선 절대적으로 공무원들이 선별해야 하는, 의사들이 문진해야 하는 환자 수가 늘어납니다.

파견 인력은 계속 교체 되어 업무 숙련도는 그대로 인데, 환자 수는 늘어나니 배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누락되는 인원도 많이 생기게 됩니다.

지자체는 배정이 오래 걸리는 환자들의 민원을 받느라 마비되고, 병상배정반은 그로 인한 중복 의뢰, 재문진 요청등으로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특히 장기 파견 중이던 공보의 및 공무원들도 업무 로드를 버티지 못해 파견 종료 후 돌아가게 되고, 이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2) 병상부족

예전엔 잘 받아주던 병원들이 하나 둘 수용에 난색을 표하기 시작합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병상부족, 장비부족, 인력부족, 해당과 진료 불가 등등..

시스템 상으론 병상이 남아있지만 실제로는 수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지게 됩니다.

이로인해 예전엔 의뢰 -> 수용으로 끝나던 프로세스가, 의뢰->거절->의뢰.. 등으로 복잡해지며 업무가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미배정 인원들이 늘어나던 시기도 이때라고 생각이 듭니다.

(3) 중증도 증가

앞서 말한 이유로 배정이 지연되며 환자들의 중증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가령 이전 고령 환자의 경우 입원요인이 없어도, 악화가능성을 대비해 병원으로 배정해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미배정자가 늘어나며 당장 숨 넘어가는 환자 신경 쓸 시간도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이런환자들의 배정이 늦어지게 됩니다.

이러면 보통 하염없이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식사도 못하고 기력도 떨어지고.. 이러다 호흡곤란 증상 생기고.. 안좋아지게 되는데요.

이러면 이제 일찍 입원 시켜 수액만 주면 빠르게 나을 수 있던 환자들이 산소호흡기 달고 하염없이 입원해야 하는 환자로 바뀌는 거죠 ㅠ

그 외에도, 호흡곤란 때문에 출동한 119 구급대가 배정을 기다리며 환자와 함께 있는동안, 이송이 안되어 악화되는 경우,

다른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데, 배정이 늦어지며 동거가족에게 옮아 함께 확진되는 경우등.. 다양한 상황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3.

미배정인원이 늘고 환자들의 중증도도 높아지자 정부에선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크게 효과는 없었습니다..

(1) 인력 부족 문제

민간 전문의들을 고용해 업무연속성을 늘리고 전문성을 늘리려 했지만 1달간 단 2명 지원 하는 것에 그쳤고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군의관들을 도입했지만, 문진을 해도 배정할 병상이 없어서 있으나 마나 하게 되었습니다.

(2) 병상 부족 문제

타 시도의 병상을 끌어왔지만, 애초에 이송거리가 멀어지면 이송갈 수 있는 환자들이 한정됩니다.

상식적으로 어떤 구급차가 숨넘어가기 직전인 환자를 태워 부산까지 가겠습니까?

따라서 타 시도의 병상은 젊지만 입원요인이 있는 (ex: BMI가 높은 환자) 아주 한정된 환자군들에게 배정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또, 병원들이 여력이 되지만 환자들을 억지로 거부하는 거라 생각해 "배정 거부사례 방" 을 만들었습니다.

특정 병원의 잔여 병상수가 많음에도 적합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해제, 혹은 수가 삭감을 하겠다고 협박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못 받는걸 어떡합니까?

억지로 침대를 넣어도 인공 호흡기, 투석기계는 한정적이고, 특히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은 더욱 부족합니다.

병원들은 과도한 로드로 인한 핵심인력들의 퇴사, 이로 인한 잔여병상 수 증가로 인한 정부의 압박들의 이중고에 빠지게 됩니다.

(3) 중증도 증가 문제

정부에선 수도권 내의 중증 병상이 부족하니, 지방들의 중증 병상을 땡겨 쓰라고 지시했습니다.

산소 호흡기를 달고, 의식이 없는 환자를 구급차에 태워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으로 가라네요..

부산에선 구급차 타고 오면 분명 환자 상태가 나빠져 있을테니 난색을 표하고, 구급대원은 갑자기 부산으로 가라니 미쳐버립니다. 가는동안 버틸 수 있는 산소량도 없고요..

그리고 구급차 한대가 왕복 10시간동안 빠져버리면, 급하게 이송해야 하는 서울시내 환자들은 어떻게 하나요?

급하게 서울 시내에 상급종합병원 몇개를 만들지 않는이상.. 불가능한 문제입니다.

4.

지금 들리는 소식은 참담합니다...

사무관이 바뀌며 오래 일하던 파견 간호사를 말 안듣는다고 짤랐다고도 하고

이제야 부랴부랴 카카오톡을 대체할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래머와 함께 회의를 진행한다고도 하네요...

많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속히 시스템이 안정화 되어 더이상 고통 받는 환자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선에서 일하는 분들 모두 고생 많으시고, 모두 코로나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두서 없이 쓰던 와중 파닭이 와서 파닭 먹으러 가겠습니다.

궁금한 것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