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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선 조용할수록, 불쌍할수록 좋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 d********
작성일05.06 조회수1,537 댓글15

제가 회사 생활하면서 처신을 잘못한 바람에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미리부터, 또는 지금부터라도 주의하셔서 그런 일이 처음부터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어 봅니다.

제가 회사에서 잘못한 것은 제가 가진 패를 동료들에게 하나 이상 오픈한 것입니다.

제가 신혼집을 어디에 얼마주고 얻었는지,

그 신혼집은 전세인지 월세인지,

전용면적 몇 평짜리이며 방은 몇 개인지,

계약은 언제까지인데 얼마나 미리 이사 나와서 등기 쳤는지,

와 같은 쓸데없는 소리를 지난 몇 년간 하고 다녔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민족은 오지랖의 민족이다 보니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살림살이가 나보다 나은지 못한지를 캐내고 싶은 마음에 온갖 무례한 질문을 퍼붓는 것이 보통입니다.

집은 어디인지, 몇 평짜리인지, 자가인지 임차인지, 거기서 회사는 어떻게 다닐 생각인지 등등..

저는 결혼 준비할 당시 쏟아지는 저런 질문들에 대해서 별생각 없이 제 사정을 그대로 오픈했었는데, 제가 지방 근무 중이다 보니 서울에 신혼집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직장 사람들에게는 화제였습니다.

그때 특히나 저를 귀찮게 굴면서 별의별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며 저를 깎아내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제게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조금이라도 깔 거리가 생기면 특유의 친한 척을 하면서 아직도 저를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다 들리게) xx네 신혼집 서울 전세래요~”

“(전세 살던 시절에) 아니 전세 살 거면 왜 굳이 서울에서 회사 다님?”

“(자가로 이사한 후) 아니 창용이 형이 저성장 장기화될 거라는데 부동산 몰빵한 거 어떡함?”

처음엔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서 어떻게든 나에게서 깔 거리를 찾는 그 동료를 마음속으로 욕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결국 이 모든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나 자신이더라고요.

서울에서 전세로 신혼집을 구했다는 것을,

계약이 끝나갈 때쯤 이사 갈 집을 매매했다는 것을,

앞으로도 점점 더 상급지로 이사 갈 것이란 것을,

이 모든 것은 말귀도 못 알아들을 사람을 앞에 두고 서울 서울 서울 타령한 내 잘못이었던 것입니다.

애당초 회사에 돈 벌러 와서는 친목질을 가장한 비교질 모임에서 쓸데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결국 회사에선 처음부터 개인적 이야기를 시작도 않았어야 했던 것이지요.

회사에서 개인적 친분이란 없다는 것을 뼈에 새기지 못한 저의 큰 잘못이었습니다.

루지님의 저서 ‘월급쟁이 부자의 머니 파이프라인’에서는 도광양회의 중요성이 여러 번 강조됩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힘을 기르되 몰래 길러서 회사를 떠나는 그 순간까지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이 회사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절대로 함구해서 겸직 이슈에도 휘말리지 않아야 하고,

쓸데없이 동료들에게 발목 잡히는 일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그러므로 회사를 다닐 때엔 업무 외의 친목질은 모두 쓸데없는 짓인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회사와의 인연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는 볼 일 없어지는 남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건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만 막상 회사를 다닐 땐 마치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곤 하지요.

그러므로 회사는 최대한 조용하게 다니는 것이 최선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동료들을 정말 남처럼 대하면서 회사를 다니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 땐 회사에서 최대한 불쌍한 사람이 되는 편이 낫습니다.

조금이라도 잘 되어가는 일이 있더라도 굳이 사람들에게 털어놓아서 축하를 가장한 시기와 질투를 받을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회사에서는 주식이나 코인 같은 건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되는 편이 낫습니다.

혹시 누가 묻는다면 적금 들고 있다고 하는 게 낫습니다.

회사에서는 내가 1주택, 다주택자더라도 절대 함구하는 게 낫습니다.

혹시 누가 묻는다면 그냥 전세 살고 있다고 하는 편이 낫습니다.

월세라고 하면 대화가 더 길어지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회사에서 누군가가 희망퇴직 같은 거 신청할 거냐고 묻는다면 절대 못한다고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회사 나가면 바로 굶어죽는다고 말하는 게 당신의 동료를 안심하게 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회사에서는 말을 최대한 적게 하되,

꼭 말을 해야 한다면 최대한 불쌍한 사람이 되는 편이 낫습니다.

생각보다 회사에서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줄 만한 사람은 적기 때문이고요,

정확히 말하면 회사에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댓글 15

남해화학 · l*********

뭐 당연한 얘기를 이렇게 큰 깨달음같이 써놓냐
학창시절에 인간관계 몇번이면 깨우쳐야지
세상엔 비밀이 없다.
니가 입을 안열면 몰라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 y*********

많이배웠습니다
저도아직사회초년차라..., .

삼성바이오에피스 · f*****

공감 꾸욱
회사 퇴사하고 계속 만나는 사람 찾기 쉽지않음
특히 첫직장아니면 더더욱

LX하우시스 · 해***

”xx 사원 이번에 집샀답니다 축하해 줍시다“
라고 사업부 전체 회식에서 축배올린 또라이 팀장 생각납니다….

새회사 · g***

당연한거죠. 절대 회사에서 개인 얘기하는거 아닙니다. 특히나 재정적인 사항은 저얼때 얘기 금물. 회사는 각자 돈벌러 모인 곳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KB증권 · H*****

회사선 절대 개인적인 얘기 ㄴㄴ

한국수력원자력 · l*********

회사에서 종교, 정치 포지션 공개금지. 회사내 특정인, 무리에대한 본인의 선호도 및 뒷담화절대금지, 개인의 가정사, 돈자랑, 자식자랑 절대금지
항상 본인을 회색지대에 올려놓고 모호한상태로 둬야함
호의에는 반드시보답하고, 상사라도 선을 넘는사람은 반드시 응징하는 액션을 보여줘야함. 이거 정말중요 만만하게보이는 순간 끝임

우아한형제들 · y****

조금더 설명해주실수 있나요?
어떤 액션을 보여줘야하죠

COUPANG · u*****

근속기간이 긴 공기업이라서 특히 그런듯요 ㅋㅋ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 /********

진짜 좋은 글이고 저도 뼈저리게 직장생활하면서 느낀 바 입니다
그저 직장이라는 한 공간에서 우리는 만났을뿐이며 생긴 모습도 사는 모습도 태어날 때부터 완벽하게 다른 존재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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