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야 고객 회사에 사람을 소개해주고 소개해준 사람이 이직 성공해야 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무조건 좋은 말 할테니까 난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내 입장에서는 혹시나 나중에 내가 이직 하고 싶어지면 그 때 가서 원하는 회사 정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에 척지기 싫어서 이력서 달라는대로 줬는데...

CJ제일제당 경력직 덜컥 됐네...별 생각 없었는데 합격했다고 해도 참 난감하군...

형아들, 인간적으로 물어볼께.

내가 지금 회사에서는 기본급이 7500인데 인센티브는 내가 하기 나름이야. 그래서 내가 내키지 않으면 그냥 기본급만 나오지만 여친이랑 헤어지는 것과 같은 메가톤급 충격을 받는 일을 겪는 경우 정신 피폐해질까봐 잊으려고 일만 하는 달은 돈이 꽤 나와. 예컨대 1월말에는 사랑하는 가족 한 명이 가시는 바람에 충격이 좀 커서 미친듯이 일만 했더니 3월 월급 통장에 세후 770만원이 찍혔거든.

(아, 그거 770 찍은 것은 어쩌다 일년에 한 두번 정도 있는 일일뿐, 보통 인센티브는 받게 되어도 많아야 150~180 정도임..)

40 다 되어가는 늦은 나이이기는 해도 나 이제 가을에 결혼한다고 돈이 많이 필요하기는 해..집값 더 오르기 전에 전세살이 그만하고 빚을 내서라도 집 사야겠다 생각하고 그 동안 번 돈 다 아파트 산다고 쑤셔넣고 은행 빚도 진 상태거든...

반지 사고 예복 사고 여친이 결혼 선물 해달라고 해서 꽤 비싼 명품 보석 사고 예식장 예약금 걸어놓으니까 당장 결혼식장 비용 없어서 카드로 긁고는 축의금 받아 카드값 해결해야 할 정도로 비참한 상태임...

그래서 평소 무덤덤하게 살았지만 솔직히 요즘은 돈을 의식 안 할 수가 없어. 기본급이 단 천 만원이라도 더 많이 주는 곳이 있다면 이젠 유혹을 못 이기겠는데 형들 생각에 지금 받는 급료 체계 포기하고 CJ제일제당 가는 것이 좋을까?

헤드헌터는 CJ 그룹의 맏형이고 식료품 업계의 삼성전자급의 대기업이니까 좋다고 계속 꼬시는데 형들 같으면 지금 내 연봉 체계가 버리고 갈 만한 곳이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