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블라에서 해외선물 관련 글을 읽고 씁니다.

일단 국내에서 해외선물을 하는 100명 중 99명은 계좌가 사라집니다. 즉, 원금을 모두 잃는 ‘깡통’을 차는 셈이죠.

실제로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파생상품 - 선물 또는 옵션으로 세금을 내는 모수 자체가 얼마 안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신고건수는 매년 5천건 내외입니다. 다시 말해 매년 250만원 이상 선물옵션으로 수익을 올리는 건수가 5천건 정도가 되는 셈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세금 신고 건수에 개인과 기관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누구나 만만하게 볼 시장이 절대 아니죠. 하지만 살아남은 소수의 트레이더들은 상상 못할만큼 많은 수익을 올립니다. 오죽하면 일부 성공한 트레이더들은 시장에서 ‘돈을 뽑아온다’고 ATM이라고 농담을 할까요.

결국 소수의 성공한 트레이더가 되기 위해 낮은 성공 확률에도 불구하고 해외선물 트레이딩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을 터.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유독 해외선물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불과 10년전만 하도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 ‘주식은 도박이다’ 란 말이 공공연하게 들렸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가운데 주식을 안하는 사람을 더 찾아보기 힘들죠.

해외선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적 의미의 유가증권시장의 역사는 10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반면 해외선물의 역사는 60년 정도밖에 되지않습니다. 70년대 미국에서조차 해외선물하는 사람은 단순한 노름꾼 취급을 받았었죠.

결국 아직까지 해외선물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더 많은 오해를 받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이고 잘 모르기 때문에 더 위험한 일이 생기는 법이죠. 딱 지금 우리나라에서 해외선물에 대한 인식이 그런 것처럼요.

그렇다고 ‘해외선물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누구나 하루만에 몇천만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꼭 해외선물을 해야한다’는 위험한 주장을 하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해외선물이란 파생상품을 트레이딩하든 안하든 잘못된 인식과 오해가 더 많은 잠재적 피해자들을 양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국내에서 유독 선물과 옵션을 합쳐서 ‘선물옵션하면 빚쟁이된다’고 하는데요. 선물과 옵션은 엄연히 다른 파생상품이고 트레이딩 방법도 확연히 다릅니다. 저도 옵션은 헷지용이 아닌 이상 가급적 추천을 하지않는 편인데요, 그에 반하면 선물 상품은 젊은 시절 한번쯤 도전해볼만한 투자상품이라고 생각해요.

선물옵션을 한다고 전부 다 빚쟁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트레이딩할 때 손절가를 예약하거나 그게 아니라도 증권사/브로커에서 보호차원에서 청산 가격을 지정해둡니다. 세간의 인식처럼 ‘선물하면 빚이 생긴다’는 말은 전혀 틀린 말입니다.

또 선물옵션을 한다고 전부 다 노름꾼은 아닙니다. 오히려 도박처럼 하는 사람이 문제죠. 제대로 된 트레이딩 교육 없이 정말 바카라 같은 겜블처럼, 홀짝이나 사다리 같은 겜블처럼 트레이딩하는 사람들. 정말 많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걸까요?

해외선물 같은 파생상품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파산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주식투자는 건전하고, 해외선물은 불건전한 도박이란 광범위한 인식이 제대로 된 트레이딩 교육 시장을 자리잡지 못하게 만드는게 아닐까요? 제대로 된 교육 없이, 교육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채 ‘어차피 이건 도박이야. 운만 따라주면 되니까 상관없어’랑 생각을 해외선물 하는 사람들에게 심어주는게 아닐까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잃고, 그 사람들이 해외선물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더 강화시킨 악순환이 반복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내 해외선물 인구의 대다수는 40대 이상입니다. 한평생 해외선물이 도박이란 말에 피하고 살다가 뒤늦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트레이딩을 배우기 쉽지않습니다. 해외선물처럼 고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위험한 파생상품 트레이딩은 더더욱 쉽지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대개 파산합니다.

워렌버핏이 ‘좀더 어릴때 투자를 시작하지 못한게 후회된다’고 한 것처럼 저도 좀더 어릴때 다양한 투자와 트레이딩을 경험해보지 못한걸 후회하는 편인데요.

해외에서 트레이딩을 처음 시작할때 소액으로 통화선물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돈으로 10만원 정도로 해외선물을 시작하는 셈입니다. 한국과 다르게 해외에선 소액으로 누구나 트레이딩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릅니다. 금융당국이 ‘일반 사람들에게 위험한 금융상품이다’란 이유로 필요 증거금을 터무니없이 몇천만원 단위로 올려놨죠. 해외처럼 어린 나이에 적은 돈으로 트레이딩 연습을 절대 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준비되지 않은채 수많은 돈을 잃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설 불법 해외선물 업체로 몰립니다. 불법이지만 적은 돈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부분 불법 업체들은 사용자가 돈을 잃어야 돈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유튜버나 BJ를 고용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도박처럼 해외선물을 하는게 당연한 것처럼 보여줍니다. 그럼 또 돈을 잃겠죠. 그게 업체들이 노리는 바니까요.

결국 금융당국의 ‘투자자 보호’ 명목으로 해외선물의 진입장벽을 올린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파산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극단적으로 금융의 사다리차기가 아닌가란 생각도 합니다. 해외선물뿐만 아니라 수많은 파생상품의 진입장벽을 올리고 그런 상품이 음지화되는걸 방치하는게 아닌가란 생각이요.

저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트레이딩하는 주변 친구나 지인들을 보면 정말 공부 많이 합니다. 누군가는 도박이라고 손가락질하는 해외선물 트레이딩을 잘하기 위해 글로벌매크로는 기본으로 자신이 트레이딩하는 상품에 따라 남미의 일기예보를 챙기고, 유럽 국가의 지정학적 이벤트를 챙기고, 심지어 각국의 주요 전략자원과 수출수입량을 공부합니다. 이런 말하기도 새삼스러운게 사실 기본 중 기본이거든요. 자신이 투자하는 시장에 대한 마켓뷰를 만들고 그에 따라 트레이딩 전략을 세우는게 당연하죠.

어쩌다 글이 길어졌는데요. 한명의 투자덕후로서 해외선물에 대한 오해가 안타까워 글을 남깁니다.

누군가에게 이 글은 또 도박을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글로 읽히겠죠? 부디 그런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님을 알아주셨음 합니다.

그럼 늘 행복하고 건강한 투자하세요

#고구마우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