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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일지: 불공평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좀 더 웃고 감사하기로 했다.

공무원 · i*********
작성일2023.05.14. 조회수1,012 댓글32

내용이 일부 딥-해요!
울적하고 싶지 않은 분은 지나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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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막 30대 초 신혼생활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늘 20대를 보내며 최근까지도 늘 궁금했고 의아했고 울적했다.

나는 어느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참 열심히 살고 친구들보다 아끼고 놀지않았는데

친구들보다 왜 난 작은 신혼집에서 시작했지?
내 친구는 서울에 있는 6억 전세 거실, 방세칸 아파트에서 시작했는데
왜 나는 2억짜리 거실없는 방두칸 경기도 아파트에 살까?
왜이렇게 나는 돈을 쓰는게 아깝고 힘들고 스트레스지?

난 다들 아는 ky 중 한 대학에 입학했다.
특별전형으로. 아빠의 청각장애 덕분에. 그리고 낮은 가정소득 덕분에. 그리고 꽤 열심히 공부했던 덕분에.

근데
들어가자마자 멘붕이었다.
절반이상이 대치동키드들 또는 고등학교까지 해외에서 나온 친구들. 부모님 한분은 최소 교사.
네이티브급 영어회화실력은 당연, 돈 씀씀이도, 대학생활을 즐기는 태도도 달랐다.

뭔가 알수없는 여유로움.
'하루 수업 빠지면 어때'
'밤새 술마시고 놀자'
후배에게 한턱 두턱 기분좋고 시원하게 내는 선배들
토리버치라는 처음보는 브랜드의 가방을 들고다니는 동기.

나는 친구들이 늦잠잤다며 엄마카드로 택시를 타고 학교에 가고
아빠가 구해준 학교앞 전세집에서 살며
아빠가 준 용돈으로
놀러다니고 예쁜카페에 다닐때

나는 왜 과외알바를 3개하면서도
편도2시간 거리의 학교를 참아가며 다니며
나는 웃음이 예쁜 사람이고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데 같이 노는 무리는 없는 애매한 외톨이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내가 모자라서겠지''
''내가 뭔가 노력을 안해서 그럴거야''
''더 노력해야해 더더''

난 대학 신입생 OT첫날에 토익 수업OT을 들으러갔다
남들은 학교 응원가를 배우는 그 시간에
나는 토익이 더 중요했다

'취업. 취업을 해야해'
수능영어 1등급인 나는
토익이 뭔지 몰랐고
남들보다 빨리 토익공부를 시작하면 취업을 잘 하는줄 알고 바보같이 거기에 찾아갔다.

늘 도서관, 알바에 매여있고
학점하나하나에 민감했다.

''잘해야해. 잘해야해''

그럴수록 너무 외로웠다.

3월이 생일인 나를 보며
입학하자마자 친해지고싶다며 나에게 주는 비싼 향수, 텀블러, 악세사리, 화장품, 편지들.
나에게 친해지고 싶다며 해맑게 먼저 다가온 친구. 부모님 모두가 서울유명대학의 교수라고 들었는데...

3월, 내가 간절히 꿈꿨던 그 곳에서 너무 행복했고 반짝반짝 빛이 났고

모두 부담스러웠다.
뻔했다. 난 알았다.
나는 그들과 오랫동안 어울릴수없다는걸.
우리부모님이 아직도 컴퓨터를 못하시고 어떤 회사에 다니시는지 장애가 있으신지 떳떳하게 소개할수없고
나는 매년 향수 선물, 비싼 악세사리 선물을 기분좋게만은 줄 수 없다는걸 알아서
미안해서 먼저 피했다

외로워졌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고
난 우리 동기중 가장빨리 취업을 했다.

대학원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돈을 빨리 벌어야했다.

면접날부터 우왕좌왕 대학예비졸업자가 봐도
인력이 부족해 인사팀직원들이 참 고생하고 있는게 보이는 그곳에 입사했다.
서류를 넣은 60개 회사중 유일하게 그곳에 붙었고 고민할것 없이 갔다.

첫날부터 문어발식 업무에
그 좋은 대학나와서 이것밖에 못하냐는 팀장의 인격모독
자정퇴근을 참아가며 수년을 버티다
반짝거리는 꿈을 찾아 이직했고 참 잘 됐다.

결혼을 했고
문득 남편과 낮잠을 자고 일어나 깨어보니 생각이 났다.

'아, 부모님'

우리 부모님은 내 또래 부모님보다
연세가 10세 정도 많으시다.

초졸, 고졸학력에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셨다.
내가 유치원에 다니기 이전
구조조정으로 그만둔 아버지의 자랑 현대건설.
그 이후 다니신
중소기업들에 아버지는 적응을 못하셨다.
그 사이에 청각장애를 얻으셨고
실업기간이 잦았고
이직은 10번 가까이 반복됐다. 그리고 6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안정되게 찾은 경비일.
몇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 직장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참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좋은 직장.
너무 소중하다. 우리엄마아빠에겐.

내가 부러워했던 신혼집에 사는
친구들 아버지들은 아직
대기업, 외국계 중견기업, 공공기관에서 직원으로 일하시거나 중소기업 대표 등으로 재직중이시다. 아님 대기업 퇴직후 연금생활중 또는 그 회사에 계약직으로 재직중.

아버지께서 대기업 복지, 안정된 임금을 받으며
친구들이 누렸을 혜택을 생각하니
이젠 퍼즐이 맞춰진다

''그랬구나 그랬어''
''내가 노력이 부족한것만은 아니었어''

바보같이..
내 탓만 했던 나에게 미안해진다.

부모님 탓을 하는건 아니지만
분명 한국사회에서 영향을 주는 요인인
부모님의 학력, 경제력, 정보력의 힘을 더 고려해서
나를 좀 더 '노력의 굴레'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 해방의 날인가?
이게 나의 해방일지일까?

치열하고 고단했던 대학시절, 취업시절 동안 늘 그림자처럼 내 곁을 지키며 도서관, 독서실데이트를 자처해준 남자친구, 지금의 남편.

남편이 그렇게 러닝, 새로운 곳 구경을 좋아하는줄 몰랐다.
공부, 알바에 거의 올인하던 나는 그가 그렇게 20대를 나에게 맞추고 참아가며 내곁에 있어준 줄 몰랐다.
거절해도 20대 내내 학습비, 데이트비를 대신 내어주고 싶어하던 그.

쩔쩔매며 살아가던 나를 가엾게 여겨준 그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이제라도 잘 지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

내 다음 세대는 내 친구처럼 또래다운 대학생활을 하면 좋겠다.

치열하고 바보같이 살았던 나,
이젠 내가 좋아하는 봉골레 파스타도 해먹고
라디오도 사고
자전거도 살것이다.
친구처럼 필라테스도 해봐야지. 그래도 이건 지역주민센터에서 할래.

''애 많이 썼고
애 많이 쓰셨어요.
고마워! 내가 더 잘할게!''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어떤분에게도 해방의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댓글 32

SK · 동*****

근데 공뭔으로 갈아타신건가요??
멋지게살아오신겁니다.그리고 너무 나혼자 고독했다 생각하진마세요. 주변대다수가 비슷해요 티가안날뿐이지, 교수 아들딸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어요 ㅎㅎ

공무원 · i********* 작성자

멋진 말씀 감사합니다!!

네! 교사가 되었습니다~! ㅎㅎ 돌아돌아 갔지만 적성에 맞는 일을 하게 돼서 좋습니다 ㅎㅎ
제가 갔던 학과에 유독 그런 친구들이 많아서 어린 나이에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ㅎㅎ

응원주셔서 감사해요!!

국민건강보험공단 · M******

다음 세대가 엄카쓰고 택시타고 부모덕에 경제관념 없길 바라나요?
님이 고생한건 맞지만.
반대의 부류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봐요,
쨌든, 해방 축하!!!

공무원 · i********* 작성자

ㅎㅎㅎㅎㅎㅎㅎ 그것도 맞네요 ㅋㅋㅋ
그건 생각못했어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르노코리아자동차 · i*********

응원합니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사신거에요 이제는 행복하셔도 될듯요~

공무원 · i********* 작성자

감사합니다.....! 있는 힘껏 행복해보겠습니다!!! 댓글님도 행복하세요🍀🍀🍀

현대모비스 · !*********

글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공무원 · i********* 작성자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밤되세요

하나은행 · |*********

그래 이제 너 하고 싶은 거 맘껏 하고 살아
그정도 자격은 충분하니까

공무원 · i********* 작성자

응 고마워
오늘 아침에는 동네 지역주민센터에서 필라테스 등록도 하고 오후에는 콘서트도 다녀왔어(무료) ㅋㅋ 실천잘하고있지?✌
더 뻗어나가볼게!!

따뜻한 댓글 고마워 너두 좋은일 많이 생기길 응원할게 팟팅!!

하나은행 · |*********

파이팅이야!! 긍정적인 기운 받고 나도 힘내볼게!!
아 그리고 아파트 청약 당첨되길 기도할게
내 신혼 시절이 생각나네

공무원 · i********* 작성자

좋은 기운 줬다니 갑자기 나도 힘이 더 나네 고마워!!!!!!

오... 청약....!
안그래도 지금 사는 집 크기가 애매해서 고민이거든 ㅠㅠ 남편 출근 준비시간에 내가 자고 있는데 동선이 겹쳐서 아무래도 생활소음이 나니 이거참 애매🤔🤔

투자 이쪽엔 좀 아직 무지해서...ㅠ 막연히 동네 구축 아파트 살까 이랬는데
청약 공부도 해야겠다🤔 요즘엔 분양가도 높다고 하니 좀 머뭇거렸는데 다시 살펴볼게🤔🤔🤔🤔🤔 고마워 !!!!!!

댓쓰니 신혼때 청약됐나보다! 좋은 일 더더 가득하길 바랄게!!!

새회사 · S******

쓴이는 진짜 해방되신듯!
저도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편의점 알바해서 재수해서 sky 갔고 한달에 과외 3개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친구들에게 얻어 먹는게 유독 싫어서 내가 100원이라도 더 쓰고... 그런 내 삶이 초라할 때 제 동기는 과외 알바가 입소문 나서 월 400을 벌고, 다른 친구는 학원 알바에서 대학생인데 중소기업 연봉을 버는 거 보고,,
내갸 열심히 해야지 내 능력을 더 키워야지 했어요
임신한 상태로 워킹맘에 줄야근이지만 이 연봉 받아야 인서울 방 3칸 지킬 수 있고 더 큰집 더 좋은 차 타려면 노력, 실력, 능력이 있어야 하기에 나를 위로할 여유는 없네요ㅠㅠ
대학 동기 중 부러웠던 제 친구.. 로스쿨 나와서 대기업 변호사 하는데 계속 야근.. 유명 대단지 30평대 아파트 사는데 부럽지만 애들 영유 보내고 거기 사려면 매일 야근 해야하는 😭

공무원 · i********* 작성자

어이고 언니 .... 반갑습니다... 먼저 임신을 하셨다는 점에서 언니라는 칭호를 냅다...ㅎㅎㅎㅎㅎ
대단하고 고생 많으세요ㅠ 저와 비슷한 삶을 보내신점에서 반갑고 짠하고 안쓰럽고 그래요ㅠㅠ 임신한상태로 줄야근에 아직 많은 목표들이 있으시군요...!!
저는 점점 삶의 목표에서 물질적인 추구는 좀 내려놓게돼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내 한계를 깨기위해 이 악물고 노력하는건 이미 너무 많이 해서 지친것도 같고ㅠ 한편으로는 무엇을 위해 내가 그리 분수 이상의 집, 차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더라구요ㅠ
좋은집 좋은차 자녀의 좋은 영유 좋은 학군 입시 ... . 물론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들이지만.. 생각만 해도 버거워요ㅠㅠ
자발적 포기라 할까요...?
이전에는 용산에서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아님 이촌에서 살아보고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무엇때문에 이를 쫓았나 싶기도해요..
부모님 곁에서 깔끔한 동네환경, 괜찮은학군, 인프라, 좋은 치안 갖춘 경기 여기 어딘가에서 현금은 비상용으로 몇천 가지고 있을 정도의 여유감으로 잘 살아볼까해요 ㅎㅎ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끝없이 경쟁하고 급을 나누며 사는 삶.. 이젠 지쳤어요..ㅎㅎ 이민을 가야하려나요 ㅋㅋ
그리고 분수이상의 살이에는 가족지원의 힘이 있다는걸 이젠 알아챘기에 이젠 그만 욕심내려구요.. 안분지족이랄까 ㅎㅎ

저는 퇴근을 4시40분에 해요 급여는 200중반도 안돼요 ㅋㅋ
급여때문에 화가 나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일에서 얻는 것들이 많아서 애써 잊고 지내려 하고있어요 ㅎㅎ

언니.....언니는 무얼 위해 여전히 높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요?
대단해요... 저와달리 지치지 않았군요....!

한편으론 걱정도 돼요., 홀몸도 아닌데 줄야근이라니...언니 스스로를 돌아보고 위로하는 시간은 함께 가지면 좋겠어요ㅠ 건강 꼭 챙겨야해요......
내미래도 중요하지만 나의 현재도 소중하니까요♡

새회사 · B*******

글 잘 읽었습니다! 교사는 초등교사이신지요 그럼 교대를 다시 가신건가요?ㅠㅠ

공무원 · i********* 작성자

교대는 안갓구 교육대학원에 가서 교직이수를 하구 임용고시 붙엇어요!

새회사 · B*******

아 그럼 중고등 교사이시군요! 중고등은 임용 붙기 정말 힘들다던데 애초에 머리가 좋은데다 노력까지 많이 하시니,,,

행복은 가까이에 있는것 같아요! 글쓴이분께서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공무원 · i********* 작성자

ㅠㅠ머리가 ... 좋은편은 아니에요..ㅋㅋ최상위권 친구들에 비해서는 좀 이해가 느려서 노력..노력은 많이했습니다

경찰청 · l********

검색하다 뒤늦게 보게됐어요
존경해요 쓰니
너무 잘살아오셨네요
덕분에 다시 힘 얻고 갑니다 고마워요!

새회사 · p*****

언니나도 노력의굴레에서 살다가 그나마 허우적허우적 거리는 삶에서 그래도내삶을 업그레이드하며 살았고 나름 자부심도 있었는데 어느정도 빛이 보이기시작하고 늦게나마 대학원가서 내꿈을 펼치려고했는데 .. 홀엄마의 암선고로 모든게 셧다운 됐네ㅠㅠ 이제 모든게 지치고 노력도안나와 그나마 이모든걸 알고도 나랑 결혼하자는 남친이 있어 감사해 ㅠㅠ 나도 언젠가 이런글 쓰는날이 오겠지 글잘봤어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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