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CGV 00 지점에서 상영하는 "나는 소희"를 봤다.

영화관 좌석은 반이상이 많이 비어있었다.

영화 초반부에 여자 주인공이

밝게 웃으면서 친구들과 장난치며 노는 소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이스터고를 졸업해서 먼저 취업한 남자친구를 찾아가 나도 이제 사무직 여직원이라고 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마이스터고 담임선생님은 여자주인공(소희)에게 대기업 상담원직을 제안했고,

별다른 채용과정도 없이 상담센터(하청)에 들어갔다.

거기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실적 압박과 상품 해지 방어..

다 얘기하면 영화를 스포하는 것 같아서 얘기하지 못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18살 밖에 안된 청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업무가 아니었나 싶다.

마이스터고 학교 취업률을 올릴려고 3차, 4차 하청업체에 아무것도 모르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고등학생들을 현장의 일선으로 내모는 담임,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상담팀의 실적이 떨어지니 정규직도 아닌

현장실습하러 온 애들한테 무조건적으로 다그치고 사람 한 명 ㅂ신 만들어버리고 상담원들끼리 싸우게 정치질하고

진짜 너무한거 같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내가 22살때 생각이 났다. 나도 대학에서 6개월간 현장실습을 나갔다.

진짜 x 같았던 현장실습이었다. 후배들의 정신력과 인내력을 테스트해보겠다며 500ml 페트병 뚜껑에 대가리 박아를 시켰고

야간 당직 떄 들고 온 야식이 맛이 없다고 짜파게티, 볶음밥, 라면을 한번에 다 먹으라고 식폭행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난 버텼다. 왜냐하면 여기서 못하고 포기하면 학교에서는 교과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했다고 정학을 시켰기 때문이다.

꾸역꾸역 참았다. 그때는 그게 너무나 당연한 줄 알았다.

대학 졸업 후 산업체에서 군 대체복무를 할 때에도 부조리를 저지르는 상사들은 야! 꼬우면 그만둬 ~ 누가 강요했냐?

그냥 군대 가~ 나도 그게 편해 ~ 라고 했다.

다시 "나는 소희"로 돌아와서 얘기하자면, 그 어린 나이에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학교가 인력사무소 역할을 하고, 업체는 불합리한 인사 조치와 꼼수를 써서 아무것도 모르는 핏덩이들한테 실적 압박하고

이 사회가 이정도인줄은 몰랐다.

그리고 상담원이 이런 악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예전에 00은행 상담원하고 통화하다가 마지막에

친절하게 상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도움됐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하니 전화기 너머로 울먹이면서 감사합니다 라고

했던 상담원이 기억이 났다.

한창 꿈이 많은 나이에, 춤도 잘 추는 친구가
힘든 가정형편에, 자기라도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겠다고, 그 지옥같은 회사에서 버티고 버티다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한

청소년의 선택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영화가 막을 내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나중에 결혼하게 되서 내 애를 낳는다면 , 내 아이는 저런 일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부족하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돈은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불행은 막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라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

너무나 안타까운 영화였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영화가 한국에서 벌어진 일을 바탕으로 한 실화라는 점이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참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