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 부모님이 내 동의 없이 듀오 가입시킴. 자다일어나서 듀오 가입 전화받고 부모님이랑 대판 싸움. 부모님은 남은 딸 하나 결혼 안시키고 같이 여행다니면 좋을 것 같지만 당신 세상 떠난 후에 내가 외로울 것 같아 가입시켰다고 하심. 뜻 이해하고 해보기로 함.

후기 쓰는 이유는 그냥 올해 내 인복이 그런건지, 아니면 내가 별에별 웃긴 사람들만 고르는건지 싶어서.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날 재밌어 하긴 함.

첫번째 남자 : 내 나이 +6살. 머리숱 없음. 결혼식 하면 부모님 하객 제외 본인 하객만 150명은 부를 수 있음. 그래서 큰 결혼식장이 필요하다고 함. 주말에는 골프치러 가야해서 못만남. 소개팅만 1년에 100번 이상을 해봤는데 결론은 여자도 조건은 적절히 맞아야 하고, 주변에 결정사로 결혼 골인한 케이스가 있어서 가입했다고 함. 프로필에는 176cm라고 적혀있었는데 낮은 구두 신고 만나도 나랑 눈높이 맞았음. 카페에 모기가 많아서 나만 헌혈 많이 함. 맛있는 피, 혈액형 땡큐. 내일 대장내시경 해야된다고 카페에서 물만 시키고 약 먹는 거 나한테 구경시켜줌. 화장실 급하대서 먼저 보내드림.

두번째 남자 : 내 나이 +3살. 동향이라는 거 알자마자 사투리로 친한 척함. 요리하는 취미 있다고 해서 칭찬했더니 나더러 오뎅볶음부터 해보라고 함. 자취한 지 15년이 다 돼가는 내가 오뎅볶음도 못해먹는 사람처럼 보였나 봄. 첫번째 남자가 너무 별로라 이 사람은 그나마 괜찮게 느껴졌는데 지금 내가 사는 집 엄청 비쌀 것 같다는 말이 잊혀지지 않아서 연락 안하게 됨. 오뎅볶는 법 가르쳐줄 수 있는 좋은 인연 만나시길.

세번째 남자 : 내 나이 +4살. 땀이 많았음. 휴지 가져다 드릴까요? 라고 물었는데 괜찮대서 안갖다줌. 흐르는 땀 손으로 훔쳐서 옷에 닦음. 살이 많이 쪘는지 입고 온 옷이 작아 보였음. 근데 앉자마자 내 MBTI 추측하면서 얼평함. 대화 한시간 겨우 했나? 일어나자고 해서 밖으로 나서는데 이 만남을 위해서 미용실 가서 머리하고 메이크업 받은 게 아까워서 주말인데 회사가서 일했음. 일 잘되더라. 옷이 좀 불편해서 그렇지.

네번째 남자 : 내 나이 +5살. 나는솔로 상철이처럼 앉자마자 커피 원샷함. 연말에 혼자 여행갈 거라고 했더니 그거 가지말고 유부남 형들이랑 같이 가는 부부동반 스키장 같이 가자고 함. 내가 고백 받아주면 차 살 예정이라고 함. 두번째 만난 날에, 진짜임. 본인이 뚱뚱하고 예전 X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낮은데 이해해줄 수 있냐고 함. 자존감은 진짜 낮아보였던 게,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데 주문 방법을 몰라서 헤매다가 종업원이 본인 무시하는 것 같다고 화냄. 주문할 때 헤매면서도 메뉴판 한번도 나한텐 안보여줌. 나는 분명 알리오 올리오 먹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오징어 먹물 리조또 시킴. 이거 먹고 웃으면 안되겠다고 했더니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다가, 먹어보더니 이제 이해했다고 함. 지금 하고 있는 직종을 바꾸고, 본인 직장 근처로 이사 오라고 함. 본인 직업 만족도가 높으니 잘 가르쳐주겠다고 함. 술 마시면서 고백함.

매니저님도 부모님이 원하는 이상형 소개시켜주려고 고생하시는 거 아는데, 내가 이 사람은 어떻고 저떻고 얘기하질 못해서 여기다 적어봄. 결정사로 인연 만난 사람들 진짜 천운이 닿은 거임. 난 이제 얼마나 더 재밌는 사람들이 날 즐겁게 해줄까 기대하는 용도로 활용중. 뭐, 물론 이거 읽은 사람들이 나에 대한 평가를 할 수도 있겠지만. 결혼에 대한 뜻 없이 살던 내가 듀오 몇 번 나가보고 적는 후기, 웃고 넘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