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을 고려하는 바린이를 위한 지침서 썼다가 2부를 뭐 쓸까 하다가 사륜차와 이륜차의 가장 큰 차이가 있는 부분인 코너링에 대해 한번 얘기하고 싶어졌음. 아무래도 이 부분에 대한 무지 때문에 이륜차 사고를 바린이 시절에 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걸 먼저 써봄. 다만 나 역시 취미가 수준의 지식일 뿐이라 테크니컬한 부분이 아닌 기본 원리와 원칙에 대해서만 다뤄볼게. 왜냐면 존문가한테 배우는게 젤 위험하거든.

1. 이륜차의 코너링 원리.

이륜차의 코너링은 기본적으로 일정속도 이상에서는 단순히 핸들을 꺽는것이 아닌 이륜차를 기울여서 코너를 돌아나간다는거 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어. 길에서 선회를 위해 적당히 차량을 기울이는 라이더를 봤을때 너무 놀라지 말고.(물론 공도에서 무릎긁는건 좋은 생각이 아님.)
우리가 종이컵을 굴린다고 생각했을 때 종이컵의 위 아래 부분의 지름 차이로 아랫부분 방향으로 컵이 회전하게 되듯이 이륜차의 타이어는 단면이 거의 반원에 가깝기 때문에 원리상 이륜차를 많이 눕혀서 타이어의 지름이 작은쪽으로 몰아붙일수록 더 코너를 깊게 돌 수있게 됨. 이 부분이 캠버각을 맘대로 조절할 수 없는 사륜차와의 가장 큰 차이고 이륜차의 재미지.

그런데 이륜차를 눕히면 바로 문제가 하나 생겨. 중력의 영향으로 이륜차를 눕힌 뱅킹각이 커지면 커질수록 중력의 영향이 커져 넘어지게 된다는거지. 정지 상태에서 이륜차를 점점 눕혀보면 바로 느낌이 올거야. 눕힐수록 버티기 힘들어져.

그렇다면 이륜차가 코너링시 왜 넘어지지 않는가?
바로 코너 바깥쪽으로 작용하는 원심력이 이륜차를 일으켜 세우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 원심력은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더욱 세지기 때문에 GP1선수들이 그 말도 안되는 뱅킹각으로 거의 팔꿈치를 땅에 대고 코너를 돌아나가는걸 볼 수 있는거야.

결론적으로 이륜차의 코너링은 "중력과 원심력 사이의 줄타기" 라는 기본 원리를 알아둔다면 내가 이제부터 얘기할 기본원칙들이 이해가 잘 갈거야.

2. 이륜차 코너링의 기본 원칙들

1) 코너 진입 전 속도를 충분히 줄여라.
뭘 첫번째 원칙으로 쓸까 하다가 안전에 대한 걸 쓰는게 맞다 싶어서 이걸 써봐. 모든 운송수단의 가장 큰 사고 원인이 과속이기 때문에 충분히 감속 후 코너에 진입하는게 맞어. 그런데 이해 빠른 형이면 바로 윗장에서 원심력이 강할 수록 많이 눕힐 수 있다고 했으면 속도가 빠를수록 좋은게 아냐? 라고 할 형이 있을거야. 원리상 맞는 말이긴 한데 중요한 변수가 하나 있지.
타이어의 접지력이야. 타이어가 버틸 수 없을 정도의 속도가 되면 더 이상 타이어는 접지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미끄려져 버리고 이렇게 되면 이륜차는 미끄러져 넘어지는 슬립 , 즉 로우사이드를 하게 됨.
그럼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 급한 마음으로 급 브레이크를 잡아서 급 감속을 하면 어떻게 될까?
하이사이드라는 더 끔찍한 사고를 당하게 될 수 있어. 미끄러지던 타이어가 접지력을 되찾아 바닥에 붙게 되면 이륜차의 아래부분은 고정되어 버리고 위쪽은 이제껏 작용하던 원심력을 그대로 받아, 코너 바깥으로 튀어나가는 투석기가 되어 운전자를 하늘로 발사시켜버림. 로우사이드는 수습을 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는데 하이사이드는 공중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어찌 할 방도가 없기에 선수들도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야. 이때 이륜차도 튀어오른 다음 쓰려진 운전자를 덮칠수도 있기에 아주 위험해.

기억해. 코너에 진입할 땐 본인이 감당할 수 있을만큼 속도를 줄여.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규정 속도를 지키면 안전함.

2) 가고 싶은 방향의 핸들을 밀어라. 카운터스티어링.
일정 속도 이상에서는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미는 카운터 스티어링을 사용해야함. 쉽게말하면 오른쪽을 선회 하고자 하면 핸들을 순간 약간 왼쪽으로 틀어주고 왼쪽으로 선회 하고자 하면 핸들을 약간 오른쪽으로 틀어줘야한다는거야. 완전 상식하고 반대일거야. 방향을 선회하려면 이륜차의 자이로 효과와 관성운동 상황을 깨야 하는데 이를 깨는 방법이 카운터 스티어링이지. 설명은 복잡한데 이륜차가 안정적으로 직진 주행을 하는 일정속도 이상에서 핸들을 살짝 밀어보면 그 방향으로 이륜차가 기울어지는 걸 알 수 있을거야. 카운터 스티어링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선회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면 됨(사실 이것도 차와 물리 법칙이 알아서 해줌). 이거 말로는 어려운데 해보면 바로 알 수 있을거야.

3) 코너의 정점(에이팩스)까지는 속도를 부드럽게 유지하라.
알맞는 뱅킹각과 속도로 코너에 진입했다면 스로틀을 부드럽게 열고 속도를 유지거나 약하게 가속해야해. 속도를 급하게 줄이면 하이사이드가 생기는건 말했고 천천히 줄이더라도 속도에 의해 발생하던 원심력이 줄어들면서 운전자는 중력에 의해 넘어지지 않기 위해 차를 일으킬 수 밖에 없게되고 이렇게 되면 코너를 이탈하게 됨. 특히 초심자들이 빠르게 코너에 진입했다가 겁을 먹고 속도를 줄이기 시작해, 직진해서 중앙선 넘게되고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왕왕있지. 꼭 속도를 줄여야 한다면 상황에 맞게 지그시 잡기를 바람.

3) 가고자 하는 곳을 보고 위험을 외면해라.
핸들의 조작만큼 무게중심의 이동은 이륜차의 선회에서 큰 영향을 갖는 부분임. 따라서 가고자 하는 곳을 보게되면 자연스럽게 무게중심이 이동되면서 그쪽으로 가게 되어있어. 위험을 외면 하라는 건 위험사항을 보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같은 맥락으로 위험을 파악 하고는 즉시 탈출 방향을 보라는거야. 말했듯이 이륜차는 보는방향대로 가게 되어있으니까. 이거 매우 중요하다. 나도 초보자때 코너에서 반대편에서 중침해 오는 사륜차보고 놀라서 그쪽으로 가게 되다가 이 원칙이 딱 생각나면서 필사적으로 코너 탈출쪽을 봐서 사고 피한적이 있어.

4) 예측하지말고 최대한 일찍 봐라.
블라인드 코너의 반대편에는 무조건 교행하는 차량이 있다고 생각해야 함. 바닥에 모래가 있을수도 있고 젖은 노면일수도 있으니 예측하고 주행하면 위험해. 그리고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 아웃-인-아웃(코너의 바깥쪽으로 진입해 코너의 정점에서 코너의 안쪽으로 선회한 다음 코너의 바깥쪽으로 이동하며 탈출하는 주행기술) 을 하는게 아니라 시야 확보의 차원에서 코너 진입시 바깥쪽으로 붙는게 선행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볼수 있게됨.

더 자세한 테크니컬한 부분들(중심이동이나 그립력을 확보하는것등)은 내가 존문가라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는 없고 명백한 원칙들로만 설명을 해봤어. 이 코너링이야 말로 이륜차의 스포츠 성의 진수야. 균형을 깨트리고 다시 원심력과 중력사이에서 균형을 찾아 코너를 돌아나가는 이 과정은 50cc 스쿠터 부터 1600cc 크루저까지 모든 이륜차 장르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지.
이 불안정성을 콘트롤하는 재미를 오래동안 느끼기 위해 내가 쓴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기억해. 이륜차는 빠르게 타는 놈이 잘 타는게 아니라 오래타는 놈이 잘타는거야.

그럼 길 위에서 또 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