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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의료원에서 연봉 3억6천에도 내과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의사 · c*****
작성일2023.01.18. 조회수4,491 댓글51

선요약 : 산청의료원 문제는 의사만 혼자 일하면서 환자와 심지어 경영 책임까지 혼자 져야 하는 고질적인 공공의료원의 근무 환경과 환자 결과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묻는 이대 목동 이후 변화된 의료 환경 때문이지 절대 연봉이 문제가 아님.

이거는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바이탈과 의사라면 누구나 잘 아는 건데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이 없네. 어쩔 수 없이 나라도 좀 쓰는데 이게 절대 간단한 것이 아니라서 글이 좀 길어질거임.

1. 현재 우리나라 소위 공공의료의 한 축이 지방의료원임. 서울에도 시립병원이 있고 지방 중소도시에도 시립병원이 있는데 산청같은 오지에 위치한 의료원은 이런 도시의 공립병원하고 설치 이유와 목적이 좀 다름.

도시의 시립병원들은 물론 설립 목적이야 공공의료 확충을 통해 시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블라 블라 이렇게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해당 도시의 캐쉬카우 목적이 많음. 그리고 예전에는 실제 그랬고. 근데 지금은 병원 경영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져서 대부분 수익은 커녕 적자 먹는 하마가 되어 서울은 예외지만 지방 도시마다 존폐론이 나오는 실정이고. 홍준표가 총대 매고 진주 의료원 폐쇄 시킨 것이 꼭 진주만 특별했던 것이 아님.

이것과 다르게 산청이니 곡성이니 이런 지방 오지 군에 설치된 의료원은 설치 목적 부터 사립 병원이 없는 군단위의 병원급 진료가 목적임.

사립병원 하나 만드는데 백억단위 투자가 들어가고 직원 의사들 월급 주면서 굴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배후 인구임. 배후 인구로 계산해서 추정 환자수를 뽑는건데 계산해서 답이 안나오는 지역에는 사립병원이 들어갈 수가 없음. 지금 오지 군단위 인구 많이 줄었고 계속해서 줄고 있잖아. 이런 군단위에 세금 쏟아서 세워진 공공 병원이 산청 의료원 같은 오지 의료원임. 이거 지은 것도 법적 근거 있고 시행령 다 있을거임.

하여튼 아무리 세금으로 투자해서 세워진 병원이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적자 안나고 운영이 불가능한 것은 엄연히 사실이니까 이런 의료원들은 처음 부터 의사 인력을 공중보건의로 채우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만들었음. 공보의 월급이야 대위 3호봉부터 시작하니까.

근데 이게 틀어지기 시작한 계기가 의전임. 의전 준비생들 특성상 여자가 과반수가 넘었고 남자들도 군대 다녀온 후 공부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군의관 자원이 모자라기 시작함. 한정된 자원을 가져가는 우선권은 국방부에 있으므로 군의관 수는 유지가 되었지만 공보의는 태부족하게 됨.지금은 의전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의전출신이 다 배출된 것도 아니고 또 요즘 의대는 여학생수가 거의 절반임. 거기다 사병 복무 기간이 18개월인데 군의관은 여전히 38개월이라 차라리 대학다닐 때 사병으로 입대하는 경우도 은근히 많아졌음. 그래서 공보의 부족은 해결될 수가 없어짐.

그래서 군단의 의료원들이 다른 사립 병원처럼 의사 구인 광고를 내기 시작한것임. 이게 배경임

2. 우리가 직장을 구할 때 물론 연봉이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직장 분위기임. 내가 일할 만 한 분위기인가.

이런 면에서 한국 공공병원들은 문제가 많음. 이런 병원들 특징이 주인이 없음. 시장 도지사 군수야 투표 떨어지면 바뀌고 병원장조차 월급장이일 뿐이니까. 결국 이런 병원들의 실질적인 주인은 거의 예외 없이 노조가 되어버림.

노조가 주인이 되면 가장 큰 문제가 일 적게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린다는 것임. 노조는 원래 태생 부터 일 적게하고 임금 많이 가져가는 것이 목표인 조직이잖아. 이 노조가 일 많이 시키고 임금 적게 주는 것이 목표인 경영진과 협상하고 투쟁한 결과로 일도 하면서 임금도 받아가는 결과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경영진이 없다는 거임. 병원장 조차 일 적게하고 임금 많으면 감사 감사 이러고 있으니.. 예전 진주의료원을 비롯해서 원래 시 재정에 보탬이 되어야 하는 시급 공공병원들이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가장 큰 이유가 이거임.

3. 이 분위기가 어떠냐면 실제 예를 들어 보겠음. 후배 중에 의료원에 취직했다가 3개월 만에 사표 쓰고 나온 친구가 있음. 그 친구가 실제 겪었던 일

1) 그 병원은 환자 접수를 오후 3시까지만 받음. 이유는 오전에 온 환자들 치료에 전념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함

2) 모든 시술 검사 수술은 오전까지만 함. 역시 이유는 오후에는 장비 정비 및 뒷정리 하고 다음날 준비 해야 하기 떄문이라고 함.

그 친구가 사표 쓴 결정적인 이유가 오후에 응급실로 피토하는 환자가 실려왔음. 당장 내시경으로 지혈하지 않으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라 내시경실에 준비하라고 연락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내일 오전 첫번째로 예약해드릴께요... 아무리 환자가 급하다고 설명하고 설득해 봐야 씨알도 안먹히는 거 보고 현타와서 결국 사표 쓰고 나감.

실제 이런 경우 진짜 문제는 책임임. 이 환자 제때 내시경 못해 사망이라도해 버리면 그 책임은 결국 의사가 져야함. 의사가 아무리 내시경실 기계때문에 못했다고 해봐야 정상참작은 좀 될지 모르지만 내시경실 직원 책임은 없음. 거기다 살릴 수 있는 환자 죽였다는 자괴감은 오롯이 의사몫임.

내 후배는 다행히 시급 의료원에 있었기 때문에 즉시 그 환자를 다른 사립병원에 보내서 살릴 수 있었지만 산청같은 오지 의료원은 이게 정말 큰 문제가 됨. 근처에 다른 병원이 없기 때문에 급한 불을 끄지 못하고 환자가 나빠져도 속수무책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책임은 의사가 져야함.

이게 사실 제정신인 바이탈과 의사가 그런 병원에 가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임.

그런 오지 군단위는 특성상 노인 인구 비중이 매우 높아서 급한 중환자가 심심찮게 발생함. 근데 의료원의 역량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 환자 처리는 전부 의사 개인의 몫임. 그걸 감당하기가 너무 어려움. 사립병원들 처럼 시스템이 탄탄해서 척척 돌아가도 어려울 판인데 다른 직원들은 구경만하고 도움이 안되는 병원에서 의사 혼자 일하기는 너무 힘들고 위험함.

4. 그럼 그런 병원에는 월급 좀 적더라도 일 열심히 하기 싫은 의사가 가면 되겠네. 빙고 정답임. 실제 도시급 공공병원에 오래 있는 의사들은 대부분 이런 케이스가 많음. 아무리 펑션이 적은 의사라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을거 아녀.

근데 그 결과가 문제임. 현재 전국 공공병원 중 흑자내고 있는 병원이 없는 걸로 알고 있음. 의사건 직원이건 합심해서 일 안하는데 흑자가 날 수가 없잖아.

이 적자가 그래도 진주같은 시급만 되어도 그래도 좀 나음. 근데 안그래도 인구 없고 재정 열악한 군단위에서 매년 수억씩 적자나는 의료원은 시 재정의 암덩어리가 됨.

그래서 군의회가 열릴 때 마다 단골 레파토리가 의료원 재정문제임. 새로 당선된 군 의원이 단상에서 침 튀겨 가면서 군수에게 이거 해결 안하고 뭐했냐고 난리침. 이게 의원이나 군수 좀 하다 보면 이해를 하는데 신규들은 이해를 못함.

그 결과로 날이면 날마다 경영평가 받게되고 그 결과는 언제나 고액연봉 받고 매출 못올리는 의사 해고해야 된다로 나옴. 연봉 3억 받으면서 연 매출이 2억 나오는 내과 의사 짤라 버리면 최소 1억 적자는 줄어들거 아니야.

근데 그렇게 내과의사 짤라버리면 병원이 멈춰 서버림. 그 어떤 외과 의사도 내과 서포트가 없는 상황에서 환자 입원시켜서 수술 안함. 위험성이 너무 크거든. 그리고 내과가 진단을 해주지 못하니까 다른과 환자가 없어짐. 이러니까 다시 연봉 3억6천에 구인 공고 내게 됨 이 바보짓을 매년 하고 있는 것이 지금 공공의료기관들임.

5. 연봉은 사실 큰 문제 안됨. 3억6천이면 순수 월수가 1천8백이고 2억6천이면 1천4백임. 이정도 차이는 시골 근무와 환자 부담 고려 하면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봐도 됨. 월 1천8백 받고 산골 오지 환자 부담 혼자서 지는 병원 근무 할 것인가 월 1천4백 받고 도시에서 시스템 탄탄한 병원에서 근무할 것인가 ? 당신의 선택은 ?

6. 또 이게 예전하고 최근하고 분위기가 심각하게 달라지고 있음. 지금 문제가 병원에서 일할 내과의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졌음. 연봉에 상관 없이 사람이 없는 현상이 일단 지방부터 가뭄이 시작되었고 조만간 1-2년 내에 경기 서울도 난리 날 예정임.

내과 의사 공급이 줄어서 생긴 문제가 절대 아닌것이 진짜 문제라는 것임. 내과의사는 예전 대로 꾸준히 공급되고 있고 이 정도 공급이면 내과 의사가 부족할 이유가 없는데 병원급 내과의사가 부족해진것임.

이 현상은 사실 코로나 기간 동안 수면하에 잠복해 있다가 지금 터지는 것인데 이게 돈문제도 아님. 예전에 내가 썼던 이대목동 소아과의 파장이 내과에 밀어 닥친 거임. 다시 말해서 환자가 죽어 나가는 바이탈 파트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고 힘들어진거임.

지금 세상이 어떻게 되었냐면 단적인 예 아이 귀파주다가 피 나면 소송 거는 세상임.

귀파다 피나도 소송인데 치료하던 환자가 죽으면 어떻게 되겠음 ? 물론 아직까지도 막나가고 멱살잡고 소송거는 보호자는 소수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관계로 병원 내과처럼 환자 사망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과 의사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태임.

아니 내가 보던 환자가 사망하면 바로 112 신고해서 경찰이 들이 닥치는 일이 언제 벌어질지 모르고 경찰 검찰 끌려다니면서 형사 재판 받는 상황이 실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임.

의사의 역할은 꼭 바이탈 환자 봐서 살리고 죽이는 것 만이 아님. 개인 의원 차려서 환자들 고혈압 당뇨병 조절해 주고 기본 진단 내려서 중병 골라 내서 큰 병원 보내는 것도 내과 의사의 아주 중요하고 훌륭한 역할이고 검진 센터에서 건강 검진 열심히 해서 조기 위암 조기 대장암 발견해서 죽을 사람 살리는 것도 훌륭한 내과의사의 중요한 일임.

이런 중요하고 보람 있는 일도 얼마든지 많은데 왜 내가 돈 조금 더 받자고 스트레스 만땅 받아 가면서 죽을동 말동 하는 환자 살리느라 버둥거리다 환자 죽으면 멱살 잡히고 경찰 불려 다녀야 하는 것임 ? 그럴 이유가 없잖아.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의사의 사명감이나 수입과는 전혀 관계 없음. 요즘 병원 봉직의 연봉이 폭등해서 어지간한 개원의보다 더 잘범. 그래도 개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거임.

글이 너무 길어져서 선 요약 올렸음.

끝.

아, 진짜 마지막으로 사족 다는데 근데 왜 산청으료원에 꼭 내과 의사가 상주 해야 하는거임 ? 산청 의료원에서 진주 경상대 병원까지 차로 30분 거리고 앰불로 가면 아마 20분도 안걸릴거임. 거기다 산청 곳곳에 내과 개원의가 있음.

일상적인 환자는 내과 개원의가 진료 하고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진주로 가면 되고 응급 환자는 앰불로 후송하면 됨. 사실 산청은 진주 생활권이라 다른 분야는 다 이렇게 하고 있다고 들었음.

세상을 최선만 하고 살 수는 없다고 봄. 최선이 안되면 차선이라도 제대로 하면 됨. 어차피 응급환자 제대로 처치도 못할 것이 뻔한 의료원에 의사 고집할 거 없이 응급환자는 제대로 처치 가능한 지역으로 후송하는 체계에 돈 들이는 것이 백배 더 나을거임.

댓글 51

공무원 · l*********

그렇구먼 몰랐던 사실이네

경기도의료원 · A*****

의료원 직원이지만 본글 대부분 맞는 말이고 미안한말이지만 주인의식있는 병원장이 선임되어서 직원들을 굴려줘야 병원이 살아남...

의사 · 멘*

미쳤다고 내과 의사가 거기가서 온갖 소송 휘말리고 보호도 안해주는 공공병원에서 독박쓰겠냐?

삼일회계법인 · 1*********

걍 한국은 망하는게 맞다
얻은게 아닌 이식된 자본주의와 변질된 민주주의로 인해
나라의 미래와 발전보다는 시기 질투가 가득한 정책을 내세우는 정치인들
그리고 거기에 휘둘리는 국민들
이미 골든타임 지났고 해외로 뜨는게 맞다
늦게뜨면 다같이 익사할뿐

새회사 · Q*****

근무환경 답이 없긴 하네
가늘고 길게 가는게 요즘 메타인데 쥐꼬리만큼 조금 더 벌려다가 독박쓰면 아휴... 상상도 하기 싫다

새회사 · 디********

와 진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셨네 감사감사...!

공무원 · 카****

말이 안되는게 119에 싣려서 응급실 왔을텐데 병원 가기전에 통화 다 하고 감 못 받는다하면 다른 병원으로 갔을거고 119대원들도 거기 하루이틀 근무한것도 아닐텐데 의료원 데리고 간것도 이상함

SK하이닉스 · 킹***

와 이런문제였구나 형땜에 하나배워간당

COUPANG · !*********

후송하는 인력은 저절로 생기나? 좀 열악한 동네에서 응급환자 큰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도 솔까 목숨 걸고 달려야 되는 일이지. 그거, 거기엔 뭐 사람 쉽게 구해지고 대충 그 역할이 커버쳐질 거 같음?

나도 그 지역에선 엠뷸 운전 안하고싶어질 거 같다.
구급대원은 뭐 아무데나 가서 구르라고 하면 구를 줄 아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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