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설비엔지니어 #기술팀 #제조기술센터 #20년째변화없음

답답해서 몇 자 적어봅니다.
해당 내용은 부서마다 크게 차이가 날 수 있고 몇 년간 라인 생활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생각임을 참고 바람.

사람들이 설비 엔지니어를 기피하는 이유

1. 대졸, 고졸 다를 게 없다.
힘들게 수능 준비하고 대학 가서 학점 관리하고 치열하게 취업 준비해서 삼전 입사했는데, CL1(고졸)과 같은 업무를 한다. 학력으로 차별하자는 말은 절대 아니지만 더 더 오래 공부하고 치열하게 노력해서 입사한 사람 입장으로서는 불공정함. 20살에 입사해서 군대 2년 다녀오고 22살부터 28살(대졸 신입 나이) 되면 7년 차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월등하게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음. 또한 공장 특유의 문화 때문에 자세히 설비를 배우기커녕 몸으로 주말+야근 때워가면서 선배 하는 거 보고 어설프게 흉내 내는 수준. CL1 입장에서는 본인이 (같은 동갑 대졸 신입 보다) 더 실력이 좋고 근무도 더 오래 했지만 본인 보다 직급과 연봉이 높은 신입을 가르쳐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임. 회사 업무 로드가 이전보다 훨씬 증가하는데 설비 신입 교육은 바쁘단 이유로 제대로 못 알려주고 선배들 일하는 거 옆에서 곁눈질하면서 시간 보내다 보면 현타가 세게 옴. 또한 설비 업무는 단순 반복하는 수명 업무가 있고, 설비 고질 문제를 개선하는 엔지니어 업무가 있는데 이 2개가 병행되서 설비를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은 당장 설비 사용해야 하니 가서 Part나 교체해라는 식으로 업무가 이뤄짐. 업무 성격에 맞게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매우 아쉬움.

2. 주 6일 3교대 업무
쌀집과 다르게 삼전 설비는 3교대 업무를 거의 주 6일씩 일한다. 이게 실제 몸으로 느껴보면 밤낮 바뀌면서 육체적 피로가 쌓이는데, 주말 2일 다 쉴 수도 없고 주말마다 한숨 쉬면서 출근해야 함.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하루 쉬는 날 육체 피로를 풀기 위해 대부분 집에서 잠만 잠... 심지어 인사팀에서 충원 인력 잘 못 예측해서... 부서에 사람이 늘지 않고 줄어든 상황. 뒤늦게 신입으로 충원하고 있지만 라인에서 고통받는 사람은 설비 엔지니어... 라인은 점점 더 증설하면서 커지고 설비는 점점 많아지고 설비 이슈는 점점 고도화되는데... 숙련된 인력은 줄고 신입으로만 채워지고 있는 상황. 라인 급하게 늘린다고 숙련된 선배들 다 평택+중국으로 전배 보내고 신입 비율이 점점 올라가는데, 설비 이슈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고질 이슈 해결보단 당장 설비 Open 해서 PM 하거나 Part 교체하면서 몸으로 때우는 중.

3. 최소 5년 이상 단순 반복 업무만 한다.
어쩔 수 없이 자꾸 쌀집이랑 비교를 하게 되는데... 단순 반복 업무인 PM를 계속하다 보면 허리 디스크, 족저 근막염 등 몸이 조금씩 아프게 됨. 과장님들도 고졸 출신 과장님들이 많기 때문에 뭐 하나 물어봐도 신경질만 낼 뿐 친절히 알려주는 선배들이 극히 적음. 그리고 설비 이슈가 생기면 논리적으로 문제를 Trace 해야 하는데 몸으로 때우라는 식으로 이거 교체해봐라, 그거 아니면 저거 교체해 봐라라는 식으로 무지성 논리를 펼침. 문제가 있으면 관련 센서 기반으로 trace를 하고, 평가도 진행하면서 원인을 분석을 꼼꼼하게 해야 하지만... 나 때는 PM를 밥 먹듯이 했었어 요즘은 편한 거라라는 논리로 접근하면 말이 전혀 통하지 않음. 당장 생산을 해야 하니깐 B급 파트로 돌려 막기 하고 월 말엔 돈 없다고 소모품 전부 재사용하게 함. 이러다 나중에 이슈 생면 나 몰라라... 결국 아랫사람들만 고생.

4. 라인 근무자 vs 오피스 과장
대부분 만 3년 이상 라인에서 근무한 설비 엔지니어는 어느 라인으로 옮겨도 환영을 받음. 일도 어느 정도 잘하고 스스로 설비 문제 trace에서 조치도 할 수 있음. 하지만 15년 20년 차 과장급을 쉽게 받고 싶은 부서는 없음. 그 이유는 현업을 떠나 설비를 놓다 보면 감각도 많이 떨어지고 설비에 문제가 생겨도 라인에 들어가서 직접 조치를 하는 경우는 극히 적음 (화성 오래된 라인들은 실제 과장급에서 설비 조치하는 경우는 많지만 새로 셋업 된 라인은 그렇지 않음) 실제 현업 라인에서 설비를 조치할 인력이 필요하지... 말로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만 내리고 아랫 사람들이 몸이 힘들던 쉬지 못해서 피곤하던 신경 쓰지 않음. 심지어 주말 근무는 비상근무로서 CL1, CL2, CL3 구분 없이 일이 있으면 라인에 들어가서 설비 조치를 해야 하는데... 현실은 과장들은 주말에 사무실 출근해서 4시간 시간만 때우다가 칼퇴 하는 경우가 다반사. 토요일 일요일 라인 근무자가 설비 PM를 하던 손이 부족해서 Interlock를 못 풀고 있어도 주말에 자리에서 핸드폰 좀 보다가 담배 피우고 시간 때우면 4시간 지나서 칼같이 퇴근함.

5. 개선이 필요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관심 없는 임원진
실제 불합리가 많다고 이야기를 해도 MBO랑 관련이 없기 때문에 크게 관심이 없음. 그러다가 사고 터지면 말도 안 되는 대책만 생기고 FDC로 관리한다며 쓸데없는 센서를 설비 구분 없이 횡전개 시킴. 사람 없어서 허덕이고 있는데 점점 이상한 센서만 계속 늘고 인터록 지속 발생해도 엔지니어만 갈릴 뿐 변하는 게 없음. 심지어 혁신에서 사고 개선 아이디어를 내서 현업에 적용하는데 이게 설비 군 따지고, 공정 따지고, 설비 구조를 따지면서 CASE BY CASE로 적용을 해야 하는데, 아 그건 모르겠고 문제 생기면 너네가 문제 취합하거나 문제 직접 개선하고 지금은 일단 적용해라는 논리로 이상한 센서들이 계속 추가됨. 결국 필요도 없는 센서가 업무 2배 3배 가중시키고... 업무 효율화는커녕 하루하루 문제없이 버티기도 힘든 상황. 불만 터지면 위에서는 애들 회식 시켜주면서 술도 사주고 맛난것도 사주면서 달래줘라 라는 입장만 취하지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적음.

6. 점점 유출되는 인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설비 엔지니어는 번아웃 오기 쉽고, 인생 갈아가면서 회사 다닐 빠엔 비교적 업무 환경이 좋은 쌀집으로 이직하거나 스텝 부서로 잡포스팅해서 기술팀 전체적으로 설비 엔지니어가 줄고 있는 상황. 반도체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설비 엔지니어가 존경받기보단 공장에서 비 샌다고 가서 점검하라는 등... 동네북으로 여겨지고 있음. 왜 자부심이 자꾸 떨어지는지... 왜 엔지니어 중심으로 업무가 이뤄지지 않고 제조한테 치이고 환경 안전한테 치이고 공정한테 치이면서 잡일이란 모든 잡일을 맡아서 하는지 이해가 안 됨.

7. 설비 엔지니어의 한계
마지막으로 설비 엔지니어 출신 임원이 없음. 설비하다가 공정 엔지니어 전환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공정 엔지니어 출신 엔지니어가 대부분 부장급 또는 임원급으로 진급하는 케이스가 많음. 그렇다 보니 설비적 지식이 부족한 관리자가 사고 터지면 이상한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음. 설비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부서장(차장급) 되면 여기저기 불려가고 혼나고 책임지는 업무만 하는데... 진짜 필요한 것은 라인에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가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이 마련돼야 함. 설비는 점점 노후화돼가는데 원가절감이라는 면목으로 투자할 돈은 점점 줄이고... 설비 개선 업무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임원진 MBO 챙기느라 계속 생산 생산 생산 쪼임만 당하고 있음.

계속 야근하고 여기저기 치이고 몸도 마음도 지치는데 주변 동료들은 어떻게든 기술팀 탈출할 궁리만 하는 거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픔.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사람들이 떠나는 조직이 아닌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집중하고 또 존경받을 수 있는 그런 조직으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에 답답한 심정을 몇 자 적어보았음. 긴 글 읽어준 모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함.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