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블라블라

새벽 익명블라니까 써본다 (직장 때문에 죽지말자, 엄청 길어)

간호사 · 말*******
작성일2020.03.27. 조회수3,640 댓글26

직장 때문에 죽고 싶다는 형들 글 보니 생각나서.
좀 길지만 써보려고.


1. 회사=내 삶이 아니다.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자.
2. 정 힘들면 정신건강복지센터(무료)나 정신과를 방문해보자.
3. 나 역시 극단적인 생각 많이 했었는데 과거의 나 같은 형들이 있다면 (내 개인 욕심이지만) 꼭 포기하지말고 함께 살아나가자고 말하고 싶다.

-----아래는 내가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 배경
난 원래 엄청 밝고 활달한 외향적인 성격이었어.
첫 상경, 첫 독립, 첫 직장생활이라 긴장됐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얻은 직장이라 잘 버티고 싶었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1달 조금 넘게 다니고 퇴사함.

(★태움문화 일반화하는 거 절대 아님. 단지 내 경험담. 기니까 넘겨도 됨.)

1. 부서에선 신규 직원이 오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얼마나 버틸거냐, 가르치기 힘드니 그만둘꺼면 빨리 말하라 함.
2. 보통 1개월 단위로 근무 스케줄이 나오는데 다음 날 근무가 뭔지는 매일매일 하루 치만 알려줌(한 2주 정도).
3. 밤 근무 날엔 새벽 출근하라 전화오고, 오후 근무엔 밤 근무하라 연락옴. 24시간 내내 전화와 카톡에 시달림. 일주일치 스케줄 통째로 바꾸곤 아무도 안 알려줌. 사수도 없었어.
4. 일 배울 땐 밥도, 화장실도 허락받아야 했는데, 가끔 도시락 배식 땐 내가 먹은 줄 알고 치워버렸다며 못 먹게 함.
5. 매번 3시간 일찍 출근해서 근무 멤버들 텀블러랑 커피 취향 외워서 커피 타고 주사약 섞고 인수인계장 뽑아놔야 함. 오전 근무는 새벽 4시 출근, 야간엔 16시간씩 근무(오후 5시~오전 9시).
6. 야간 근무 시 사비로 그 날 근무자들 도시락이나 간식 준비.
7. 매 근무 멤버 막내가 병동 물품카운트 해야했음. 그거 잃어버리면 사비로 채워야하는데 나 놀리려고 숨겨놨더라. 난 사색이 되어 온 병동을 헤맸는데, 결국 '아? 내 주머니에 있었네?'하고 줌.
8. 입사 일주일 후, 앞전 퇴사자의 이름이 적힌 청첩장을 받음. 불가피한 개인사정으로 당사자에게만 축하드린 후 출근했더니 "난 너 결혼식 안 왔길래 당연히 퇴사한 줄 알았는데"라고 함.
9. 회식 때 장기자랑은 당연했고, 동영상이 찍혀 그들의 단톡방에 올라가도 일언반구 할 수 없음.
10. 퇴사하는 날마저 금방 그만둘 줄 알았다고, 부서장 승진해야 하니 사직서 멋대로 써서 제출함.
11. 쉬는 날에 병원 나와서 전산 공부 안 한다고 뒷담화 들었고, 출근하면 매일 숙제 검사함.
12. 환자 간호하면서 성희롱, 성추행, 언어적/신체적 폭행당해도 "아픈 환자인데 당연히 너가 이해해야지"라는 반응. 보호자나 의사에게 컴플레인 들어오면 당연히 내 잘못이니 내가 빌어야함.

지금 생각해도 참 씁쓸하네.
매일 같이 했던 생각이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다, 차에 치여 죽었으면 좋겠다, 죽으면 이 모든 게 끝날 것 같다'는 거였어.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카톡/전화 알림이 오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랐고 이유 없이 무서워서 눈물 나더라고. 극단적으로 맘 먹기 전에 부모님이 떠올라 마지막 힘을 짜내 정신과에 진료보러 갔어. 진단명은 중증 우울증+공황장애+불면증이라더라.

그럼에도 아주 다행히 약 먹고 상담받으면서 조금 나아진 덕에 고향에서 더 나은 직장을 찾았고, 애사심 100프로 만땅 채워 일하고 있다. 이제 치료도 끝나가고, 주위에서도 얼굴 좋아졌단 얘기 많이 들어.
물론 시간이 꽤 지난 아직도, 악몽을 꾸기도 하고 가끔 울컥 올라올 땐 있다. 진짜 나쁜 놈들. 근데 난 왜 좀 더 빨리 퇴사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 뿐.

형들, 지금 있는 직장이 지옥같고, 나가면 더 지옥일 것 같아 망설이는 거라면 우선 한 발짝 나와서 생각해보라고 하고 싶어. 나쁜 생각말고 어디라도 잡고 상담을 받아도 좋고, 정신과를 가봐도 좋아. 제발 살아주라. 그 사람들 때문에 예쁜 삶이 져버리면 억울하잖아. 보란듯이 잘 살아주자.

정신과가 조금 부담스럽다면 각 지역별 '정신건강증진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 무료 상담 받아보자.
정신과 진료보고 싶은데 건보 기록 때문에 신경쓰이면 비용 2~3배 내고 비보험 처리하자.
건보적용하면 정신과도 1~2만원 사이야(초진상담 및 비보험 심리검사 제외). 방법은 많으니 포기하지 말아줘. 모르겠으면 댓글이나 쪽지 줘! 같이 찾아보자. 이 말조차 내 욕심인 걸 알지만... 진짜 포기하지말고 살아주라.
워낙 길어서 가독성은 좀 떨어질테지만 진짜 힘든 형들한테 조금이나마 진심이 전해지면 좋겠다.

모쪼록 다들 힘들어도 금방 회복할 힘이 생기길 응원할게❣️ 행복하면 더더 좋고~ 편안한 밤 보내 !

댓글 26

판토스 · 1******

잘될거야 ㅠㅠ 응원해

간호사 · 말******* 작성자

고마워 형 ! 화이팅 ~~~

작성일2020.03.27.

새회사 · 섹****

닉언일치 고생많았네

간호사 · 말******* 작성자

줄이고 줄였읍니다...ㅎㅎ
고마워 ! 형의 앞날에 좋은 일이 가득하길~~~

작성일2020.03.27.

동국대학교의료원 · 회*******

태움본 사탄들이 자신이 예수급이었다는걸 깨닫게된다함

간호사 · 말******* 작성자

진짜 사탄도 아니다....어디서 뭔 이상한 걸 생각해와선..😒 휴 고마워ㅠㅠㅠㅠㅠ

작성일2020.03.27.

서울특별시교육청 · |****

마음 따뜻하다.ㅜ 쓰니 글 읽고 다시 힘내는.사람잇엇음.좋겟다

NH농협은행 · l********

나이처먹고 어디서 못배워처먹은걸 하는 질나쁜 양아치 쓰래기들...

그런건 군기문화가아니라 부조리라고하지 수준이하짓...없어져야할 인간대접받지말아야할 인간들 미쳤네진짜

JTBC · 그*****

마음 따뜻하네요ㅎㅎ

롯데관광개발 · 퇴*****

우울했는데 글읽고 왠지 힘나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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