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의사들마다 직군 별로 반대하는 이유가 굉장히 다양함.

1. 바이탈 기피과 (소아과, 산부인과, 내과,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지금까지 정부에서 바이탈 기피과에 투자를 극히 꺼려 해왔고 그거 때문에 의료 시스템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10년 넘게 성토 해왔음. 예를 들어 산부인과는 분만 수가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면서 산모가 어떤 의학적 동반 상황이 생기더라도 수가를 4~50만원 (병원 급에 따라 다름) 밖에 책정을 안해줬음. 사실 새로운 사람을 탄생시키는 일 임에도 불구하고 4~50만원만 주는 것도 열받는데 산모가 갑자기 분만 후 입원 중에 맹장염이 생긴다든가 담낭염이 생긴다든가 이벤트가 생겨서 거기에 대해서 치료를 열심히 해도 수가는 똑같이 4~50만원 밖에 못 받음.

소아과도 소아환자는 투약하는 용량이 성인이랑 달라서 항생제 한 병을 까서 1/10을 쓴다고 치면 나라에서 항생제 1병 값의 1/10밖에 안 줌. 그러면서 항생제 한 병을 여러 환아에게 나눠쓰는 건 또 금지함. 이러니 병원에서 수익이 날 수 가 없음.

거기다가 혹시 치료 중에 문제가 생기면 또 그건 배상액을 어마어마하게 때리니까 다들 소아과 산부인과 전공을 안하거나 소아과 산부인과 전공을 한다고 해도 전공 살려서 일을 못하고 다른 일을 찾으로 떠나다보니 결국 의료계에서 경고했던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이 발생하게 됨.

그 동안 10년 넘게 수도 없이 경고하고 개선 해 달라고 요구할 땐 들은 척도 안하다가 갑자기 총선 되니까 당장 필요한 바이탈 전문의들이 자기 전공 살려 일할 수 있게 해줄 생각은 안하고 뜬금 없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외치면서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는 2000명 의대 증원으로 여론 몰이 하니까 열받는 거임.

정부에서 5년 동안 10조 수가 개선하겠다고 해줬는데 뭔 소리냐고?

바이탈 전공 의사들이 신뢰를 못하는 게 그 동안 10년 넘게 정부에서 수가 올려주겠다고 말만하고 오히려 열심히 치료한 환자 갑자기 왜 이렇게 치료했냐 부당 청구다 이러면서 삭감만 왕창 때려버리는 일을 수도 없이 당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깨져 버린 상태임. 근데 그 와중에 "재원 마련 계획은 지금 세우고 있고 소아랑 분만 수가 조금 올려 줄게 나머지는 일단 총선 지나고 천천히 생각해보자" 라고 나오니까 당최 믿을 수가 없는거임. 당장 총선 져서 힘 없어지고 나면 '아 나는 수가 올려줄라 했는데 못했어 미안' 하고 튀어버리면 의사들은 답이 없는거지.

당장 신경외과도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발생하고 응급 뇌수술 하는 의사들 처우 개선해준다고 얘기하고 그 후로 2년 동안 뭐 바뀐 게 없는 걸?

소아과 산과 명맥 이미 거의 끊겼는데 2000명 증원한 의사들 누가 가르쳐? 막상 현장에서는 실제로 가르칠 사람이 없는데 정부에서 괜찮다 교육 환경 다 있다고 우기는데 어떻게 믿냐고 말이 안되는데.

이러니 반대하는 거임. 의사 월급 월 2천은 기본이라고 하는데 우리 교수님 원천징수 영수증 몰래 본 적 있는데 한창 환자 많이 보고 맨날 응급 수술하고 새벽에 수술 끝나자마자 서너시간 있다가 바로 외래 보고 하시는 분도 세전 1억 6천 정도더라. 바이탈 의사가 창출하는 가치가 생명이고 그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 본인 수명 깎아가면서 하는 일인데 이거보단 더 받아야 되는 거 아니냐?

2. 비바이탈과 전공의, 의대생

바이탈과가 사실 상 지옥 불구덩이니까 다들 비바이탈과로 도망왔음. 그렇다고 비바이탈과가 필요 없는 과냐? 절대 아니지. 다리 부러지고 팔 부러졌는데 다리 없고 팔 없어도 죽진 않으니까 필요 없는 과야? 눈 안 보이게 생겼는데 눈 없다고 죽진 않으니까 필요 없는 과야? 뇌졸중 치료 받고 마비 치료 해야되는데 뭐 재활 안 받는다고 죽진 않으니까 필요 없는 과야?

사실 상 모든 의사들이 다 필요한 과인데 정부에서 정말 필요한 치료를 제대로 하는 의사들한테는 보상을 제대로 안 해주니까 의사들이 점점 과도한 비급여 진료, 사무장 병원 등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되고 이게 시장을 왜곡 시켰음.

그래서 정말 필요한 치료에 제대로 수가 보상 해주고 비정상적인 비급여 진료, 사무장 병원 때려잡고 하면 지금 왜곡된 시장 제대로 고치고 정상적인 의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데 그럴 생각은 안하고 그냥 개원의는 다 악마라고 악마화 하면서 개원가 박살 내는 패키지랑 2000명 증원 하면서 좋빠가 하니까 들고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음.

3. 의료계에 대한 성찰

미용 GP, 실손 보험을 이용한 과도한 비급여 치료 문제, 뭐 여러가지 의사들의 개인적인 비행 등 의사들의 문제가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그동안 이런 문제를 의협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은 맞음. 이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히 이해는 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되는 것은 맞고 이 과정에서 이익 집단인 의협의 반대를 꺾고 뭔가를 해야 되는 것은 맞는데 그게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랑 의대 증원은 아니라는 거지. 좀 방향을 다시 잡고 정부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강경하게 나갔으면 좋겠음.

+지방 의료 문제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의사가 지방에 안 가는 거는 사실 의사 문제라기 보다는 모든 국민들이 다 지방에 가기 싫어하잖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그래도 인간의 본성을 이기고, 자본주의를 거스르고 어찌 됐든 지방에 의사를 두고 싶으면 지역 의사제를 도입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긴 해. 근데 군위탁 의사들이 다들 인기과 전공하고 수련 받고 나면 튀어서 돈 벌러 나가는 거 막지 못했던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