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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이해한 의료시스템의 문제

SBS · 닉******
작성일03.24 조회수370 댓글41

글이 깁니다. 귀찮으신 분은 밑에 요약 읽으시고
관심 있으신 분은 읽어보시고 의견 있으시면 달아주세요.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을 수 있으니까요.

1) 의료가격 통제 (=수가)

예를 들어 감기로 동네병원을 갔을 때, 환자가 내는 돈이 5천원이라면 건강보험공단이 동시에 만오천원을 내 주게 되어 있습니다.
동네병원은 2만원을 받는 거죠. 이 금액은 나라가 정한 통제 가격이라 어느 병원을 가도 동일합니다.
여기에 실비보험을 들은 환자라면 실제부담금은 5천원보다 적습니다.
공단과 실비보험이 없었다면 내 돈 2만원이 들었겠지만, 훨씬 적은 돈이 들어가니 감기로 동네병원을 찾는게 부담스럽지 않아 방문 빈도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2) 파이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

건보는 소득이 있는 국민들에게서 걷어들인 돈이 원천입니다. 건보료는 매달 내는데, 감기로 동네 병원 갔을 때 건보료 혜택이 0원이라면 화가 날 테죠.
따라서 건보료 징수를 당하는 국민들에게 당위성이 있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질병에 건보료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다만 동네병원에서 보는 질병은 발생빈도가 높기 때문에 횟수가 많아집니다.
즉, 1년에 보험공단이 15억을 징수해서 고갈되지 않도록 그 돈만큼만 써야 한다면 10만번의 감기환자 치료만으로 동나게 됩니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감기보다 발생빈도가 낮은 질병에는 공단에서 많은 돈을 배정하지 않게 됩니다. 대학병원에서 치료하는 병에 수가를 낮게 책정하는거죠.

결국 '대다수가 혜택을 보는 질병' vs '비용이 많이드는 희소한 질병' 중에 어디에 가중치를 둘 것인가 가치판단이 생기게 됩니다.
둘 다 케어하려면 파이를 키우기 위해 건보료를 더 징수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3) 대학병원의 수가는 적정한가?

뇌혈관 수술을 예로 들면, 수술 원가에는
-인건비(집도의, 마취과의사 포함 의사 n명, 간호사 n명)
-기계장비의 감가상각비
-거즈,주사 등 소모품비
-수술방을 운영하기 위한 전기세 기타 등등 운영경비
등이 있을 겁니다.

여기에 뇌질환이 급성으로 와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를 살리려면 현재 수술방에 들어가있는 의료진 외에 추가 대기인력이 고용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수술이 하나 진행 중에, 내가 응급하게 가게 되면 죽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을 모두 감안한게 적정 수가일 텐데, 2)에서 말한 가치판단의 결과로 뇌혈관 수술은 원가보다 낮은 저수가로 책정됩니다.

*한국은 뇌동맥류 수술을 240만원
일본은 110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일본이 폭리를 취해서 1100만원이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3-1) 저수가 필수의료는 의료 공급부족을 유발

공급자는 원가 이상의 가격일 때 공급할 의지가 있고, 이게 시장가격 형성 시 공급자 측 제시가격인데
1)에서 말한대로 나라가 시장가격 미만으로 가격통제를 하므로 당연히 의료수요보다 공급이 적게 됩니다.

공급하는 자는 본인 자본으로 장사를 하는 민간이기 때문입니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하면 장사 자체를 영속할 수 없으니까요.
따라서 동네병원은 뇌혈관 수술을 하지 않고, 대학병원은 법 때문에 해당과를 유지는 시키지만 의료진을 고용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아산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가 2명밖에 없었고, 그 중에서도 필요한 순간의 해당분과 교수님이 출장을 가면 적시에 치료를 못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4) 의대 졸업생 증가 ≠ 병원의 교수 증가
높은 지식수준, 오랜기간 여러케이스를 봐 온 의사 (=전임의, 교수)가 상황판단 하에 수술을 집도해야 하는데
대학병원에서 이들을 고용하지 않고 전공의만 채용합니다. (전체 인원의 40%) 나라가 가격 통제를 저가에 했기 때문에 인건비라도 깎아야 해서요. 간호사가 과로하는 이유도 동일합니다.

수가를 조정하지 않는 이상 대학병원은 여전히 숙련된 의사는 채용하지 않고 전공의만 갈아끼우게 됩니다. 지금 의대생 증원해봤자 아산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님은 여전히 2명일 거란 얘기입니다.
그럼 전공의는 수련마치고 어디로 갈까요? 대학병원에서 전임의로 고용안해주는데? 동네병원으로 빠져나갑니다.

감기는 수술이 아닌 문진 위주다 보니 최소한 마이너스는 아니고, 여기에 시장가격으로 결정되는 미용시장도 있죠.
미용시장 하방이 깨지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만, 그게 월 300수준으로 내려간다고 한들 대학병원이 채용을 안해서 못남습니다. 동네병원 개원을 하거나 의학공학처럼 다른 분야로 인원이 퍼지기는 하겠죠.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필요한건 동네병원이 아니라 대학병원에서 필수과 고난이도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레지던트 주 80시간 룰을 지킨다는 가정하에 최저시급 1만원으로 계산하면
-주당 기본 40시간 : 시급 1만원
-주당 초과 40시간 : 시급 1.5만원 (1.5배)
-한 달= 4.5주
-(40만원 + 60만원 ) *4.5주 = 450만원은 최소로 줘야 합니다.
전임의는 당연히 이거보다 더 줘야하구요.

*근무시간 줄이고 나눠서 일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간혹 계신데, 인건비는 머릿수대로 정비례가 아닙니다. 인당 최소 비용과 복지비용 등이 있기 때문에
병원포함 모든 회사들이 채용을 늘리지 않고 야근시키는 거에요.

5) 동네병원이 늘면 좋나? 서울은? 지방은?
일단 동네병원 개원이 늘어나면 1)에서처럼 간단한 질병에 대한 의료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동네병원 찾는 횟수가 늘어납니다.
전세계 의료가 인정하는 '의료 공급이 수요를 유발'한다는 특징입니다. 이건 경제학 세이의 법칙과 궤를 같이 하는 이론이기도 하겠네요.
그럼 건보가 감기에 부담하는 의료비는 더 늘어날 것이고 건보료 징수를 늘리던 어떤 질병의 수가를 낮추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해야합니다.

여기에 양극화까지 덤으로 옵니다.
지방 인구 밀도는 낮아지는 상황에서 개인 자본을 들여 동네병원을 지방에 개원할 리는 요원합니다. 환자 모수 자체가 적으니 수익성이 있을 리가 없어서 의사 1인 개인이 병원을 차릴 리 없습니다.

6)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1) 대학병원의 필수의료 수가와 그 중 건보 부담금액을 올리고, 동네병원 건보 부담 금액을 낮춰서 개인 부담금을 올려야 하며
(2) 지방은 민간자본이 병원을 운영할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라에서 적자를 감내하고 공공병원을 운영해야 합니다.
(3) 공공병원이 큰 마이너스를 감내하더라도, 최소한 의료진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인 당직 로테이션 (min 3일에 1번)을 예상해서 인원을 채용해야 의사가 지원할 것 같습니다.



[요약]
-현재 건보는 전국민에게 징수한 만큼 '보편적 의료'에 가치를 두고
-한정된 예산 분배 방식을
-상대적으로 고비용 (자본집약적, 노동집약적)인 중증치료에 포션을 낮추느라 저수가 정책을 유지해옴.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치료할 수록 손해를 보는 중증치료/필수의료에 highly-trainned의료진 채용을 늘리는 대신
-몸값이 싼 전공의로 겨우 운영만 하고 있었음.
-수가를 조정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병원은 highly-trainned의료진 채용을 안 할 것이고, 새로운 전공의로 갈아끼우기만 할 것임.
-전공의도 생활인이라서 경제활동은 해야 하기 때문에 개원가로 풀려나올 것이고
-개원이 늘어날수록 건보료 지출만 증가 됨.
-의대생 증원하면 필수의료는 개선 안 되고, 건보료 징수만 늘어날 예정.

P.S. 정부는 지금 정책을 밀어부칠 때, 불보듯 뻔한 결과인 '건보료 부담금 증가'를 국민에게 고지해야 하는데
그 고지의무는 저버리고 있는 게 제일 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41

현대모비스 · 또***

수가
개인병원 위주로 많이 돌아가게 한게 의사임
지네들이 정하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 i*********

수가수가~
불필요한 수가 가져가는 진료과들 칼춤 한번 춰서 세는거 막고
그 다음에 필요한 분야 수가 인상 논의가 시작되는게 맞는거임.

물세는데는 그대로 냅두고 물만 일단 부으라는게 말이야 방귀야.

의사들은 물 세는거 막을 생각은 1도 없어보이던데 ㅎㅎ

SBS · 닉****** 작성자

아래 댓글 분이랑 동일한 생각이신거죠?
'불필요한' 수가는 없겠지만 여튼 수가 조정은 필수가 맞다고 동의합니다.
상대가치점수라는 걸 좀 더 균형있는 집단이 조절하게 하고 수가를 맞춰주는 게 맞으니 여기엔 정부가 강제적으로 행동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대증원은 불필요한 정책이란 뜻이었고, 이걸 가장 전면에 내세운 게 이상하다고 생각 합니다. 수가 결정의 상대가치점수를 의사 단일집단에게만 부여하지 않겠다는 정책만 내세우면 되는 거 아닌가요

삼성전자 · s*******

너네 파업하는것도
회사가 언플하면 그내용 그대로 믿음? 회사에서 구라친다고 빨간띠 두르고 파업하고 협상임원한테 생난리치잖아 ㅋㅋㅋㅋ

삼전에서도 21 22년도 최대 흑자내고도 ps더 안주고 적자때 보상하겠다 하고 나서 23년도 ps0주니까 난리나는게 지금현실인데 ㅋㅋㅋㅋ 신뢰가 서로없는게 대한민국 현실임

지금 정부가 저렇게 무식하게 나가는정도면 수가 조정 table먼저 만들고 증원이랑 동시에 던지는 것도 가능한데 그건 왜 안할까? 그렇게 하면 의사가 빠져나갈 구멍도 없게 하는건데

의사도 잘못했는데 지금정부도 미래생각하는거 절대아님 ㅋㅋ
마지막으로 민주당 싫어한다

현대자동차 · i*********

개인적 견해긴 하지만
의대 증원은 사실 메인이 아니라고 생각함.
후행 조치들을 위한 밭고르기 같은 느낌.

정책이나 발표를 보면 사실 정부 기조는 명확함.
'비상식적으로 많이 버는 개원가 니들 다 모가지 칠거다.'

필구 의료 정책 패키지에도 어느정도 안이 담겨 있고, 그 결이 나타나는데
디테일한 후속 조치들이 발표되면 아마 개원가들이 들고 일어날거임. 그리고 지금처럼 결국 정부가 밀어붙일거고.

그렇게 의료 전반적인 시스템을 조정하고 난 이후에도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낙수 효과가 없을까?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정부 기조는 '낙수효과가 반드시 생기는 환경을 만들겠다'임.

의사들이 착각하는게 정부는 딱히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필수과를 택하는 환경을 만드려는게 아님.
그거라도 해야하는 상황을 만드려는거지.

새회사 · 미****

의료행위별 수가는 정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회(건정심)에서 결정함

의사들은 의료행위 수가를 결정하는 주체인 건정심에 의협 측이 2명밖에 없다고 지들 책임이 아닌것마냥 말함

하지만, 실제 현실은 의사들 자신들이 필수과 수가를 후려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1. 상대가치점수의 중요성
우리나라 의료행위별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매년 수가 협상을 통해 정해지는 환산지수,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을 곱해 결정된다. 그중 상대가치점수(resource based relative value scale, RBRVS)는 진료비용, 의사 업무량, 위험도 등 세 가지 요소로 의료행위의 가치를 점수로 평가한 것을 말한다.

외과계는 의료수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 ‘상대가치점수’가 외과 의사들의 업무량, 위험도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출처 : 메디게이트 뉴스(https://m.medigatenews.com/news/3768673600)

즉, 의료행위 수가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요소는 '상대가치점수'임

2. 상대가치점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문제는 의료행위별 수가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요소인 '상대가치점수'가 의협 산하 단체인 의사 100프로 구성된 상대가치연구단의 연구 결과에 따라 정해짐

그런데, 상대가치연구단 구성인원들이 대부분 개원의라 개원의 쪽 상대가치점수는 높게 산정하고 필수과 상대가치점수는 개 후려쳐서 산정하고 있음

그래서 정부가 아무리 건보 재정을 투입해도 의협 산하 상대가치연구단에서 개원의들에게유리하게 상대가치 점수 결정하니 필수과 수가는 오를 수 없는 구조였던거임

아래 기사들과 같이, 필수과 단체들이 괜히 상대가치 연구단이 아닌 다른 독립된 기관에서 상대가치점수를 결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는게 아님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699
(사지 내몰린 외과계 학회 "의협 상대가치 연구 신뢰 못해...새 판 짜야")

http://www.mdon.co.kr/mobile/article.html?no=15692
(대한의사협회 상대가치위원회를 즉각 해체하고 재구성하라!)

3. 결론
의사들은 지금까지 자기들 손으로 직접 필수과 수가 후려쳐놓고,
정부가 필수의료패키지로 비필수과 건보재정 지원 줄이면서 필수과 수가 강제로 올리겠다고 하니까,
(지들이 후려친)필수과 수가 부족하다고 가스라이팅하면서
환자 목숨 걸고 파업하고 있는 거임

그냥 한마디로 그냥 미친 집단임

SBS · 닉****** 작성자

상대가치점수 결정 과정에서 의사집단 내부적으로 동의가 안 구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저도 정확히 몰랐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사 집단이 자정이 안된다는 생각은 저도 동의합니다.

필수과 수가 강제로 올리는 건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필수과 수가만 올리고 의대증원은 필요 없는 사항 아닌가 싶습니다.

현대모비스 · 또***

의대증원과 동시에 필수의료패키지까지 할 예정

실비도둑질 금지랑 미용시장 개방으로 미용gp만 박살내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거야

비정상적인 미용gp 세후 월급을 기준으로 놓으니 해결책이 없거든

SBS · 닉****** 작성자

@모비스님

저는 미용gp 하방 내리는 것도 동의합니다. 의사들 주장에 따르면 레이저 잘못 쏴서 화상 입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잘못 시술하는 사람은 어차피 시장에서 도태되면서 해결될 문제라고도 생각은 하거든요. 물론 그 과정에서 다치는 분들이 발생하면 이걸 왜 개방했냐는 말이 나오긴 하겠지만 여튼 과도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죠

여튼 시장개방으로 충분한 사항인데 의대 2천명 증원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호사에게 열어주기만 해도 노동강도 때문에 업을 떠난 분들도 다 나오실 가능성이 충분하니까요

세브란스병원 · 의**

아몰라나보다돈많이버는의사시러의대증원해~~!!

삼성물산 · B*****

그러니까 일반인이라는거다

SBS · 닉****** 작성자

삼성물산님도 의료인은 아니신것 같은데요.
같은 일반인으로서 타당한 반증을 해주시면 토론이 성립되겠네요

삼성물산 · B*****

토론 많이 하세요

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SBS · 닉****** 작성자

15달러 시급이면 지금 한국의사랑 비슷한 수준 혹은 살짝 위긴 하네요. (연방법 상 미국 최저시급은 7.5달러라는것 같긴하던데) 미국도 한국 레지던트처럼 법상 80시간 제한되어 있지만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있나보네요. 한국 레지던트들도 똑같은 얘긴하더라구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레지던트들 상황은 똑같네요

그런데 의사 권한이 막강해서 그거 풀려고 의대생을 증원하나요? 미용의료시장 개방 얘기 하시는 거면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의대 증원은 본문에 쓴것처럼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구요. 저는 본문에 의대증원에 대한 반대만 써놔서 의사권한 이야기는 갑작스러운 논지라.. 무엇을 주장하시려고 했는지 여쭤봅니다

근로복지공단 · l********

언론인들 중에 현상을 바라보는 사람도 남아있긴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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