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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의료시스템은 질병입니다

의사 · j*****
작성일02.27 조회수5,425 댓글150

1. 시스템이 질병이라면, 그 속에서 사람들이 일으키는 부조리와 계층/집단간 갈등은 증상일 뿐입니다.
2. 기저 질환을 고치지 않고 증상치료만 해봤자 병이 악화되듯이,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사람만 후드려패봤자 부조리와 갈등은 더 악화될 뿐입니다.
3. 질병의 원인을 치료해야합니다. 잘못된 시스템이라는 질병의 원인은 그 질병을 도입하고 고치지 않는 정부이고 이를 외면하는 우리일 수도 있습니다.

아주 긴 글입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빅5 중 한 의예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와서 정착하여 두 시스템을 나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요즘 사태를 보며 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가장 눈이 뜨인 점은, 문제는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그 시스템이 어떻게 다르고 그로 인해 의료 행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결국 시스템이 문제면 누구를 앉혀놓아도 같은 짓을 저지른다는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오늘도 환자를 하루종일 입원환자를 6명 정도 보았습니다. 저의 Nurse practitioner가 저를 위해 4명의 환자를 추가로 대신 봐주었습니다. 제 이름 걸고 보는 환자는 총 10명인 셈이네요. 환자를 이렇게 적게 보니, 그들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아볼 시간이 충분하고, 그들이 다양한 이슈로 오라가라해도 언제나 즉시 달려가서 면대면으로 대화하고 설명할 시간이 있습니다. 가끔 30분, 정말 드물게는 1시간씩 환자 및 환자 가족들과 미팅을 해야할 때도 있지만, 그로 인해 퇴근이 끔찍하게 늦어지거나 업무가 너무 과중하게 느껴지거나 그럴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남는 시간을 환자를 위해 유익하게 활용한다고 생각할 뿐이죠.

환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게 자부심이고, 문제가 생겼을때도 차트를 자세히 살펴보고 원인을 분석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환자들도 이런 진료 품질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많기 때문이죠. 여태까지 본 90% 이상의 환자들은 제가 이렇게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해 아주 고마워했고, 제가 비교적 젊은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충분히 존중해줬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최대로 많이 본 날이어봤자 아마도 18명 정도 혼자서 본 것 같습니다. 안정적이기 때문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할 필요가 없는 환자를 제외하면, 여전히 환자 한명당 거의 1시간 정도는 투자하고도 12시간 근무를 제때 마치고 집에 갈 수 있는 정도죠.

외래 위주로 진료하는 specialist들의 삶이 좀 더 바쁘고 고달픈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국 대학병원처럼 특진 비용까지 지불해도 2시간 대기 3분 진료 동안 질문하나 못하고 등떠밀려 나가야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무리 바빠도 완급조절을 하여 고위험 환자에게는 충분히 시간을 쓸 수 있죠.

환자를 적게 본다고 제가 돈을 못 벌까요? 제 연봉을 살펴보니 정신나간 물가를 자랑하는 천조국인데도 제 수입이 상위 95 percentile 이더군요. 그렇다고 영화같은 상류층의 삶을 사느냐 그건 절대 아니지만, 적어도 늘 풍족하다 느끼고 가족을 부양하는데 문제가 없고,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단 한 순간도 돈 걱정을하며 진료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외과 계열들은 어떨까요? 작은 병원 큰 병원 다 일해봤지만, 어느 외과도 신나서 수술을 권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습니다. 어떻게든 수술을 안 할 이유를 찾느라 진땀을 빼더군요. 모든 수술엔 위험이 필수적으로 따르고 합병증이나 이에 따른 소송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케이스만 혹은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가장 긴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케이스만 골라서 수술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도 수술방은 미어터지고, 수술 한건 한건이 비용이 상당하므로 외과의사 입장에서 몸을 갈아가면서 수술 건수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필수과에서 표준 진료만 해도 돈걱정 하고 살 필요가 없는, 환자들에겐 가혹할지 몰라도 적어도 의사들에게는 천국인 시스템을 만들어 준 덕분에 미국에서 상식이 통하는 의사라면 대부분 표준 진료를 추구합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검사, 치료를 종용하거나 근거없는 의료상품을 팔아먹는 등, 표준진료에서 벗어날 경우 소송을 당하면 의사가 패소하는 시스템입니다. 미국은 아시다시피 소송의 나라지만 꼭 그런 소송 압박때문에 표준진료를 추구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좋은 시스템안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진 norm과도 같은 것입니다. 소송과 무관하게, 이런 문화 속에서 표준 진료를 추구하지 않는 의사는 금방 눈 밖에나고 의료사회에서 배척당할 수 있습니다. 그럼 돈벌이도 당연히 어려워지는 것이죠. 의사 집단 내의 자정작용이라고 할까요. 지금까지 만난 수많은 의사들이 자신이 표준 진료 혹은 evidence-based medicine을 추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실제로 그렇게 진료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미국이라고 대부분 의사들보다 훨씬 많이 버는 의사들이 없을까요. 저는 외국에서 굴러들어온 마이너리티 중에서도 마이너리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사들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표준 진료에서 벗어나 의료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자본주의 끝판왕 답게 자연스럽게 형성된 high risk high return의 원칙이 나름 지켜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연봉이 높은 의사들, 이를테면 neurosurgeon 들은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 돈을 만지는 것 뿐이죠. 실력이 아주 부족한 (예를 들어 공부해도 의대성적/면허시험 성적이 안 나오는) 의사가 아닌 이상, high risk high return이냐 low risk low return이냐는 본인의 선택의 문제지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요소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도 미국의대생들만으로 필수과에 필요한 의사를 완전히 수급할수는 없지만, 필수과 의사가 부족해지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좋은 시스템 덕분에 전세계에서 실력있는 의사들이 줄서서 들어오며 그 빈자리를 채워주니까요. 이런 각국의 내로라하는 의사들이 비자나 영주권 문제로 시골에까지 다 진출해서 필수과를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도시에 있는 대학병원이 아니어도 시골 병원들도 진료 수준이 훌륭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수련받은 이름모를 동네 종합병원도, ECMO같은 장비가 필요해서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전원시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체적으로 환자를 케어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엔 한국처럼 하루에 100명씩 환자를 보고 1000건씩 수술하는 엄청난 대가는 없을지 몰라도, 의료가 쉽게말해 상향 평준화 되어 있기 때문에 어딜가도 비슷한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학병원 쏠림 현상이 없진 않겠지만, 한국에 비하면 훨씬 더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인적인 의료 비용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듯이 의사와 국민/환자들 간의 갈등도 한국만큼 심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어딜가나 욕먹는 의사들이 있지만, 그건 그 사람들이 환자들에게 충분히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좋은 관계를 형성하지 않아서이지, 단지 의료비용이 비싸고 의사들이 돈을 남들보다 많이 번다고 국민들에게 욕을 먹거나 공격의 대상이 되는 건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표준 진료가 norm이고 자신이 그런 진료를 받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접근성을 자랑하는 한국에 비해 미국은 specialist 보기도 훨씬더 어렵습니다. 한국에는 동네마다 있는 이비인후과의사를 예로 들면, 미국에서 이런 specialist 한번 만나려면 2-3달은 기다려야 하는게 기본이죠. 한국은 진료 예약도 필요없이 그냥 동네 클리닉에 필요할 때 찾아가면 되는데 말이죠.

이런 다른 시스템을 경험하고 비교를 하다보니, 한국 의료는 어쩌다가 이런 사단이 난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수가 얘기를 하면 거품물고 발작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저는 정말 저수가에서 모든게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이 얼마를 벌어재끼는데 저수가 타령이냐 국민들 등골 더 빼먹어야겠냐 따지시는 분이계시겠지만, 의사들이 그돈을 지금 어떻게 벌고 있고, 왜 그렇게 벌수 밖에 없는지, 그 기저에 자리한 실패한 시스템을 보셔야 합니다.

기저 질환인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증상은 악화될 뿐입니다.

아직도 내외산소 필수과 의사들이 억대 연봉을 버니까 더 후려쳐야한다고요? 하루 몇명의 환자를 보고 그 돈을 버는 걸까요? 그리고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가 정말 필수적이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십니까? 피부 미용이나 도수치료 등의 실비보험 품목들의 오남용은 빙산의 일각 아닙니까?

필수과에서 제공하는 표준진료는 "상대적으로" 돈이 안됩니다. 나라에서 의료 가격을 다 후려쳐서 정하기 때문이죠. 처방약, 의료기기, 의료시설, 의료인력, 의료서비스 모든 것들엔 아직도 자본주의의 논리가 들어가 가격이 정해지고 있습니다. 공산주의국가라도 모든 의약품 및 의료서비스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게 아닌이상, 이 자본주의 논리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필요한 의료자원을 수입해야할텐데, 수출국에서 정하는 가격을 정부 맘대로 후려칠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왜 유독 의료에서만큼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저렴한 가격을 의사들에게 감당하게 만들었을까요? 시작부터 어떤 장기적 안목이나 데이터도 없이 일방적인 정부의 지시하에 만들어진 저수가 시스템때문이죠. 그리고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의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정치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주제이고, 의사편을 든다거나 의료비용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고 표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수가 시스템이 필연적으로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의료 시장을 낳았고, 이 속에서 국민들은 의료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의사만을 욕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저수가로 인해 표준진료만으로는 "만족할 만큼"의 돈을 만질 수 없는 몇몇 의사들은 이제 비필수적인 의료 상품들에 눈을 돌려 환자들에게 팔아먹는 의료장사꾼이 되었습니다. 저는 표준진료를 하는데 자긍심을 가지고 있지만, 저라고 한국에서 개원을 하거나 봉직의로 일하면 다를게 있을까요? 내과 박원장이라는 웹툰에서 이러한 현실을 얼마나 통렬하게 잘 그려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요점은 누구를 앉혀놓아도 지금의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는 의사 유인 수요가 계속 될것이고, 이 상품을 후려치면 저 상품으로, 저상품을 후려치면 이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빠져나갈 구멍만 찾게될 뿐, 돈을 벌 기회가 있는데 그걸 눈감고 지나칠 바보는 없을 거라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포기하고 굶어죽든 남들보다 못 벌든 양심에 따라 진료하라고요? 이런게 전형적으로 시스템은 외면한채 사람만 비난하는 덜떨어진 접근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 상당한 부분이 이미 시스템의 제약 속에서 최선이라 믿어지는 결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서로 더 장사를 잘하기 위해 경쟁이 붙겠죠. 진정한 의미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이 붙겠습니까? 이렇게 엉망인 시스템 속에서 의사도 국민도 모두 피해자입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무슨 효력이 있겠습니까? 인구도 쪼글아들어서 수학적으로 사망진단이 내려진 이 나라에서, 의사수만 무턱대고 늘린다고 의료의 질은 더 향상되고 필수과는 살아날까요? 감옥에 가두거나 군대를 보내듯이 필수과에 강제로 앉히지 않는 이상 이런 시스템에서 누가 필수과를 하고 표준 진료를 하겠습니까. 필수과가 살아나면 뭐합니까? 어차피 진짜 아프시면 다 서울 유명 대학병원 가실거 아닙니까?

의사들의 꿀통은 시대를 따라서 변형을 거듭했을 뿐, 의사들은 이런 시스템에서 표준진료를 추구하기보다는 계속 꿀통을 찾아 헤메일 것입니다. 한국 국민건강보험 시스템 아주 초반에는 의약처방이 꿀통이었습니다. 정부가 의약분업을 통해 그 꿀통을 하루아침에 빼앗았고, 의사들을 돈독 오른 도둑놈들로 프레임을 만들었죠. 누구도 실패한 시스템을 만든 정부를 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표를 주고 더 뽑아줬겠죠. 이제 다양한 실비보험 혹은 비보험 상품으로 둔갑된 의료들이 판치고 있고, 그런 것들에 칼을 데기 위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의대증원을 추진하는 것이겠죠. 역시나 정부는 비판을 면하고 의사들만 욕먹고 있습니다.

분노를 잠시 멈추시고 제가 위에서 왜 긴 시간 할애에서 미국 시스템을 소개했는지 다시 한번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표준 진료를 전국 어디에서나 받고, 대학병원 아니어도 내 몸을 맡길 곳이 있고, 믿을 의사가 있고, 그런게 여러분이 진짜 원하시는 것 아닙니까?

왜 미국처럼 표준진료가 norm인 사회가 될 수 없습니까? 제값을 주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아마도 제값보다 더 받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죠. 의료가 비교적 저렴하고 의사들이 공무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유럽은 어떻습니까? 그곳은 환자들에게 의료결정권이 거의 없습니다. 공공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죠. 당장 제 아일랜드 출신 동료의 할머니만해도 병원에서 폐렴으로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의사의 일방적 결정하에 호스피스로 전원되시고 그곳에서 사망하셨습니다. 공공재니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필요할때 쓰겠다는 것이고, 그걸 의사들이 결정하는 거죠.

선택을 해야합니다. 미국식도 싫고 유럽식도 싫으시겠지만, 세상에 값싸고 신뢰할만한 표준 의료를 무한정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한국은 수치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와 접근성을 자랑하겠지만, 그 내면은 썩어버렸습니다. 소아과 엑소더스는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저렴한 의료를 추구하시고 이 실패한 시스템을 옹호하시면, 그 결과는 결국 이렇게 부조리한 의료 시장으로 나타나 우리와 우리 가족에게 피해로 돌아갑니다. 한국의 비정상적으로 값싼 의료를 자랑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옹호하며, 가격 인상에 게거품 무는 우리 모두도 질병과도 같은 시스템의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스템이 질병이면, 그 질병의 원인을 치료하셔야합니다. 정부가 그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하고있으니 이 질병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죠. 보복부나 심평원에 진출한 의사들은 얼마나 있습니까? 하찮은 정치질 할 시간에 돈이나 더 벌자해서 정치력을 상실한 결과 이렇게 정부에 휘둘리고 있는게 아닐까요. 뻑하면 심평원의 삭감에 분노하면서도 그 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사람이 없는 것은 얼마나 개탄할 일입니까? 질병의 원인을 알아도 치료할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이 왜곡된 시스템 속에서 대학병원들은 전국에서 환자를 다 독식하고 있고, 의대증원 및 이에따른 레지던트 수 증가는 더 부려먹을 노예들이 더 생기는 대형병원의 이익과 맞아떨어집니다.

의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뭘 했습니까? 맨날 넋놓고 있다가 정부가 선거철 맞아서 칼 빼들면 그때마다 게거품 물고 일어나봤자 돌아오는 건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 뿐인것 아닙니까?

미국은 거대한 의사협회가 끝없이 로비하고 의사들을 착취하려는 병원과 싸우고 어떻게든 의료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보험회사와 싸웁니다. 의사집단, 병원, 보험 세개의 주체들이 끊임없이 싸우고 투쟁합니다. 이것이 미국이 자랑하는 체크 앤 밸런스 시스템입니다. 사법, 입법, 행정이라는 수백년을 내다본 시스템을 도입해 체크 앤 밸런스를 추구하고 있는 나라답죠.

한국은 이런 것이 있습니까? 의사들은 복지부장관의 사병들이나 다름없으니 명령 불복종은 처벌대상이라는 얘기를 하는 변호사도 봤습니다. 그런 시스템 어디에 체크 앤 밸런스와 정반합의 건설적인 발전이 있겠습니까?

안그래도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저수가 타령하고 의료 비용 상승을 주장하는 저도 결국은 의사일 뿐이고 의사 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느끼실테니 이 모든게 개소리로 느껴지셔도 이해합니다.

뭐 제가 보건정책 전문가도 아니지만, 그냥 잠시만 생각해봐도, 이미 어마어마한 지출을 자랑하고 있는 실비보험/비보험 상품에 나가는 비용을 차라리 국민건강보험으로 이전하고, 이를 필수과의 필수진료를 좀 더 합리적으로 보상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재정비하면 총 지출의 큰 차이는 없이 표준진료를 더 촉진할 수도 있겠죠. 요점은 방법은 언제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정치인도 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깊은 이해 없이 벌이는 모든 보험정책은 자칫 의사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인식되고 표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저는 희망을 잃고 미국으로 도망쳤습니다. 미국으로 도망쳤고, 시스템 개선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주제에 열변을 토하고있는 저도 사실 제 자신이 우습네요. 어떤 반론, 비판, 욕설 등 달게 받겠습니다. 하고 싶었던 얘기를 어딘가에 올린 것으로 만족합니다.

세줄 요약 반복하겠습니다.

1. 시스템이 질병이라면, 그 속에서 사람들이 일으키는 부조리와 계층/집단간 갈등은 증상일 뿐입니다.
2. 기저 질환을 고치지 않고 증상치료만 해봤자 병이 악화되듯이,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사람만 후드려패봤자 부조리와 갈등은 더 악화될 뿐입니다.
3. 질병의 원인을 치료해야합니다. 잘못된 시스템이라는 질병의 원인은 그 질병을 도입하고 고치지 않는 정부이고 이를 외면하는 우리일 수도 있습니다.

1. 저수가 시스템이라는 질병 속에서, 의사/정부/국민들간의 갈등과 부조리는 모두 증상일 뿐입니다.
2. 저수가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의사들만 후드려패고 이런 저런 꿀통을 빼았아봤자 이 갈등과 부조리는 치료될 수 없고, 표준진료가 norm인 사회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3. 우리 모두가 이 질병적인 시스템의 원인이지만, 가장 큰 책임은 그 시스템을 도입하고 철저히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정부에 있습니다.
- 의사 죽이기에 동참하시면서 그 뒤에서 기만하는 정부를 보지 못하고 박수를 보내시고 표를 주신다면 그거야말로 암덩이를 키우면서 증상만 치료하는 어리석은 환자의 모습일 것입니다.

댓글 150

미라콤아이앤씨 · n********

? 거 이 시스템 깨부술려고 정부가 이짓거리 하는거 아니요?

서울특별시 · i********

암만 써봐야 의사 악마화하는 정부 선동에 뇌가 절여져서 이해못함 ㅋㅋㅋㅋㅋ

고려아연 · l*******

서울형 너무 사람들 넘겨집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형이 '정부는 선동 중이고, 대중은 선동당하고 있다'고 스스로 뇌절 중이라고 넘겨집겠지

삼성전자 · l********

도망자 주제에 뭘 잘났다고

하이컨시 · l*********

의사 입장이긴 해도 좋은 글 같은데요 추천해요

Amazon · n*******

1. 말씀하시는 수가를 정부에서 단독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의사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결정합니다. 전체 파이는 정해져있는데 개원의들에게만 유리하고 필수과에게는 불리한 수가 체계를 만든 건 의사들 본인이에요.

2. 미국에서 필수과 의사들이 환자를 덜 볼 수 있는 건 전문의 고용을 많이 해서도 맞지만 의료진 간 업무 분담과 그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nurse practitioner(전문간호사)도 미국에서는 주에 따라 의사의 감독 및 지도 없이도 단독 처방과 진료가 가능하고 이러한 권한과 책임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있기 때문에 의사처럼 provider의 역할을 하면서 다른 의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는 더더욱 필요한 시스템이죠. 한국은 어떨까요? 대학원에 진학해서 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해도 현장에선 평간호사와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이미 의사가 안 가는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심지어 지역사회간호학은 간호사 면허 시험 과목입니다) 간호법에 ‘지역사회’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단식 시위를 하면서까지 반대하던 게 의사들입니다. 인력은 부족하지만 절대로 증원은 안 되고, PA간호사 같은 말도 안 되는 직역을 만들어서 (이게 왜 말도 안 되는지는 미국에서 일하시는 본인이 더 잘 아시죠? PA는 애초에 간호사가 아닙니다) 다른 의료인이 자신들의 업무를 대신 해줘야 하지만 법적으로 그 위치를 보장해주기는 싫다는 게 지금 의사들의 입장입니다.

3. 아주 큰 착각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의사가 일하기 좋은 시스템이 곧 좋은 의료 시스템은 아닙니다. 의사도 간호사도 환자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고 환자를 위해서 의료진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지 의료진의 행복과 복지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이 의사여서 한국 대비 미국 의료 시스템의 장점을 말할 수 있는 거지, 일반 시민이었다면 한국과 미국의 의료 시스템 중 어떤 게 더 절실하겠습니까? 이 대목마저도 자신의 입장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의사들의 이기심이 느껴져서 거북합니다. 한국 의사들도 자신의 처우를 논하기 전에 간호사를 비롯한 다른 의료직군의 처우 개선을 외치는 목소리에 어떻게 끈질기게 반대하고 방해를 해왔는지,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고려아연 · l*******

마존형이 NP에 대한 이야기해줬네
고마워요.
여기에 대한 미국의사, 한국의사의 의견이 여전히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도 NP가 의사가 부족하거나 의사업무가 과중한 지역/ 과에서 권한과 책임을 보장받으면서 의료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요

Amazon · n*******

미국의사들은 NP를 늘리는 것에 대해 협회측에서 찬성하는 입장이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NP, PA(Physician Assistant)와의 협업이 원활합니다. 의사라고 해서 특권의식이 있지 않고 모두가 협업하는 관계라는 인식이 강한 편입니다. 한국의사들은 간호사의 권한 확대에 대해서 매우 보수적이고 이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집단입니다. PA는 본래 미국에서 별도 교육 과정과 장기간의 임상 실습 기간을 거쳐서 준의사에 해당하는 또다른 provider를 일컫습니다. 한국에서는 PA간호사라는 이상한 명칭의 직역을 만들어서 간호사들에게 해당 업무(주로 전공의 업무에 해당)를 시키지만 법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보호해주지도, 그렇다고 해서 처우를 개선해주지도 않습니다. 한 마디로 싼값에 의사 일을 할 간호사를 진료부(의사)가 채용해서 쓰지만 공식적으로 법적 권한을 보장해주는 건 결사반대하는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직군 간의 업무 경계가 불명확하고 한국의사 특유의 권위적인 태도까지 결합되면서 의사-간호사, PA간호사-전공의, PA간호사-일반간호사 간의 갈등은 보다 심화되고 있습니다.

시스템은 질병이고 직군 간 갈등은 증상입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작성자가 말한 것과 다릅니다. 의사가 일하기 불편한 시스템이라서가 아니라 의사 집단(특히 개원의 중심)의 이기심을 위주로 한 시스템이라서 병든 게 이 나라 의료체계입니다.

우리은행 · !*****

저수가는 상대적 소득불균형의 문제인거지
의사가 돈을 못버는게 아니라고
의사 못하겠다 다른 직업 찾을래 이게 아니라
돈 더 되는 의료업 해야겠다 이게 문제인거지
너희는 무조건 소득 더 올려줘 이게 논점이잖아
의료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원의들이야
그런데 이걸 고칠 생각은 없고 너희는 자정 능력이 없다고

삼성전자 · 앜*

돈 더달라는 무논리의 글을 길게도 써놨네ㅋㅋㅋ

이글루코퍼레이션 · σ*******

중간에 영타치는건 컨셉인가요?

한국전력공사 · l*******

수가라이팅에 당하는 사람은 더이상 없어 보이네요
그리고 굳이 왜 중간중간 영어 쓰시나요? 충분히 대체 가능한 단어들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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