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사실 얼마나 우리 회사에 대해 많이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를 비롯한 모든 자동차 배터리 회사가 철저히 Product To Win 의 구조임.

이걸 간단하게 표현하면, 다들 기술력 고만고만해서 많이 만들수록 박리다매로 많이 남기는 구조라는 뜻임. 이 말에 여러가지 문제점이 포함되어 있는데,

우리 회사가 기술력 홍보를 열심히 하지만 절대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회사가 아님. 여느 중국 기업처럼 그냥 많이 만들어서, 많이 팔아서 매출을 내고 있음.

1. 라인 증설과 부동산
지금 라인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열심히 라인을 영차영차 늘리는 상태임. 그런데 이 라인도 언젠가 한계에 봉착할 수 있음.

그러면 라인을 증설하기 위해서 공장을 더 지어야지. 그런데 땅이 공짜로 솟아나는 것도 아니니... 부동산에 투자를 해야함. 그럼 그 부동산은 어디로 가냐? 회계 상 다 부채와 비용(손실)로 빠짐.

다 지어지면 열심히 또 팔아서 그 적자를 메워야함. 그런데 위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는 박리다매 구조임. 1-2년 만에 그 부채를 절대 다 메울 수는 없음.

이 끝이 어디일지 나는 예상이 안된다고 생각함. 여기 아재들 많으니까 스타크래프트로 비유해볼게.

내가 팩토리 6개를 돌리는데 물량 싸움이 안되니까 팩토리를 10개를 더 지었어. 팩토리를 지으려면 그 땅을 사야하는 돈도 있고. 그런데 자원(발주 및 유보금)이 다 떨어질 수도 있음.

반대로 내가 팩토리를 돈 아까워서 안지으면 물량 싸움에 밀릴 수도 있음. 밀리면 그냥 상대방 (BYD, CATL,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에 밀려서 질 수도 있음.

굉장히 치열한 두뇌싸움 국면임. 제일 큰 문제가 BYD, CATL이 중국 정부랑 손잡고 조지기 시작하면 답도 없다는거... 배터리 보조금은 둘째치고 리튬 광산 4위가 중국임.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 순) 물론 호주, 칠레가 압도적이지만... 채산성으로 국내 시장 하나 조지기에는 전혀 문제 없는 생산량임.

2. 회계상 결점
알다시피, 우리 회사는 '에너지 솔루션' 이라는 형태로 소형, 중대형, ESS 모든 배터리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통합 발표함.

그리고 늘 그렇듯이 중대형배터리는 적자를 내고 있었음. 간단하게 몇년 간 이 회사는 중대형 배터리로 아직 10원짜리 하나 벌어본 적 없는 회사임. 회사에서 흑자내는거 대부분이 휴대폰 배터리를 비롯한 소형 배터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고 전자재료가 캐시 카우 시장으로 짭잘하게 수익을 내는 구조임. 재작년 어닝 서프라이즈도 소형배터리가 기대 이상의 매출을 내고, ESS의 흑자전환이 컸지, 중대형 배터리는 여전히 돈을 벌어본 적이 없음.

즉, 이 회사는 자동차배터리를 간판으로 걸지만, 실상은 자동차배터리는 돈 번 적이 한 번도 없음. 늘 휴대폰배터리와 전자재료가 돈을 벌어서 간판비 벌어주고 있는 구조임.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당연하지만, 큰 기술 격차없이 박리다매로 승부를 해야하니까... 이렇게 안팔면은 싼 노동력과 리튬 직구로 승부하는 중국과 싸움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음.)

다들 말로는 회계상 구매 코드가 겹쳐서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구매코드가 이원화된걸 내 눈으로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간단하게 님들이 보는 재무제표 상에서 자동차 배터리는 영업이익 계정에 몇 년간 단 +1 조차 보탠 적 없음.

3. 주가
현재 PER 56.16배, PBR 1.54배. PBR이야 천하의 삼성그룹이니까 안정적으로 형성되는 편인데... 결국 주가 대비 수익률에 대해서는 늘 의문.

아직 씹거품을 논할 수준은 아니지만 저 PER을 안정화시키려면 연 당기순이익기 최소 3~4조 정도는 나와야하는데... 박리다매 사업에서 중국과 승부를 해서 그 정도 나올지가 의문임.

4. 희망
물론 우리 회사가 장점이 없는 건 아님. 현재 안전성 측면에서 우리 회사의 기술력은 압도적 그 자체임. 그렇게 좋은 기술력으로 왜 갤럭시 노트 7 터졌냐고 맨날 따지는데... 이건 삼성전자 형들이랑 박터지게 싸워야하니 긴 말 않겠음.

라이터가 터져서 집에 불이 났는데, 라이터에 왜 불 붙었는지는 전혀 확인하지 않고, 일단 무조건 라이터 잘못이라고 따지고 결론 낸 상황임. 라이터가 왜 과열되서 터졌는지는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 상황이지. 찾아보면 배터리는 이상 없다고 정정보도도 나간지 오래고 결국 원인은 확인 불가로 결론남.

안전성이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할거라 믿으면 우리 회사 투자는 정말 나쁘지 않음.

5. 주식쟁이 입장에서 우리 회사
중단기적으로 배터리 회사가 상승 국면으로 갈거는 확실함. 나도 그래서 우리 회사로 쏠쏠히 재미는 보고 있음. 수급 투자로는 예나 지금이나 투자하기 정말 나쁘지 않은 회사임.

그런데 펀더멘탈 입장에서 장기투자 하기에는 불확실성이 굉장히 많이 쌓여있는 회사임. 테슬라가 변동성이 심하긴 한데, 나는 우리 회사 살까 문의 물어보면 '전기차 때문에 장투할 생각이면 차라리 테슬라나 배터리 소재 회사를 사서 묵혀두라' 라고 늘 말함. 소재와 완제품 사이에 끼인 배터리는 너무나도 애매한 포지션임.

소재 회사는 대외비라 함부로 밝힐 수 없지만... 네이버에 검색만 해도 줄줄이 나오니까 찾아서 보면 되고.

FAQ는 늘 받아드립니다. 물론 비관적 포지션인건 감안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