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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면서 만났던 직업들(2) 사기업편

세계일보 · |*******
작성일2023.02.19. 조회수18K 댓글100

취재하면서 만났던 분들 공무원편 반응이 나쁘지 않아 두번째 글 올림. 디테일하게 쓰면 훨씬 더 적나라 한 일화들 많이 있지만, 상대도 나도 특정될 수 있으니 간략하게 쓰는 편. 이해해주길 바래요.

이번에는 사기업 편인데... 사기업이라고 하면 너무너무나 방대해서 모든 기업별로 쓸 수가 없음. 중복된 느낌도 많고... 그래서 업계별 + 유독 기억에 남는 기업들 위주로 쓸게.

그리고 모든 기업을 담당해본 적은 없어서 쓰지 못한 업계도 있음.

##사기업
-사기업들은 너무나 천차만별이라 쓰기 어려운데다가... 일하는 특성상 만나는 직원분들이 홍보에 치중돼 있음. 그래서 내가 쓴 글을 일반화 절대 할 수 없고 그냥 가볍게 가볍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사기업으로 얼버무렸는데, 기업도 대기업-중견-중소로 차이가 큰 데다가, 기업별로도 처우나 문화가 너무 다름. 그래도 전반적으로 사기업들은 '금전적인 성과'에 대한 처절함이 있었음. 공무원 분들이 '행정적인 성과'에 고생하는 것 처럼.

그래서 연봉이 차이가 날 수 있고, 안정성이나 공공 서비스에 대한 인식에 대해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공무원이나 사기업 할 것 없이 모두가 현생을 열심히 사는 분들이 대부분. 진짜 탱자탱자 노는 분들은 못본것 같음.

#삼성전자
-지금 하고 있는 일, 10년 좀 넘게 하면서 만난 홍보 직원분들 중에 삼성전자 분들은 진짜 특이하고 스페셜리티 했던 기억이 많음.

-기자 초년생 때 취재 때문에 잠깐 전화 했던 홍보직원 분이 있었음. 그러다가 10년 지나서 삼성전자 맡게 됐는데, 이 홍보직원이 바로 전화 온거야. 그리고 내 이름과 10년전에 뭘 취재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말하더라고. 물론 데이터베이스화 했겠지만, 정말 잘한다? 이런 느낌이 들었음.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직원분들 보면 하나같이 비슷한 느낌이 있음. 깔끔하고, 친화력 좋고, 일 잘한다는 거? 그리고 뭔가 정은 없어 보인다는 점도. 기자일하다가 삼성 계열사 홍보로 가는 분들 보면 그렇게 변하더라.

-지금 삼성 계열사 임원으로 있는 사람이 삼성의 기업 문화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현대가 '까라면 까' 스타일이라면, 삼성은 '지원금 필요해? 지원해줄게, 인력 필요해? 인력 줄게... 근데 결과는 왜 그 따위니. 결과에 책임 져야지?" 이런 느낌이라고 하더라. 나야 삼성 직원이 아니니 믿거나 말거나...

-확실히 국내 대표기업 답게 연봉은 높은데.... 인센티브 구조라 계열사 별로 연봉 차이가 많이 나고, 같은 계열사도 부문별로 차이가 나는 편. 인센티브 거의 없는 계열사, 부서의 경우 의외로 낮은 연봉.

-삼성전자 담당한다고 해서 전자제품 받는다거나 그런건 없어요 ㅎㅎㅎ

#자동차업계
-자동차업계라고 하지만 사실상 하나의 기업이 독과점이라... 생각나는게 현대기아차 밖에 없음. 현대차가 광고 끊으면 언론사 절반은 나가 죽어야 할 정도로 광고계의 큰손이라... 흔히 알려진 홍보가 을인 관계가 아님. 홍보가 마음에 안드는 기자 있으면 대놓고 언론사에 담당기자 교체를 요구하기도 함.

-우리나라 언론사가 기업 광고 의존성이 커서... 진짜 부끄러울때도 많음. 특히 현대차나 삼성 같은 기업은 비판을 하기 어려운 상황. 과거에는 덜 그랬는데, 최근에는 의존성이 너무 커짐.

-현대차에서 일하는 분들 정말 고액연봉을 받지만.... 현대차 계열사에 일하는 분들 연봉보면 '의외네?' 할 정도로 생각보다 높지 않을 때가 있음. 근데 일하는건 현대차처럼 일을 하다보니 워라밸은... 사실상 없는 경우를 많이 봄. 그리고 현대차 기업문화가 언론사 싸다구를 후릴 정도로 수직적이고 위계가 철저해 여린 사람들은 더 고생하겠더라. 일하는 분들중에서 심리상담 받는 사람들 꽤나 봤음.

-예전에는 기자들에게 시승차랍시고 주유티켓 채운 좋은 자동차 집 앞으로 상시 대령해놨다는데...그것도 옛날 일이고, 요즘에는 시승차 타려면 신청해서 하루 탑승하고, 그걸 르포로 기사를 써야 하는 기브 앤 테이크 구조.

#유통업계
-기업의 수가 어마어마어마하게 많음. 이마트나 백화점 같은 유통기업 뿐만 아니라 식품, 패션, 화장품 같은 기업도 포함해서 담당하게 됨. 그래서 기업 사람들 딱 한 번씩 보면 1년이 지나가버림..

-유통 쪽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좋게 말하면 꼼꼼하고, 다르게 말하면 조금 소심한 경향이 있음. 아무래도 기업 특성상 B2C인데다가 박리다매다 보니 기업문화인듯 함. 그리고 B2C다보니 기업의 규모에 비해 소비자에 대한 클레임이 엄청나게 걸리는 편. 이게 진짜 기업의 운명을 한번에 좌지우지할 수 있다보니, 유통기업들은 끊임없이 여론에 신경쓰는 편.

-예를들어 SPC가 법조를 담당하는 기자들을 자꾸 만나고 싶어함. 그때 몇몇 선배들은 칼같이 식사자리를 피하더라. 거기 오너가 재판 중이었던거. 그러다보니 안좋은 기사를 최대한 내보내지 않게 하려고 공사하려 한거. 그 외에 다들 알만한 남양이라던가 그런 유명한 기업 홍보 분들은 진짜 항상 탈출하고 싶어하고, 탈출하면 기자와 상봉해 진짜 밤새도록 욕하는 일도 있었음.

-달리 생각해보면 그런 일부 기업들 윗대가리가 삽질한 거에 밑 직원들은 진짜 고생하는 거임 ㅠㅠ 식품업계가 전반적으로 급여가 많지 않음. 그 와중에 오너 등 윗대가리가 이상한짓 하면 워라밸도 박살나는거지... 고생하시는 직원분들.

-그리고 출입하다보면 자기네 음식 먹어보라고 화장품 같은거 써보라고 자잘하게 엄청 보내줌. 당연히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진짜 라면 한두봉지 이런 느낌). 근데 보내는 회사들이 많다보니 오는 식품에 깔려 죽을거 같은 상황이 벌어짐. 라면이 유통기한이 지나 썩어갈 정도로 먹을거 진짜 많이 받게 되더라.

#IT업계
-관련 업계 흐름을 워낙 많이 타는지라 작년과 올해가 느낌이 너무 다름. 직원들의 분위기도 극명히 차이남. 작년까지 IT붐 일때는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도 카카오나 NHN 같은 IT 기업에 이직하고 싶었던 걸로 많이 기억함.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최근 카카오 등 IT 기업 이슈가 많아지면서 직원들 분위기도 좀 가라앉은 듯.

-돈은 많이 받더라. IT기업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홍보직원이 많이 필요해 주변에서 많이 이직해 갔는데 들리는 후문으로는 스톡옵션 받고 간 기자들이 승자...부러워서 이러는거 아니야.

-IT업계는 탄생한지 얼마 안돼서 뭔가 체계는 기존의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에 비해선 부족한데, 각각의 자율성과 개성은 더 존중받는 느낌. 솔직히 기자 입장에선 기존 대기업을 상대하긴 편한데, 마음속으로 IT기업들이 더 성장하길 바라고 있음. 주변 기자들도 IT기업으로 많이 이직하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IT 쪽은 쓸게 없네 별로 만나지 못했던 듯.

#금융감독원
-일은 많은데 다른 금융권보다 연봉이 낮은 편인 데다가 퇴직후 일정 기간동안 취업제한도 걸려서 고생을 하는 편. 금융기업들에게는 갑이지만, 금융위원회한테는 끊임없이 쪼인트 까이는지라 슈퍼갑은 아님.

그래서 금융위 욕해주면 친해지기 쉬움. 최근에 검사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왔다가 관치금융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금감원 직원들은 좋아하는 분위기라는데...? 원장이 VIP라인이라 금융위랑 좀 대등해지는 느낌(?)이 있는듯.

-그리고 보험 불완전판매나 금융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감원에 민원거는게 가장 나음. 금융업계 입장에선 금감원에 클레임 건수 하나하나 늘어나는거 자체가 큰 부담임. 그리고 금감원 식당 최고, 금감원 내부 카페 최최고, 금감원 내부 헬스장 최최최고.

-금감원은 엄밀히 말해선 공기업에 해당되지만,,, 또 모호해서 그냥 사기업에 분류할게요. 한국은행은 공기업 쪽으로 분류하려고.

#한국증권금융
-그야 말로 갓갓갓갓갓의 직장. 사회 초년생들은 이 기업이 얼마나 좋은지 알 기회가 적긴 한데.. 갈 수 있으면 진지하게 고민하는거 추천. 내가 기자일 하면서 다른 직업에 대한 욕심이 없었는데 한국증금은 진짜 불러준다면 여의도까지 오체투지 삼보일배로 갈 수 있을것 같음.

-고액연봉에 안정성에 워라밸 다 갖춘 기업 같음. 한국증금이 기자를 거의 상대를 안하고 일년에 가끔 불러서 맛난거 사주고 기념품 좋은거 주는데... 그게 기사 쓰지 말라는 뜻임. 괜히 보도되어서 시기와 질투와 정치권의 타게팅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으로 생각함.

#한국거래소
-은근 일 많이 하는 사람들. 영화에서 뭐 주가조작 같은거 벌어지면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장면 있잖아. 그게 금융감독원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금감원이 아니라 거래소 직원분들.

-그래도 증권거래 독점시장이라 안정성이랑 괜찮은 연봉의 분들... 일은 꽤나 많아 보이더라. 그리고 상장사들에게는 위계상 위에 있어서... 가끔씩 상장사 사람들 상대로 소환(?) 하는 마법도 부리더라. 뭐 소환술이야 갑과 을이 있는 구조라면 항상 있는 마법이지만.

#증권회사
-증권회사 별로 문화가 조금 다른데 홍보팀-기자와 관계를 보면 매우 깔끔함. 질척이게 주색잡기 하는 일 없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적극 이해하고 활용하는 느낌. 출입할 때는 최선의 관계를 유지하고, 담당이 끝나면 바로 칼 같이 끊어지는 구조? 물론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증권 홍보 형님들이 있지만.

-그리고 일반 업계 사람들 만나면 확실히 재테크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됨. 이 분들은 실적 하나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학벌도, 나이도, 성별도 모두 평등(?)한 곳임. 그래서 모든 현안을 재테크 하는데 관심이 있고, 그러다보니 깊이도 꽤 있음.

그래서 나도 직접 주식하면서 배워간다는 느낌으로 물어보면 친절하심. 그리고 가끔 펀드매니저나 IB 관계자 만날 수 있는데... 진짜 부티가 좔좔. 그리고 하나같이 성실하더라.

#시중은행
-현장에서 고객 상대하는 고생하는 직원이 있고, 놀고 먹는 직원도 있고. 증권사보단 돈에 대해 덜 적극적이고, 좀더 관대함. 증권사는 돈 안되는 일에 돈 절대 안쓴다는 이미지라면, 은행사람들은 그래도 풍류(?)를 아는 분들이 좀 있었음. 나는 풍류를 즐기지 못하는 체질이라 결이 좀 맞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한국 금융계에선 은행이 확실히 강하긴 한듯. 아무래도 굴리는 자본금이 압도적이다 보니 그만큼 같은 지주, 계열사 중에서도 힘도 있음. 하지만 정치권으로부터 끊임없이 쪼인트 까임....그리고 지점마다 내부 정치 엄청 빡세서... 직장생활 난이도는 있어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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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업은 생각보다 맛깔나게 못쓴 느낌이 계속 드네요. 반성하며 다음에는 셀프 디스차원으로 직접 경험한 흑마법사(?)와 같은 언론업계 사람들에 대해서 써볼게요

댓글 100

새회사 · l********

ㅇㄷ

새회사 · 🍧************

선생님 또 안오시나요☺️

세계일보 · o****

거자필반이라고 언젠가 또 가겠습니다~

새회사 · 🍧************

네☺️꼭 링크남겨주세요❤️
새해복많이많이받으세요!

세계일보 · o****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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