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쓰는 글입니다.
https://www.teamblind.com/kr/post/n7y5pYeB

3달만에 글을 올린다.

아마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은데,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음에도 굳이 글을 쓰는 이유는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지가 3달이 넘어가는데도 아직도 댓글을 달아 주시는 분도 있고, 심지어는 대화 신청으로 상담을 청하시는 분까지 있어서이다. 그래서 어찌 되었건 마무리는 지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키보드를 두드린다.

1. 근황

첫 글을 올린 계기가, 늦가을 무렵부터 결정사에서 더 이상 프로필을 주지 않아서였다. 어차피 한겨울에는 프로필을 잘 안주니, 이렇게 된 것 내년 봄까지 그동안의 결정사 경험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3년 봄에 프로필을 받게 되면 잘 해 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론만 말하자면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공식적으로 ‘당신 짤렸어’라고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재가입하라고 하지도 않지만, 반년 넘게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잊어버렸던가 포기했던가 둘 중의 하나일 것 같다.

2. 결정사 가입에 대한 소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록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사람 많은 곳 싫어하고, 이사람 저사람 찔러 보는 주변머리도 없는데다가 술도 잘 안 마시는 나 같은 사람이 그나마 결정사의 도움이라도 있었으니 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분을 소개받아 언성 한 번 높이는 일 없이 만나다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졌으니, 그 정도면 결정사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결혼까지 못 간 것은 순전히 내가 꾸물거린 탓이지 결정사의 잘못은 아니다.

3. 마지막 조언

아마도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사실은 며칠 전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연애, 결혼, 결정사 등등 이런 저런 조언을 틈틈이 써 두고는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남에게 조언할 만한 위치인가?’ 라는 생각이 드니, 여기 옮기기가 주저스러워진다.

그래도 써 둔 것이 아깝기도 해서 그나마 가장 쓸만한 부분, 즉 나하고 입장이 비슷한 분들을 위한 조언 세 가지만 남겨 둔다. 이 중에서, ‘가’하고 ‘나’ 부분은 결정사를 통해 만난 여성분들이 자신의 결정사 경험담을 말해 줄 때 매우 자주 언급되던 것이니, 특히 잘 기억해 두기 바란다. ‘다’ 부분은 나의 경험을 돌이켜 보았을 때 내가 가장 잘 했다고 나름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서 적어 둔다.

가. 잘난 부분은 자랑하지 마라.

상대방 여성은 내 프로필을 보고 온 분이다. 따라서 자신이 변호사나 의사 같이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경우, 상대방 여성도 그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식하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굳이 직업을 내세워서 잘난 체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니, 사실은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마찬가지로, 자산 보유가 많다거나, 좋은 학교를 나왔다거나 아무튼 프로필에서 어필 요소로 매니저가 강조해 주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부분은 가능한 한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장점을 자기의 입으로 굳이 또 늘어 놓는다면 상대방은 ‘이 인간은 자랑할게 이것 밖에 없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따라서 잘난 점은 그만 자랑하고, 대신에 뭔가 다른 매력 포인트를 어필하는게 좋다. 그렇게 한다면, 이미 따 놓고 들어간 점수에 +α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나. 나이 차이가 난다면, 억지로 어려 보이려 하지 마라.

길에서 헌팅으로 만난 여성이라면 몰라도, 결정사를 통한 만남의 경우 어차피 나이가 다 공개가 된 상태에서의 만남이다. 그런데 나이 차이가 나는 여성이 소개 자리에 나왔다면 그 여성분은 그 나이 차이에 대하여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이 차이가 나는 남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조차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옷차림을 억지로 어려 보이게 한다면 역효과가 난다. 속된 말로 ‘깬다’. 이유는 간단하다. 얼굴이나 몸은 나이가 들었는데 옷만 어리게 입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른 옷을 입으면 귀여워 보이지만, 어른이 아이들 옷을 입으면 흉하다.

정 나이가 신경 쓰이면, 피부관리나 모발관리를 하는 것을 권한다. 요즘 의술의 발달로 시간과 돈만 투자하면 나이보다 젊은 외모를 가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 호감 표시를 확실하게 하라.

내 경우에는 한 건을 제외하고는 소개 받은 여성이 모두 재혼이었다. 그런데, 다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첫 결혼에 실패했다는 것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진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정말 괜찮은 분들일수록 결혼의 실패로 인한 자존감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아마도, 사람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 결혼생활로 인해 ‘내가 사실은 이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구나’하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 같다.

이런 분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쉽고도 확실한 방법은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호감 표시를 확실하게 하라는 말이다.

한두 번 만나고 말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상대방의 낮은 자존감을 이용(?)해서 나의 의지를 관철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겠지만, 그게 아니라 결혼까지 염두에 둔 장기간의 만남을 생각한다면 상대방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좋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자존감 낮은 여성 만나서 피곤한 연애를 하고 있는 지인에게 물어 볼 것.

#결정사 #경험담 #돌싱 #재혼

썸·연애: 결정사 경험담 (13) 이어서 쓰는 글입니다.https://www.teamblind.com/kr/post/e7Axb26V?cid시작부터 너무 추상적인 얘기를 하면, 지루할 것 같아서 일단 실제 사례 하나를 소개하고 얘기를 이어가겠다. 이 사례는 대법원 홈페이지의 ‘전국법원 주요 판결’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는 공개된 판결문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을 약간 바꾼 것임을 밝혀 둔다.========================등장인물은 전문직 남성 A, 그리고 그의 teambl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