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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가 공부를 잘하게 된 이유

삼성SDS · 그*****
작성일2019.06.22. 조회수2,060 댓글17

얼마전 블라인드에 글을 쓰고 고아원에서 좋은 직장에 갔다는 그런 댓글을 보았다. 아마 나같은 고아를 처음 보는게 아닐까 싶다.

나는 내가 자랐던 고아원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공부를 잘했던 원생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떤 아이라도 나와 같은 경험을 겪는다면 나처럼 공부에 매달리는 아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한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에 꾀죄죄하고 마른 몸을 가졌기 때문에 단 세명의 아이와 함께 있더라도 주목받지 못할 그런 아이였다. 그리고 나는 오십명이 넘는 아이와 함께 자랐다.

내가 그 오십여명의 아이들 중 가끔 주목받는 때는 몸이 너무도 약했기 때문에 가끔 아팠을 그럴 때였다. 그러나 내가 몸살로 구토를 하고 기절했을 때, 왜 바닥의 오물질을 치우지 않았냐고 야단을 맞고서는 이내 그것이 주목이 아님을 깨달았다. 나는 방석 아래 압정같은 그런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 때에, 초등학교 1학년 때에 알게 되었다.

내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때는 시험에서 전체 과목 만점을 받아왔을 때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고, 그것은 어느 정도 운이 따라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 침방수녀님은 크게 기뻐했고, 올백점을 받아온 아이에게 해주리라 약조한 목마를 태워주셨다.
그것이 공부가 내게 안겨준 최초의 영광이었다.

그때 이후로 나는 마치 사막에서 자라나 오아시스에서 처음 물을 마시는 것처럼 공부에 대한 갈증으로 허덕였다. 많은 이들이 지탄하는, 시험에서 두어개 틀리고 눈물을 흘리는 꼴불견이 나였다. 하루라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 자신을 지탱하기 힘들었다.

그리고서도 나는 마침내 수녀님들이 바라는 S대에 진학하지 못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공부에 대한 열의는 있었으나 재능이 없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 밑에 있는 연고대 중 하나에 진학했으나.. 실망하는 원장수녀님의 어투를 듣고서는 그리고, 내가 명문대에 진학해서 기쁘기보다 원생 중 명문대생이 나와서 기뻐하는 목소리를 듣고서는 나는 그 찬란한 학습 능력을 잃었다.

내가 목말랐던 그 사막에서 없었던건 오아시스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아이가 아프면 꾸중하기 전에 아이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그 때는 알았기에.. 고아원에는, 그 사막에는 나말고 아무도 없음을 그 때 알게 되었다.

어떤 한 아이를 공부시키고 싶다면, 꼭 그래야한다면 이처럼 하면 된다. 공부 외에 아무것도 그리고 아무도 남겨두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그 아이는 고아원에서의 모든 인연을 끊은 나처럼,
그 사막에서 너무도 외로워
때때로 뒷걸음질로 걷게 될 것이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고아원

댓글 17

모팩 · f******

형 앞으로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 천**

세상에 태어난 이상 혼자인 사람은 없다
오직 사랑으로 뭉쳐진 인연들 만나길바래

새회사 · 띠******

고된길이었다. 앞으론 꽃길만 걷길

경찰청 · i********

첫댓말고 따뜻행 형 필력 죽이네 꽃길걷자!

한국철도공사 · 알********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공무원 · h******

내가 좋아하는 시야... 칼릴지브란

현대두산인프라코어 · 보*********


이번 본문에 나오는 문장이었군요

"사막에서 너무도 외로워
때때로 뒷걸음질로 걷게 될 것이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누군가는 원하던 원하지않던 그 팍팍한 사막을 걸어가야 할 것이니 이제는 흉이 걸어간 발자국을 보면서 그 누군가도 목적지를 찾을 수 있도록 앞을보고 걸어보시죠

가능하다면 어느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깔끔하게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를 바래보기는 합니다

그런 사회가 오기는 하는거죠?

한국철도공사 · l*********

공부도 잘하고 이렇게 글도 잘 쓰다니 그저 대단하다 쓰니.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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