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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의 삶이 새삼 그리워

삼성SDS · 그****
작성일2019.03.15. 조회수2,464 댓글32

고아원, 다른 말로 아동복지시설에서 살았던 19년의 세월을 한 때는 고단하다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말이지, 가끔 그 시간들이 그리워져.

그 때의 꿈을 꾸면 악몽을 꾼 것처럼 깰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치 라파엘로의 성화를 본 것처럼 마음이 아리어.

우리는 매일 새벽 5시 반에 기상했어. 기상음악도 성가였지. 서둘러 세수를 하고 오면 아침기도야. 나는 아직도 외울 수 있어. 하느님 저를 사랑으로 내시고 저에게 영혼 육신을 주시어 주님만을 섬기고 사람을 도우라 하셨나이다...

그런데 새파란 15살 청소년이 그런 기도가 귀에 들어올리가 있겠어?

나는 신을 원망하고 또 빌었어. 사랑한다면 왜 나에게 한번을 보살펴주지 않았냐고.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생각했어.

어쩌면 진짜 그때는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거야.

또 3월이 왔어.

이 때쯤 되면, 좀 있으면 사순절이고 부활절이 오겠지.

나는 먹지도 못할 후원자분들께 드릴 부활절 계란을 장식하고 고백성사를 치르고 수녀님들이 노래하는 성가를 듣고.

우울한 사순절 성가를 노래하다가 성금요일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처럼 밝아졌지.

매년 맞는 사순절이 그렇게 슬프지 않았던건 언젠가 끝이 있을거라는 걸 알아서 그랬던거야.

삶도 그러하리란 걸 알려주기 위해서였을까?

고맙고 그리워.

#고아원

댓글 32

신한은행 · 술****

형 멋지다.. 새파란 15살 소년의 모습도 멋있었을거야. 힘든시간 잘 견뎠구나. 앞으로 인생도 응원할게.

LG전자 · 너*****

멋지다. 존경해.. 앞으로 더 멋진날이 기다리길 바래.

SK텔레콤 · I*********

멋지다. 그리고 고마워. 이런말 어떨진 모르지만... 안좋은 기사들이 많잖아. 우리가 가정불화만 인터넷에 글 쓰니까 모든 결혼이 헬같듯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고마워. 나도 후원 더 해야겠다 싶고... 앞으로 더 행복한 날만 기다리길 빌어.

GS칼텍스 · 패********

조금은 일찍 성숙해진 나의 형제에게-

나는 고생했구나,
조금은 외로운 길을 걸어왔구나.

지금까지 혼자였던 그 길에
앞으로 세상을 향해 내딛는 그 한걸음에 우리가 함께함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대의 존재가 고맙고,
그대의 존재를 감사하는 한 사람 남김

LG CNS · 반***

감히 형의 19년이 어땠을 지 상상 해 볼 수도 없어서 뭐라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주제 넘는거 같지만 형의 지내온 삶을 존경한다는 말은 할 수 있을 거 같애
성숙한 사람이라 나만의 행복을 좀더 쉽게 찾을 방법을 스스로도 아는 것 같아
현실성 있게 형한텐 행운을 빈다는 이야기 보단 형이 행복하길 빌게 고생많았어

현대두산인프라코어 · 보*********

무교인지라 구체적인 절차는 모르지만

언젠가 끝이 있을거라는 걸 알아서 슬프지 않았다라는 문장은 역설적으로 읽히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누군가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것 아닐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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