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고아원에서 지냈어요. 고아들 사이에서 계급을 매기자면 아마 진골일거에요. 태어날 때부터 고아원에 있었는데 그래도 세상 어딘가에 내 엄마가 살아있을 수 있으니까요.

내가 자랐던 고아원에는 이따금 자원봉사자분들이 왔는데요, 하루만 온 봉사자들도 있고 주기적으로 오시는 봉사자들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다들 고마운 분들인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도 계속 애타게 생각나는 사람은 가끔이라도 계속 오셨던 봉사자들이었어요.

Jason이 그런 봉사자 중에 한 사람이었죠.

그리고 특이하게도 그 사람은 미국에서 온 외국인 봉사자였어요.  겉모습은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또박또박 말해준 영어는 유독 기억이 잘나요. 나는 내가 미숙한 영어로 이야기할 때마다 그를 그리워했고, 그를 기억하며 블라인드에 글을 여러번 썼어요.

[Blind]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보셨어요?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가까웠던 순간.. (블라블라)
https://kr.teamblind.com/s/dHmEaWti

[Blind]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보셨어요?
고아원에서 고아가 만난 외국인 봉사자 (블라블라)
https://kr.teamblind.com/s/nrmE7X1U

그런데 최근 Jason이 5년 전에 쓴 내 글에 댓글을 달아준거 같아요. 나는 기뻐서 그에게 대화를 보냈는데, 아직 답이 없어요. 그래도 눈물나게 기쁘고 감격스러웠어요. Jason이 내게 선물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많이 있기에. 유독 힘들었던 고아원 안에서의 청소년기에, 그가 해준 위로가 아직 내 맘 속에 있으니까요.

너무 소중해서, 그가 이십년도 전에 준 메모지를 아직 간직하고 있어요. 그 때는 뭘 몰라서 미처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조그마한 실마리도 따라갈 수 있어요. 그 때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는게 기뻐요.

이젠 나도 Be care, Be happy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이제 나는 이메일을 보낼 수 있고 심지어 조금 무리하면 미국에 갈 수 있어요. 살아서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기쁠 거에요.

#고아원

블라블라: 고아원에서 고아가 만난 외국인 봉사자 나는 미혼모의 자녀로 태어나, 수녀원 산하의 병원에서 태를 끊어 울었다. 내 이름은 병원의 간호사가 지어주었다. 내게는 그것이 큰 비극이 아니었다. 자라면서 만날 고통이 더 컸을테니까.우리 고아원에 언젠가 푸른 눈의 외국인 봉사자가 방문을 하였다. 그것은 우리같은 어린이들에게는 큰일이었고 어른들에게는 늘상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왜냐면 우리 고아원의 정체성은 사실, 외국인으로부터 왔기 때문이었다. 키가 멀거머니 큰 미국인 신부는 한국전쟁 후 한. teamblind

블라블라: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가까웠던 순간.. 어렸을 때 나는 복지시설에서 자랐었다.아이는 있는데 어른은 수녀님밖에 없던 그 세상에, 어느날 외국인 봉사자가 왔다.복지시설은 봉사자들을 대부분 영아원으로 보낸다.항상 손이 부족한 우리 동생들, 그렇기에 우리도 당번을 정해 돌보러 간다.그런 환경에세 최초로 온 외국인 봉사자가 신기할 수 밖에 없었다.그는 제이슨 필립 라프리, 텍사스에서 왔다고 한다.영어가 짧아서 많은걸 말할 수 없었지만.다른 건 다 잊어도 그가 말한 마지막 말은 기억이 난다.우 teamblind

내 앨범 속에 간직한 그의 메모지 입니다. 혹시 몰라 중요정보를 지우개로 가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