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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 자란 고아가 부모를 찾고 싶은 이유

삼성SDS · 그*****
작성일2019.11.02. 조회수2,138 댓글28

나는 태어날 때부터 고아원에 속해, 지금껏 평생을 부모를 모르고 자랐다. 내가 지금까지 엄마를 불렀던 횟수는 내 상사를 부른 횟수보다 적을 것이고 아빠를 찾은 횟수는 한번도 없었으며.. 내가 숨을 쉴 미래의 나날에도 그를 부를 수 있는 날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엄마라는 존재는 대체 무엇이고 아빠는 왜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흔히들 고아원, 보육원 아이들은 부모를 그리워하거나 결핍하며 외로워하는 아이일 것이라 상상하는가보다. 나는 퇴소 후 일반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과 대화하며, 또는 미디어에서의 보육원이라는 소재를 보면서 깜짝 놀랐는데, 그 기분은 아마 그냥 자고 일어났더니 피투성이의 칼을 쥐고 깨어나 살인자로 몰린 상태로 거울을 바라본 사람의 심정일 것이다.

중학생 때 읽은 소설에서, 고아원에서 자라난 장님 소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소설의 화자는 상담가로, 소녀가 가지고 있는 모친에 대한 적대감을 대하고 당황한다. 소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원망하며 모친을 보지 않겠다고 말한다.

상담가의 설득으로 모친을 딱 한번, 만나겠다고 소녀는 말한다. 만나며 침을 뱉고 증오하겠노라 결심했던 소녀 앞에, 눈이 보이지 않는 그 앞에서 모친의 더듬거리는 손길이 소녀를 스친다. 모친 또한 장님이었던 것이다. 소녀는 울면서 모친과 화해한다.

나는 도저히 이 소설에 이입을 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겪어보지 않은 결핍을 어떻게 증오할 수 있을까? 그것은 먹어보지 않은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 허덕이는 꼴이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나를, 부모에 대한 결핍에 허덕여 언제 깨져 부서질지 모르는 유리 조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유리조각은 깨지면서 주변에 날카로운 조각을 늘여놓아 누군가에게 아주 민폐를 끼칠 예정이리라.

그런데 적어도 나는 부모에 대한 목마름을 겪어본 적이 없다는 게 큰일이었다. 흔히들 겪는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과 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감정의 폭발을 빚은 적이 있어도, 결단코 부모를 그리워하거나 목말라한 적은 없었다. 물도 마셔봐야 목마른 줄 아는 것이다.

이런 감상을 주변에 말한 적은 두번이었는데 둘다 반응이 비슷했다. 내가 너무 불쌍하기도 하고 무섭다고도 했다. 나는 흡사 사이코패스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미각을 잃은 요리사가 된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부모를 찾는다면, 그럴리는 없겠지만 정말 한순간의 변덕으로 찾는다면 그것은 정말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보고싶어서라던가 증오해서 찾는다는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것이 부모를 찾고 싶은 단 한가지 이유인데, 찾고 싶지 않은 이유는 백가지도 더 댈 수 있다. 아마도 내가 평생 엄마, 아빠를 부를 일이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고아원

댓글 28

서울특별시 · 야*******

잘 자랐네 고생했다 쓰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 I*********

스티브잡스가 그랬지- 자기 생부생모는 단지 sperm bank였고 자기 키워준 부모가 100%자기 부모라고- 알지도 본적도 관심도 없는 혈연에 대한 우리나라 특유의 고정관념은 조상신을 섬기는 유교문화에서 온것같아- 수잔브링크의 아리랑 다시보면 진짜 어색하고 감정이입 안되는거 보면 요즘은 조금 달라진듯-

NAVER · i*********

아무렇지 않다는데 왜 다들 고생했다고 토닥이는거지? 유리조각 아니래잖아.

현대인베스트먼트 · i*********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쉽사리 공감할 수도 이해하기쉬도 쉽지 않으니,,, 막연히 정말 힘들었을텐데 존경스럽다 라고 얘기하는거 같아

새회사 · E***

아무렇지 않은 얘기를 벽보고 얘기해도 되는데 나를 모르는 (익명의) 대상을 보고 얘기하는 거야.. 아무도 없으면 너무 외롭자나

풀무원 · 우*******

나는 쓴님이 그 소설에 공감되는 상황에 놓였기에 그 소설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분명 부모님을 찾고 싶은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텐데, 그 상황에 놓이지 않은 사람은 속단하겠죠, 무조건 전자라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전자로 생각하고 공감했을거기에 그런 소설도 쓰여졌겠지만, 쓴님 인생은 소설이 아니니, 현재 쓴님 인생이 진실인거겠죠. 그런 진실된 쓴님 인생을 불쌍히 여기고 사이코패스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며 속단하는거지 쓴님 인생이 진짜 그런건 아니라는 것, 쓴님이 젤 잘 알고 있을테고, 그 믿음을 더 믿을수 있음 좋겠어요.

NAVER · l*******

엄마아빠라는 말...내가 부모에게도 쓰는 말이지만 아이가 생겨도 수없이 하는 말이예요 엄마가 해줄께 아빠한테 가봐 등등 수없이 아이를 보고 엄마 아빠를 스스로 지칭하게 되죠...부디 좋은 가정 이루셔서 엄마아빠라는 말을 수없이 하시고 수없이 들어보길 기원합니다. 꽤 자존심 세시고 삼성까지 들어가시고 잘 크신거 같아요 그간의 고생은 고난은 그게 고생인지도 고난인지도 모르고 지내온 시간 같아요 이젠 좋은 사람과 좋은 가정을 이루길 진심으로 기원해요

대원제약 · 1*****

형 가끔 글 올려주네~
항상 응원하고 있어

부산교통공사 · 똥****

그때 수녀님이야기한 그형인가

암튼 형 글잘쓴다

멋있어 형

제일기획 · l********

글 잘쓴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 멋져 형!

LG화학 · i*********

가끔 태그 검색해서 올리시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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