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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서 자란 고아가 엄마를 만나지 않는 이유

삼성SDS · 그********
작성일2022.09.11. 조회수2,034 댓글17

나는 유년기의 19년 동안의 세월을 고아원에서 보냈고 그 덕에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을 모르는 채로 평생을 보냈다. 나는 초등학생 때 내 이름을 지어준 간호사를 만났고 그 때 내 생모를 아주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시설에서 정해주는 공고에 입학할 때, 나는 복지사로부터 어떤 사람들에게는 어머니를 한번도 만나보지 않은 것이 축복일 수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후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은 그 명제 하나를 증명하기 위함이나 다름없었다.

그 때 그 사람이 내게 잘못 말한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아무 선택의 여지없이 고아원에서 지정해주는 공고에 가야하는 것에 크게 절망하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났었는데 그것마저 그저 철없는 사춘기 고아의 투정으로 받아들였던 고아원 어른들에게 내가 할 수 있었던 이를 악물고 숨죽여 우는 것 밖에 없었다.

답답한 심정을 참다못해 나는 그나마 나와 가장 가까웠던
젊은 복지사에게 울며 내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대로 그냥 흘러가는 대로 공고에 가고, 공장에 가는 것이 맞는 거냐고. 나는 리처드 파인만 같은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또 니콜라 테슬라같은 공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나는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에 가고 싶다고 울었다.

거듭되는 하소연이 그에게 기피하고 싶은 짐이 되었던 것일까? 그는 내게 다소의 짜증을 내며 설명했다. 네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 너는 잘못 태어난 거라고. 본인은 모르겠지만 너의 조상 중 누가 뭔가 잘못해서 네가 이렇게 힘든거라고. 그걸 본인이 어찌하겠냐고. 혼내키거나 나무라는 말투는 아니었다. 그 때의 담담한 그 말은 의외로 상처를 더 후펴파지는 않았다.

엄마라는 것을 떠올릴 수도 없었는데, 그보다 더 추상적인 조상을 감히 상상할 수 있었을까? 사전 속에 있는 단어가 내게 이렇게 고통을 준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고 그저 웃음만 나오는 아픔이었다.

그런 것이 조상이라면 나를 낳은 생모도 그런 조상의 하나이다. 그래서 내가 그를 한번도 만나지 않은 것이 축복이겠다. 내게도, 그녀에게도.

아무 기대도 하지 않으면 원망할 것도 없다. 그게 조상과 엄마에게 공평하게 적용된 나의 평균율이다. 세상에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모정을 지닌 엄마들은 많겠지. 난 그것을 존중하지만 내 생모에게는 도저히 엄마로서의 모정을 기대할 수 없다. 내 엄마는 내게 그저 조상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고아원

댓글 17

현대제철 · i*********

잘자랐네 힘내 행복해

KCC · 5******

그 사람은 잘못 태어났다, 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뱉었어야 했나 싶다.

기업은행 · !*********

누가 뭐라고 했던 그것또한 그 사람이 살아온 가치관으로 단정지어 한 말이에요.

세상은 당신이 살아가는 거에요

이 글을 읽고 당신도 당신의 방식대로 앞으로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글쓴이가 누군지 또 댓글을 다는 사람은 누군지 모른 채
지나가며 살아가겠지만

이 공간 많은 사람들처럼 마음 속으로 누군가 응원하고 있다 생각해주세요

공무원 · 1*********

가족이 뭔지… 있어도 ㅈ같은 가족이 있을 바에는… 차라리 내게 아무 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서로 모르는 채 살아가는게 어쩜 더 나을지도…. 사느라 견디느라 고생이 많았고 많네요 쓰니. 힘내세요

웰크론 · ʕ********

주제넘은 말일 수 도 있는뎅 쓰니가 앞으로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해😿

롯데쇼핑 · E*****

잘 지내? 오랜만에 또 검색해서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해. 아침 저녁으로 날이 쌀쌀해지고, 가끔 부는 바람도 스산해지는게 문득 겨울이 다가오는 거 같아. 옷 잘 챙겨입구 다녀~! 가끔 이렇게 형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누군가 세상 어딘가 있음이 작은 위로가 되길...

공무원 · 1*********

감기 조심하자..

대한항공 · !********

형님 자서전 하나 내세요

KT&G · 닉*

스스로의 원동력이 무엇이든 꺾지 않은 그 의지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승리자라 생각합니다. 자연환경에서도 보호자가 없으면 생존확률이 급격히 낮아집니다. 그럼에도 성인이 되고 자립했다는 것 자체가 승리입니다.

Random work가 발생하는 복잡계인 현 세상에서 그 어떤 우연이 발생했든 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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