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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의 아이가 엄마를 안고 싶은 날

삼성SDS · 그********
작성일2022.04.01. 조회수814 댓글12

나는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19년의 세월을 보육원에서 홀로 부대끼며 살아왔다. 그말인즉슨 내가 기억하는 한 누군가가 나를 온몸으로 안아준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말이다.

나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자라왔다. 나는 가톨릭 성당에서  바티칸의 성종을 울릴 수 있는 성인 성녀가 아니었고 또 득도하여 우주의 원망을 삭일 수 있는 보리수 나무 아래의 싯타르타도 아니었다. 그 고통과 부족을 누군가에게 미루어 원망하지 아니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몰랐기 때문이었다. 내 고통이 모두에게 같은 줄 알았다. 모두가 나와 같아서, 오히려 내가 그들의 고통을 안아줄 수 있을 수 알았다.

고등학생이 되어 잠시 때때로 밖에 나와보니 모든게 뒤바뀌었다. 나는 사회의 아픈 존재였고,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계속 부족해서 허덕이는 존재가 되었다. 보육원 안에서 두 다리로 섰던 나는 밖에서는 절뚝이면서 걷기도 힘들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절 내가 누군가를 힘껏 안으며 체온을 느낄 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은 강제로 영아원 양육 봉사를 갔던 때였다. 우리 고아원의 원생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같은 보육원의 아이를 강제로 돌보아야했고, 그 영아원의 아이는 한살에서 세살 사이로 한창 돌보기 힘든 나이였다.

삶의 모든 것이 너무 힘들었던 그 때의 나는 내가 돌보게 된 영아원의 그 어린 애를 안고 숨죽여 울었다. 수녀님들은 정신적으로 힘든 내가 아이들을 돌보며 치유되었을 줄 알았을거다. 그런데 나는 더욱더 힘들어서 눈물을 삼키면서 숨죽여 참고 살았었다. 애써 웃으며 아이를 안으며 어르는 하루가 무척 고되었다. 지금에 이르러 몇번이고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눈물을 먹으며 자랐을까?

어느 누가 버린 아이를 또 버려진 내가 안으며, 누구도 줄 수 없는 무언가를 바라며 나는 그 때 하염없이 울었다. 엄마를 안고 싶은 날 나는 내 가슴에 구토를 하며 나를 때리는 그 아이를 안으며 울었다.

미안하다, 너도 엄마가 안아주길 바랐을 거다. 네가 컸을 때 너도 나처럼 울면서 자랄까?  영아원에서 자란 내가 영아원의 너를 안으며 묻는다. 나는 평생 엄마에게 안길 날이 없었다. 너만이라도 내 품을 엄마라고 느끼길 바랬었다.

너처럼 나에게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엄마가 있을 수 있겠지. 내가 기억을 못하는게 슬프다. 엄마를 안고 싶은 어느 날. 내가 누구의 엄마가 되지 못했던 어느 날.

#고아원

댓글 12

현대HDS · h*******

감히 당신의 삶을 응원하며 축복합니다. 행복하세요

바바리안모터스 · l*********

와 글 너무 잘쓴다

라인플러스 · !******

고생많으셨어요 즐겁게 사시면 좋겠습니다

NH농협 · i********

함부러 말 할 순 없지만.. 당신이 느꼈던 그 마음을 꽉 채워줄수 있는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스크린에스피이코리아 · 스*******

블라인드에도 성자가 있구나...
존경합니다.

언젠가는 누군가를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따뜻한 품에서 행복할 수 있기를 빌어요.

LX MMA · F*****

누나 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저도 제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처지지만 감히 누나보다 행복했다고 느끼는 까닭은 할머니께서 베풀어 준 오롯한 사랑 때문일거에요. 우리 할머닌 저를 두고 문득 돌아가신 아빠의 이름을 불렀죠. 당신의 자식과 빼다박은 제가 할머니 눈엔 평생 아픈 손가락이었을 당신의 작은 아들과 같았기 때문이겠죠. 평생을 못난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그 때문에 나의 엄마 아빠가 일찍 돌아가신거라며 본인이 힘이 닿는 한 저와 누나를 돌보았네요. 이제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 저도 나름 1인분을 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지금도 문득 그 때의 고난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할머니가 행상을 나갔던 그 새벽에 할머니가 걱정돼 잠을 설치던 때가 생각납니다. 저도 저의 할머니의 땀과 눈물과 그리고 미안함을 먹고 자랐겠죠. 누나의 글을 읽고 오늘밤은 3년전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가 몹시 그리워지네요. 다행히 그분의 따스한 품과 말랑한 배와 그리고 거칠지만 따스했던 손을 기억합니다. 고맙습니다. 간만에 저도 맘껏 그리운 분을 그려볼 수 있는 밤입니다.

새회사 · G******

힘들 때 위로가 되는 글이고
쓰시면서 본인도 위로가 되셨을 글입니다
인생이란 자기 뜻대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뜻을 세워 살아가는게 더 중요하겠죠.
응원합니다.

SK이노베이션 · f******

블라에서 감동받고 갑니다.항상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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