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는 미혼모였고 나는 가톨릭 수녀원 산하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에서 태어났다.

고아원에서도 계급을 나눈다면 아마 아래에서 제일일거다. 골품제도로 따지자면, 태어날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란 성골 고아라고 할 수 있겠다. 가끔 내가 은근히 자조하는 비유이다.

그런 내가 자란 우리 고아원은 폐쇄적인 고아원이어서 초중고교를 법인에서 모두 다 같이 운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또래 바깥 사람들을 만날 일이 좀처럼 없었다.

그렇게 같은 나이의 고아원 동기가 100명 정도 하는 대단위 고아원 안에서 서로 싸우고 울부짖고 웃고 노래하고.. 그렇게 19년을 살았다.

그 폐쇄적인 고아원이라 차라리 다행이었다.

19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동성 동기들은 60여명, 서로 너무 같은 처지라 비교할 것도 없어 비교라는 것을 자라면서 배우질 못했다. 하지만 고아원에서 운영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토해내질 때.

그 때야 나는 내 처지를 알고 서투른 비교를 하기 시작했다.이런저런 단어로 표현하기에 부끄럽고 비참한 시간이 지나고 나는 비로소 내 장점은 남과 비교를 하는 것이 서투르다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언젠가 비교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던 때가 금방 왔다.

그 때는 어느 날 내가 고급 아파트 과외 면접을 갔다가 딱 2시간치 과외비를 받고 짤렸던 때였다.

내가 시범 과외를 했던 그 아파트는 출입 경비가 철저해서, 한창 겨울 때였는데도 밖에서 눈꽃이 녹지 않는 영하의 날씨에서 언숨을 몰아쉬며 발을 동동 구르다가 2시간 넘게 기다려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그 고생을 하고 들어가서 본 휘황찬란한 고급 아파트와 선하고 단정한 학생, 그리고 예의바른 어머님. 기다린 시간에 비해 짧은 시간은 놀라움이 감탄으로 변하기 전에 끝났다.

그리고 나는 하루 뒤에 우리 애한테 맞는 선생님은 아니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 때 그 어떤 때보다 목마른 삶의 고달픔을 느꼈고 그 고달픔이 자꾸 내게 비참한 비교를 속삭였다.

그게 너무 괴로워서 그냥 억지로 비교하는 것을 참았다.

참다보니 무덤덤해지고 그게 내게 편한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실체를 누군가 알아 손가락질 해도 그냥 눈감고 귀막고 그렇게 살고 싶었다.

이 순간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최선을 다할 수는 없어도 그럭저럭 열심히 살았다.그렇게 살았더니 그냥 저냥 살만해졌다.

가난하게 태어난 나도 살만한 세상이라 느껴졌다. 비교라는 악마를 무시하고 살면 그러하다.

#고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