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블라블라

대학시절 개같은남자와 고양이같은여자 EP.1



#이야기
#개와고양이
EP.1 첫 소개

3월의 캠퍼스는 언제나 분주했다.
긴 방학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온 이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얼굴로 대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앞에 둔 새내기들.
저마다 각자 다른 가대와 꿈을 가진 이들이 한데 뒤섞여 이곳 저곳에서 사람 냄새를 풍기고 다닌다.
곧 졸업을하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혹은 이제 갓 입학해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와 꿈에 부풀어 있는 사람들에게도 3월운 새로운 시작이자 봄을 알리는 계절이었다.

사람들 틈에 섞여 걷던 환은 문득 그 자리에 멈춰섰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에 둘러쌓여있었지만 그때의 환에겐 아무런 셀레임도 기대도 없었다.
입학식을 마치고 선배들의 인솔에 따라 학과 건물로 행하던 환은 갑자기 제 자리에 멈춰섰다.
그 자리에 못이라도 박힌것 처럼 멈춰서서 고개를 들어 머리 위에서 살랑살랑 봄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나뭇잎을 바라만 보고있었다.
봄이라기엔 아직 날씨가 쌀쌀했고 함께 출발했건 일행들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져 보였다.

처음이라 긴장되고 어색해 보이는 가운데서도 다들 즐거워 보였다.
환은 그 사이에 섞이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일까
저들과 내가 다른것이 뭐가 있을까.
별다른건 없었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환경
저마다 차이는 있겠지믄 특별히 누군가가 우월하다거나 뒤쳐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한 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환이 좀 더 어린나이에
좌절을 겪었다는 정도일까?

열일곱 한창 꿈을 키워나가야 할 나이에 환은 꿈을 포기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변변치 않은 꿈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건 아니었다.
어린시절 우연히 할아버지를 따라 갔었던 탁구장이 환이 처음으로 꿈이란 걸 가지게 해준 장소였다.
정신없이 테이블 사이를 왔다 갔다하는 하얀 탁구공을 쳐다보는게 그 시작이었다.

탁구공이 튀어 오를때마다 나는 똑딱 똑딱 거리는 소리가 좋았고 탁구공을 쳐내는 그 감촉이 좋았다.
어린 나이에 환은 동내위 작은대회부터 시에서 열리는 제법 큰 대회까지 몇 차례 우승을 하게되었고 어느새 신동 소리를 듣게되었다.
그때부터 탁구는 환의 꿈이자 인생의 전부였다.
또랴 친구들이 꿈이란걸 생각치도 않을 시기에 환은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었다.
그 사실이 환을 우월감이 빠지게 만들었고 자신이 남들과는 달리 특별하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하지만 꿈꾸는게 빨라서 였을까.
현실과 맞닥뜨리는 것 또한 남들보다 빨랐다.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넘을 수 없는 선은 분명히 존재했고 높이 올라갈수록 안개가 걷히고 주변이 선명해지는 것처럼, 꿈에서 깨어나면 날 수록 현실은 더욱 더 선명하고, 아프게 다가왔다.
일 년, 한 달, 하루에도 수 없아 나타났다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수 많운 신동이라고 불리우는 아이들...
자신도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은건 사춘기가 채 지나기도 전이었다.
앞으로 어느정도 가대가 되는 꽤 괜찮은 유망주, 그리고 도 대표....딱 거기꺼지였다.
그 곳 까지거 환의 한계였고 나이를 먹을수록 꿈도 작아져만 갔다.
환의 목표는 어느새 국가대표에서 적당히 탁구로 먹고살수 있는 선수로 남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작은 꿈마저 열 일곱이 되던해의 여름에 항상 말썽을 부리던 무릎과 함께 박살났다...
그리고 환은 탁구를 포기했다.
소년 만화의 주인공처럼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 희망, 그런건 말그대로 다 꿈같은 얘기에 불과했다.

괜찮을 줄 알았다. 적당한 실력에 적당한 경력, 어릴적 추억으로 남기면 그걸로 그만일 줄 알았다.
꿈도 작아졌고 열정도 줄어들었지만
상처만은 그대로였다.
금방 떨쳐낼 수 있을 줄 알았던 상실감은 꽤 오랫 동안 환의 발목을 붙잡았다.
평범한 학생으로 다시 시작한 환은 남들처럼 평범한 학생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첫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날이었다.

뒤늦게 일행을 따라잡아 건물안으로 들어간 환은 멍하니 앉아서 앞에 서 있는 선배들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간단한 소개와 일정안내가 끝나고 남는 시간동안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데리고 건물 이곳 저곳을 시켜 주기 시작했다.

여기가 학회실이야 그냥 휴게실 같은거니까 앞으로 쉬는 시간이나 공강때 편하게들어와도 돼

그 선배는 그리말하며 문을 열었고 이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안에선 웬 남자가 소파에 누워있었고 모습은 가관이었다.
여기서 밤을 보낸건지 부시시한 머리에 누운채로 담배를 물고 있었다.
불을 붙이고 잠이들었는지 이미 밑둥까지 타버린 담배에서 재가 떨어질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붙어있었다.
선배는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형.....형....일어나. 일어나라고.

그 남자는 깊게 잠이들었는지 일어날기색이없었고 선배는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으응....뭐....아 뜨거!!

재와 불똥이 그대로 그 남자의 얼굴로 떨어졌다.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호들갑을 떨었다.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선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형 어제 집에 안갔어?? 왜 여기서자고있어 그리고 담배물고 눕지말랬지?! 불난다니까!!

.....가스비 안내서 보일러끊겼다.. 추워서 잘수가있어야지...

소파에 걸터앉은 남자는 다시 담배를 꺼내 불을 붙혔다.

근데...누구시냐들??

뭘 누구야 오늘 신입생 오티날이자나 할 거 없으면 와서 일이나 하라니까 자빠져 잠이나 자고있고...

아...오늘이었어?? 몰랐지...

인간아... 신입생들 있는데서 뭐하는 짓이야 이게..
아 인사해 우리과 선배야 올 해 복학생 별로 서갸시켜주고 싶진 않지만...

단체로 쏟아지는 인사에 어색한듯 멋쩍게 손을 흔들던 그 남자는 다시 소파에 드러누웠다.
저녁 모임 때 다시 모이기로 하고 신잊생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딱히 아는 사람도 친구도 없던 환은 혼자 학회실에 멀뚱 멀뚱 앉아 있었다.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던 그 남자가 환을 힐끗 바라보더니 물었다.

넌 어디 안가냐??

저요??

그러 여기 너 말고 누구 있어?

아...그냥 좀 피곤해서요

자라에서 일어나 소파에 걸터앉은 그 남자는 다시 담배를 꺼냐물고 환을 빤히 쳐다봤다.
풍가는 담배냄새에 환은 자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본 남자가 말했다.

담배 안파우냐??

네.... 안피우는데요

아...미안... 냄새나지??

네... 조금

그럼 나가

..네??!

냄새나면 나가라고 난 안나간다
나갈거면 니가 나가라

그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소파에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남자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았는 환의 시선을 느꼈은디 눈을 힐끔 뜨고 물었다.

근데 너 이름이 뭐냐??

김환입니다.

이희건 희건이형이라고 불러 반갑다.

남자는 손을 내밀었고 얼떨결에 환은 남자의 손을 붙잡았다.
그기 환과 희건의 첫 만남이었다.

1년이 지나고 환은 다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그랬던것 처럼 제 자리에 서서 멀뚱히 하늘을 보고 있었다. 작년과는 달리 이번엔 제법 따뜻한 봄 바람이 불어왔다.
환은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니!!

생각에 잠기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니~~~ 야 김환!! 이새뀌야! 썅까냐??

환은 애써 안들라는 척 자신을 부르는 희건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그러자 날아드는건 발차기였다.

아씨! 형!

그러니까 누가 쌩까랴??

환은 말없이 희건을 노려봤고 희건은 움찔하며 말했다.

생긴건 순하게 생긴게 하여간 성질은 드러워 가지고....근데 우리 안 늦었냐??

아직 괜찮아요 근데 형 그러고 갈거에요??

응 안되나??

희건은 목이 늘어난 후줄근한 티셔츠에 낡은 청바지, 너덜너덜한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환은 혈압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세상에 어떤 학회장이 신입생환영회에 그렇게 입고가는데요?? 빨리 옷갈어 입고 와요!!

귀찮은데...그냥 너 혼자 가면 안되냐??가서 학회장은 아파서 못나온다 그래.

형이 가서 직접 얘기해요 교수님들에게 하....
어떻게 이런 인간이 학회장이 됐을까....

희건은 못 들은척 웃으며 말했다.

나는 뭐 하고 싶어서 하냐?? 할사람이 없다잖아 어쩌겠엉 부회장이 고생이 많겠어 앞으로...

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가 이런 인간이랑 친해진걸까 덕분에 팔자에도없는 부학회장 자리까지 맡아야 했다.
환은 희건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참 특이한 사람아야...하고 생각했다.
환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속내를 숨기는데 익숙했다.
미소띈 얼굴과 마음에도 없는 대화 몇 마디면 적어도 사람들 서이에서 입에 오르거나 밉보일 알은 없다는 걸 환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희건 앞에선 무용지물 이었다.
희건 특유의 뻔뻔스러움 때문인지 얘기를 나누다보면 러느새 희건의 페이스에 말려들고는 했다.

먼저 가 있을테니까 빨라 옷갈아 입고 와요

알았어

형!!

왜?

늦으면 진짜 가만 안둬요!

환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희건은 느긋하게 걸었다.
그 뒷모습을 보고있으니 환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강당에 도착하니 이미 신입샹들이 많아 도착해 있었다.

정신없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행사 시작시간이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희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때 환의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형 어디에요??

어떡하지 좀 더 걸리겠는데...

전에없던 희건의 목소리가 심각했다.

형 무슨일 있어요??

곧 로한의 기마대가 올거야 간달프가 레이저쏘는거까지만 보고 갈게

.....예?? 형 지금 영화봐?? 아니 시간이 몇...

해 뜰 무렵 뒷문을 봐

형 형 야!!!!!!!이희건!!!!

뚝. 전화가 끊어졌다. 황당함이 가실 새도 없이 다시 사람들이 말려들어왔고
환은 미친인간 벌레같은놈 머릿속으로 온갖 욕을 내뱉고 있을 때였다.

저기요.......

그 목소리의 끝엔 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아이보리색 니트에 치마를 입은 여자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발머리에 빨간 압술을 한 그 여자는 나보다 머리하나는 작아보이는 아담한 체구였다.
앳되보이는 얼굴과 달리 차가운 인상으로 느꼇던 이유는 외꺼풀진 눈에 살짝 올라간 눈꼬리 때문이었을까??

신입생 환영회 때문에 그러는데 여기 맞나요??

네 여기다 이름적고 저쪽에 가서 기다리세요

환은 웃는 얼굴로 그 여자에게 설명했고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명단에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자 향긋한 샴푸향이 환의 코를 찔렀다.
환은 이름을 적고 자리를 찾아가는 여자의 모습을 한참 바라봤었다.
행사가 시작되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환은 문득 그 여자의 이름을 떠 올렸다.

얼핏 스쳐지나가서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생긴것과 안 어울린다고 혼자 생각했던 그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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