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블라블라

어린 여자와 결혼하는 친구이야기

서울9호선운영 · l*********
작성일2018.10.25. 조회수2,516 댓글7

#이야기

오랜만에 대학친구를 만났다. 

졸업을 하고 나서 대학친구를 만나는 건 쉬운일은 아니었다. 

학생때야 매일 만나고 같이 돌아다녔지만 졸업을 하고나서 각자 취직을 하고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어떤 친구들은 일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갔고 또 어떤 친구들은 그 사이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그렇게 뿔뿔이 흩어지고 난 뒤엔 가끔 연락해서 안부나 묻는 정도였다. 

간혹 경조사가 있을 때나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예전 얘기들을 하면서 추억속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가 뜻 밖의 말을 꺼냈다. 

"야. 나 결혼할 거 같다."

"결혼?? 웬 결혼??"

"그냥 그렇게 됐다. "

평소에 연락을 할 때도 여자를 만난다는 말이 없었기에 조금 의외였지만 그래도 결혼을 한다니 

일단은 축하를 해주기로 했다. 

"결국 너도 가는구나.. 결혼할 사람은 몇 살인데?"

"음.. 그게 일단은 동갑이긴 한데..."

말꼬리를 흐리는 친구의 말에 왠지 불안함이 엄습했다. 

"그래? 뭐하는 사람인데?"

"그냥 학생이지 뭐.."

"학생?? 우리 나이에?? ... 되게 만학도시네.."

묘한 표정을 지으며 웃는 친구의 얼굴을 보니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아니.. 그냥 대학생이야. 그게.. 띠동갑이야."

누군가가 머리를 후려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되물었다. 

"그럼.. 둘?? 스물 둘???"

친구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멍하니 앉아 있던 난 창 밖에 지나가는 경찰차를 보며 소리질렀다. 

"아저씨!!!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여깁니다!! 여기 미친 도둑놈새끼가 있어요!!"

애타게 민중의 지팡이를 찾는 날 뜯어말리고 친구는 말했다. 

"미친새끼야. 뭐해. 내가 이래서 얘기를 안했지."

하지만 여전히 난 혼란속에 있었다. 나는 뭐라고 지껄이는지도 모르는 채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미친새끼는 너고. 스물둘? 스물둘?? 아니 그 여자는 뭔잘못이야. 어? 뭔 잘못 이냐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서야 나는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친구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20살 때 녀석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때 내가 했던 생각은 '교수님이 되게 젊으시네' 였다. 

얼굴에 진 주름이 인생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가는 버스의 티켓이라면 

녀석은 버스가 아니라 모범택시 따블에 할증까지 붙은 면상이었다. 이미 20때 초반부터.

나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그렇게라도 결혼 해야지. 요즘 국제결혼 위험하다더라. 사기도 많고. 잘 알아보고 결정한거지?"

"미친새끼야. 한국사람이거든?"

"진짜야?"

친구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첩을 뒤척거리더니 사진을 보여줬다. 함께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이었다. 

합성이 아닌가 싶어 유심히 살펴봤지만 아니었다. 사진 속에서 꽃처럼 환하게 웃고있는 여성은 

얼핏 봐도 싱그럽고 앳되보이는 여성이었다. 

"아저씨!! 경찰아저씨!!! 여깁니다!!!"

우리는 다음주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결혼 전에 여자친구에게 친구들을 소개시켜주고 싶다며 친구들을 모아 

자리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졸업 후에 따로 만난적은 있지만 다 같이 모인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들 바쁜대다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날짜를 잡기도, 장소를 정하기도 애매했다. 

결국 친구와 내가 나눠서 연락을 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연락이라 다 모이긴 힘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나는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웬일이냐? 전화를 다 하고?"

"다음 주에 시간 되냐?"

"다음 주? 바쁠거 같은데? 왜?"

"XX 결혼한대."

"그래? 내 대신 축하한다고 전해줘라 야."

"와이프 될 사람이 12살 차래."

"뭐? 12살 많다고?"

"아니. 아래로.."

"...띠동갑 연하라고?"

"..어."

"...죽인다."

"뭐라고?"

"...죽인다!!"

"온다는 거지?"

"...죽여버린다!!"

"그래 다음 주에 보자."

일이 있어서 안된다는 친구도, 바빠서 안된다는 친구도 시간을 내고 약속을 취소하면서 까지 참여하기를 희망했다.

심지어 결혼 후 와이프에게 붙잡혀서 만남은 커녕 연락하기도 힘들었던 친구까지 오기로했다. 

아이를 낳은 후에는 그나마 하던 연락조차도 뜸해졌던 친구였다. 내 얘기를 들은 친구는 딸가진 아빠 입장으로써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집에서 쫓겨나는 한이 있어도 참석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는 약속장소로 향했다. 술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니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 둘 씩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야 오랜만이다?"

"어딨어?"

"누구?"

"이새끼 어디있냐고."

다들 정의구현에 목마른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다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녀석이 미쳐서 망상을 하는거다. 아니면 다들 모이기 힘드니까 일부러 거짓말을 한 거다. 

온갖 의견들이 분분했다. 그러다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진짜면 어떡하지."

"뭐가?"

"진짜면 어떡하냐고. 무슨 얘기를 해야되지?"

"그러게.. 무슨 말을 해야 돼?"

"인사는 뭐라고 해야되지? 요새 젊은 애들은 어떻게 인사하냐? 방가방가? 하이루?"

"뭔 모뎀시절 얘기를 하고 앉아있어."

우리들 중 그 누구도 12살 어린 여자생명체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세대차이란게 급격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리들 모두 나이를 먹었다. 

우리는 X세대였다. 심지어 N세대도 아니었다. 

우리는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건 더욱 더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낄끼빠빠? 이건 뭐야?"

"뭐?"

"낄끼빠빠?"

"뭐야 그게. 알리바바 같은건가?"

"몰라. 나와있지도 않아!" 

그 외에도 각종 신조어들을 우리는 급하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친구가 도착했다. 

그때까지 시끄럽게 떠들던 우리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친구의 뒤에 사진으로만 봤던 그 여자가 서 있었다. 

우리는 어색하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 안녕하세요."

"하.. 하이.."

실물로 보니 사진으로 본 것보다도 더 앳되보이는 아가씨였다. 

자리를 내주고 앉아있으니 지옥과 같은 어색함이 흐르기 시작했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고 나니 긴장이 약간 풀어져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를 시도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우려했던 세대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본 우리들에게도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네는 싹싹한 아가씨였다. 

이 결혼에 대한 의문은 더욱 더 커져만 갔다. 

술이 한 두 잔씩 들어가고 분위기가 조금씩 느슨해지면서 지금까지는 가식적인 웃음띈 얼굴로 

축하해요. 저 친구가 참 괜찮은 친구에요. 라며 판에박힌 칭찬만 늘어놓던 친구들이 점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아가씨가 왜 벌써부터 세상을 그렇게 막 살려고 해요. 아직 세상은 아름다워요. 

뭐 힘든일 있어요? 아니 왜 저런.. 저런.. 저런거랑.. 하..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친구는 술잔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아가씨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계속 꺄르르 웃기만 할 뿐이었다. 

아마 우리의 말이 농담으로 들렸던 모양이었다. 

진담인데..

그렇게 한참 웃고 떠들며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친구 녀석 중 하나가 뭔가 떠올랐는지 나를 지목하며 말했다. 

"야 그러고보니 니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내기 하지 않았냐?"

"내기? 뭔 내기?"

"먼저 결혼 하는 사람한테 냉장고 사주기로 했잖아. 술먹으면서."

처음에는 기억나지 않았다. 한참 생각하다보니 예전에 술을 먹다가 그런 내기를 했던게 기억났다. 

나는 애써 모른척했다. 

"언제? 기억 안나는데?"

친구도 기억이 떠올랐는지 맞장구쳤다. 

"맞네! 옛날에 너랑 나랑 같이 살 때! 그 때 내기 했잖아. 냉장고 사라."

"아 뭔소리야. 언제??"

"그러고보니 나도 기억나는 거 같은데?"

여기저기서 친구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친구 여자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진짜에요? 오빠가 그럼 냉장고 사주시는 거에요??"

"에이~ 아니에요. 애들이 장난치는 거에요."

난처해진 난 처음 그 얘기를 꺼낸 친구에게 슬며시 다가가서 속삭였다. 

"야.. 낄끼빠빠.."

댓글 7

국민은행 · ٩*****

ㅋㅋㅋㅋㅋㅋ 잘봣다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

삼성자산운용 · 너***

와 소설같아요!!!!
짱 글잘쓰시네요👍👍

대상 · y*****

책을 많이 보셨나요? 글 완전 잘쓰심

이마트 · 착***

현기증 나요 닥 담편 올려줘요

삼성중공업 · !********

형이거 실화인가요??ㅋㅋ

삼성중공업 · !********

네 아까 분문에 태그타고 들어가서봤어요 ㅋㅋ
감사여 좋은글 볼수있게 해주셔서 캬컄

인기 채용

더보기

토픽 베스트

암호화폐
이력서·면접 팁
부동산
직접 홍보
자동차
유우머
바오패밀리
블라블라
나들이 명소
반려동물